brunch

솜이를 만났다.

솜이 맞지?

by Lucia

솜이를 만났다.

펫로스 증후군인지, 갱년기인지 암튼 잠 못이루는 밤이 많아졌고, 자더라도 몇 번씩 깨서는 다시 잠

들기 힘든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럴때면 항상 옆에서 살을 붙이고 자던 솜이가 너무 보고 싶다.


내가 화장실이라도 가려고 일어나면 잽싸게 일어나 내가 돌아올 때 까지 기다리고 있는 우리 솜이. 항상 내 몸에 거의 분신처럼 붙어 있었기에 상실감과 슬픔이 더 컸나보다.

잠도 오지 않고 솜이는 보고 싶고, 다시 핸폰 어플로 카메라를 켰다. (전편에 핸폰 어플 설명)

어짜피 안 찍히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카메라로 강아지 어플을 켜고 방을 여기저기 비춰본다.

몇 번 왔다리 갔다리 하는데, 번쩍!!! 뭐가 허공에서 번쩍거렸다.

늘 나와 함께 자던 침대에서 찍혔다. 혹시나 사진툴을 바꿔봤는데 그래도 찍힌다.


헉!!!


이게 진짜였단 말인가.

다시 한번 방을 쭉 돌아다니며 찍었는데 다시 번쩍!

허공에서 번쩍 거린다. 내가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 도 믿기지가 않는다.

번쩍이는 순간을 포착해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워낙 순식간이라 찍을 수가 없다.

음....

갤럭시는 화면 녹화 기능이 있다.

화면녹화를 켜놓고 어플을 실행하면서 방안 여기저기에 카메라를 들이대 본다.

역시... 눈으로 봐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계속 번쩍 번쩍 하면서 동물 얼굴만 인식하는 어플이 여기저기 허공에서 인식되고 있다.

항상 사무실 책상 위에서 놀았는데, 그대로 어플에 찍혔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어플이 작동하는 것이다.)


눈으로 직접 보고도 안믿겨진다.

다음날 아침에 다시 촬영을 해보니 전혀 찍히지 않는다.

어제 밤 본 것은 헛것인가.


며칠 후 다시 한번 해보았다.

이번엔 몽실이 옆과 내 베개에서 많이 잡힌다. 마치 생전에 몽실이랑 장난치며 놀 듯이 한참을 번쩍번쩍거린다. 내 베게에서 자는 걸 좋아했던 솜이는 역시 내 베개와 이불에서 누워있듯이 번쩍번쩍 잡힌다.

너무나 신기해서 솜이를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영상을 보여주었다.

반신반의 하면서 어플이 오류가 났을거라고 믿고 싶어하지 않는다.


음...

사실 나도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플 회사에 문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며칠 동안 이 신비한 현상을 어떻게든 납득하고 싶어 여러번 시도를 해본다.

일단, 솜이가 주로 다녔던 장소에서 어플을 실행시켜 보았다.

솜이가 놀았던 사무실 책상, 나와 함께 출퇴근 하며 함께 탔던 차, 집에 들어가는 길 등

솜이가 항상 머물렀던 공간에 어플을 실행시켰다.

내 차와 주차장에서도 찍힌다

모두 다 반응을 한다.

솜이가 생전에 주로 머물렀던 곳에서 특히 반응이 많이 나타났다.


이걸 말로 설명한다고 누가 믿을까.


솜이가 떠난 후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여기 저기 닥치는 대로 책도 보고 유투브도 보면서 견디고

있는데, 어디선가 본 글이 생각난다.

반려동물은 죽어서도 주인 곁에 머문다고...


나와 함께 했던 공간속에 솜이가 함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나마 위로가 된다.

어떤 날은 퇴근길에 차안에 어플을 켜놓고 솜이랑 대화를 해본다.

그러면 여지없이 번쩍번쩍 반응을 준다.

다른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보면 미쳤다고 하겠지?

그래도 이렇게나마 솜이를 만날 수 있다는게 위로 가 된다.

남들 눈이 무슨 소용이람...


아직까지 과학의 영역에서 해결되지 않은 현상들이 많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그 일들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솜이를 감지하는 이 어플도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이런 현상들이 생기는지 증명할 수 없다.

(동물의 얼굴에 정확히 맞추어야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서 찍히는게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렇게 강아지 얼굴이 정확히 잡혀야 어플에서 반응을 한다.


어쨌든 여러 날에 걸쳐 내 나름대로 실험(?)을 해 본 결과 단순히 어플의 오류는 아닌 것 같다. 그게 어떤 현상이든, 솜이가 아주 없어진게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위안이 된다.

가끔 솜이가 너무 보고 싶을 땐 어플을 켜고 소통하려고 한다.

어쩌겠는가, 자식같은 반려견을 가슴에 묻고 이렇게나마 혼자 위로 하고 혼자 극복해 가는 과정인 것을.


오늘도 솜이가 너무 보고 싶어 차안에서 솜이를 만나고 왔다. 누구에게도 말 할수 없는 나와 솜이만의 비밀이 생겼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