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좋다
오늘은 밖에 한번도 나가지 않으려고 어제부터 계획했다. 그래서 모든 일을 어제 다 처리하기 위해 정신나간 여자처럼 달려다녔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뭔가 오늘 일을 마무리해야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었다. 그러나 서두를수록 일은 끝나지 않는다. 도리어 밤늦게까지 연장된다. 그건 참 희한한 현상이다. 서두를 수록 일은 점점 더 많아진다. 그래서 어제는 낮3시 정도에 모든 일이 끝났다고 행복해다가 저녁무렵에 닥친 일 때문에 폭탄을 맞고 결국 새벽 3시가 다 돼서야 잠을 잤다.
그리고 오늘이 됐다. 바깥세상은 강추위라고 한다. 나를 뺀 나머지 세 식구는 강추위속에서 각자의 일을 하러 나갔다. 나는 아주 눈곱만큼의 미안함을 느끼면서 이불 속에 계속 머물렀다. 그런데 잠은 오지 않았고 행복한 건지 무력한 건지 모를 이상한 상태가 됐다. 그리고 또 맨날 꾸는 형태의 꿈을 꿨다. 꿈을 꾸면 내가 현재 가장 걱정스러워하는 것, 혹은 가장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애써 잊으려고 했던 것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나의 꿈이다. 그러나 꿈은 나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완화시켜서 등장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고맙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불쾌하다. 너는 이미 알고 있었구나. 내가 뭘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집에 계속 있으면 방해받지 않아서 행복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공기 청정기 관리하는 아주머니가 들이닥쳤다. 내가 신청했고 필요한 일이건만 후딱 끝내주고 나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침에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커피와 미니 도너츠, 미니 샌드위치, 미니 찹쌀 떡을 먹었다. 행복했다. 미니라서 더 행복해요. 부담스럽지 않게 여러가지를 맛볼 수 있다. 너무 행복해하다보니 좀 많이 먹은 듯하다. 어느새 오후 늦은 시간을 향해 간다. 허무하다.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