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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카타르시스의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by 춤추는 재스민


감동과 카타르시스의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가끔 드라마에 꽂힐 때가 있습니다. 드라마를 항상 보는 것 아닌데 한편을 보고 꽂히면 첫회부터 하루에 다 찾아서 봅니다. 종영 이후에 꽂히게 되면 전편을 이삼일만에 다 찾아볼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낭만닥터 김사부>에 꽂혔네요. 우선 주인공 역의 한석규 때문에 일단 꽂혔고요.

메디칼 드라마에는 늘 비슷한 캐릭터들이 꼭 등장하죠. 신의 손을 가진 천재적인 외과의,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사건을 전환점으로 오직 성공의 욕망만을 불태우며 독하게 자란 수재 의학도, 한결같이 순수한 마음을 유지하는 천사 여닥터, 그 외에 약방에 감초같은 코믹 캐릭터들, 기타 등등.

이 드라마 역시 그런 요소들을 다 갖추고 있어요. 비슷한 방식인데도 메디칼 드라마는 마치 처음보는 것처럼 지루하지 않습니다. '비슷하면서도 다르게'라는 흥행법칙을 잘 따르고 있습니다.

'거대 병원'이라는 이름처럼 이 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거대 세력에 대항하는 마이러니티의 반란은 너무나 매력적이며 벅찬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그 반면에 씁쓸함도 당연히 따라 옵니다.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이 드라마는 요새 시국과 너무 잘 맞아 떨어집니다. 정유라가 했던 똑같은 말 "부모도 능력이고 엄마도 스펙?' 뭐 이런 비슷한 말이 나오고...

지금 거대한 조직에 커다란 금이 갔습니다. 그리고 그 틈으로 추한 면모들이 점점 드러납니다. 그런데도 그 틈을 메우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유지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물결을 타고 부상해보려고 힘을 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혼란 정국입니다. 지인들조차 정치적인 견해가 상반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 얘기는 하지 않으렵니다.

이 드라마에 나온 것처럼 개인이 처한 상황들은 다 다르기 때문에 누구나 변명거리는 있고 주관적인 주장을 펼칠 수는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사람이 죽어가는 현실을 무시하고 오직 원칙만을 주장하다가 주먹을 부르게 만드는 벽창호 같은 캐릭터도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들을 우리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고 듣게 됩니다. 뭐가 옳고 그른지 한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조직에 들어있다면요. 그래도 우리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했던 것처럼 사고하고 결정할 수 있을까요.

이 드라마가 환상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 캐릭터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힘있는 주류에 합류해 편한 삶을 택하지 않고 소신있는 결정을 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무너질 수 있는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의연할 수 있는 어쩌면 비현실적인 캐릭터들 때문입니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에 극적으로 태도를 바꿔 자신을 구해주는 사람도 현실에서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는 건 드라마처럼 단순하지 않죠. 그렇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런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이 현실에 존재합니다. 인간이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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