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술마시는 새벽

잠못 이루는 밤에는 뭘하는 게 제일 좋을까.

by 이화정

다음날 일정 때문에 신경이 자극돼서 2시간만에 잠이 깨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닌데도 아침에 다소 일찍 나갈 약속이 있으면 꼭 이런 일이 생긴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정 힘들 때는 포도주를 마신다. 한두잔 마시는 걸로는 부족해서 한밤중에 한병을 다 비우는 경우까지도 있다.

그러다보면 정신은 몽롱해지면서 방어벽이 뚫린 내 의식 안으로 온갖 상념들이 밀고 들어와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괴로워해야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몽롱한 상태에서는 행복한 감정이 느껴진다.

요새 신문을 봐도 인터넷을 봐도 기분 좋을 일은 하나도 없는데도 말이다. 살수록 이 세상은 참 거대한 사기란 생각이 든다. 아니 좀 더 지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이 세상은 환상이다. 누군가가 끊임없이 조작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알지 못하고 우리 나름대로 보는 것만 느끼는 것으로만 이해한다. 그것이 내가 아는 세상이라고 믿는다. 내 나름대로 질서를 세우려고 애쓰지만 알고보면 참 허술하고 실망스러운 세상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알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돌아가신 우리 부모님이 지금 이 상황을 보셨다면 무슨 말을 하셨을지 나는 늘 궁금해진다. 요즘에는 특히 그렇다. 우리 아버지는 세상사에 민감하고 명석하신 분이셨기 때문에 분명 임팩트 있는 말씀을 하셨을텐데. 나라꼴이 엉망인데도 나는 우리 아버지가 그립다. 살아계셨을 때 늘 무의미한 반항만 했던 게 후회스럽다.

세월이 흐른다고 인간의 역사가 발전한다고 생각하는 건 사실 착각이다. 유사한 틀 안에서 반복되는 것이 인간의 역사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된다. 더 공평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우리는 죽는 날까지 안간힘을 써야만 한다. 인간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살려면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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