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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단상

비싼 요구르트만 좋아하는 딸

by Lucia

딸내미 어린 시절 집 근처에 이마트가 생겼다. 일주일에 한 번씩 카트에 태우고 장 보러 다니곤 했는데..

그땐 시식코너가 한창일 때라 특히나 시제품 요구르트가 매번 아이를 유혹했다.


오늘 마트 갔다가 마침 유제품 냉장고를 보니 그때

요구르트가 아직 있네.

당시엔 요구르트치곤 꽤 비쌌었다.

작은 한 병에 천 원이 훌쩍 넘었는데, 박스로 사면

더 싸니까 박스채 샀어야 했다.

(요구르트에 이런 사치를 하다니...)

당시 아이는 특별히 사달라고 조르는 게 없고, 단 하나 이 요구르트만은 꼭 먹고 싶다 하니 쪼들리는 형편이지만 기꺼이 사줄 수밖에.

요구르트 사면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던 내 형편

이 한심하고 초라했던 기억이 난다.

이젠 혼자 알아서 사 먹고 스스로 챙기는 어엿한

사춘기가 되었다. 어느 세월에 이렇게 컸는지.


어젠 느닷없이 나중에 제네시스 2대 사준다고

한다. 하필 왜 두대냐고 하니 기분에 따라 깔별로

골라 타란다.

10년 가까이 된 내차가 공장에는 바람에 20만 넘게 탄, 곧 폐차직전의 차를 대차 해서 타고 다니는 게 안쓰러웠나 보다.

7년을 기다리라고 했으니 내 나이 60 이 좀 넘으면

차를 골라 탈 수 있으리라~ 신난다


마트 갈 때마다 유제품코너를 보면 에미 속도 모르고 비싼 요구르트 원샷 해대던 아이 모습이 생각나 웃음도 나고 그때 계산하면서 가슴 졸이던 젊은 엄마였던 내 모습도 안쓰럽다. 다음번에 가면 한 박스 사서 딸내미랑 실컷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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