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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재스민 Aug 28. 2016

누군가를 왕따 시켰다면 긴장하라

<드레스 메이커>

며칠 전에 케이트 블란쳇의 향기에 빠져 있었는데 이번엔 케이트 윈슬렛의 숨결을 느끼고 왔다. 이렇게도 매력적인 여성들이라니... 케이트 블란쳇이 머리를 넘기면서 강렬하고도 아련한 눈빛으로 관객을 혼미하게 만들었다면 케이트 윈슬렛은 담배를 엉덩이와 가슴을 강조한 옷을 입고 붉은 입술 속에 담배를 꼬나물면서 관객을 유혹한다. 


   자, 그렇다면 이토록 매력적인 틸리가 다시 돌아온 까닭은? 그녀에게 정말 중요했던 것은 복수였을까.  틸리는 떠났지만 작은 마을의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에 있었다. 그 예전 모습 그대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여기에서는 그대로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틸리가 눈부신 모습으로 변신하기까지의 세월동안 이 마을은 대체 왜 하나도 변하지 않았을까. 이 마을을 떠난 사람은 오직 틸리 하나뿐이었단 말인가? 틸리의 가족은 그 마을의 악이었다. 전체 퍼즐에서 빠져나가야만 했던 악의 조각이었다. (틸리의 엄마는 그 마을에서 가정 있는 남자와 불륜을 맺고 틸리를 임신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한조각이 빠진 마을은 온전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 마을의 잃어버린 한 조각이었으며 마을의 악을 상징했기 때문에 축출되어야만 했던 틸리의 출현은 마을사람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다음 순간 틸리가 가진 재능에 모두 매혹당하고 만다. 틸리는 마을의 모습을 바꿔버린다. 촌스럽고 생활에 찌들었던 여자들은 틸리의 손길을 거쳐 화려하게 변신한다. 아름다운 옷은 그들의 말투와 행동을 바꾸어놓는다. 옷이 바뀐다는 것은 그들이 지금까지 자신의 역할이 바뀌는 것이다. 그들은 과거를 묻어버리고 자신의 새로운 역할에 몰두하면서 틸리의 과거마저 망각한다. 하지만 틸리가 이 마을을 찾은 것에는 복수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틸리는 잃어버린 자신을 찾고자 했다. 모든 사람들이 내치고 싶었던, 그리고 망각하고 싶었던 그녀 자신을 찾는 일이 곧 그들에게 복수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가 돌아와서 확인하고 싶었던 또 하나의 명제는 그녀가 저주받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자신은 저주받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팔자를 바꿔줄 수 있는 축복받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증명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저주받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순간, 벌어지는 또 한차례의 사건은 그녀를 또 다시 시험에 들게 한다.  운명이란 놈이 정말 있는 것일까. 혼란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그녀가 내린 결정은 바로 이렇다. 운명이란 놈의 존재 여부는 내가 스스로 결정하겠다. 그래서 소중한 사람을 모두 잃게 되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녀가 자신의 집을 빠져나오면서 깔았던 붉은 카펫은 그녀가 저주라는 낱말로부터, 그녀의 과거로부터, 또한 불행의 시작이기도 했던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탈출한다는 축복의 신호이기도 했다.


  우리도 그런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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