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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재스민 Jul 29. 2017

행복 목욕탕

자신이 받고 싶은 대로 대접할 것

<행복 목욕탕 2017> 나카노 료타 감독


  행복 목욕탕이 입소문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서 구입해서 봤다. 행복 목욕탕은 여러가지 사회적인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큰 두 줄기는 아이와 가정을 자신의 즉흥적인 감정에 따라 쉽게 버리는 부모들, 학교에서 교우 괴롭히기의 문제이다. 이 영화는 두번째 문제보다는 첫번째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두번째의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 역시 첫번째 문제에서 그 근거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약한 자를 괴롭히는 미성숙한 자들과 마주 대할 수 있는 용기는 바로 자신의 성숙과 힘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강조한다.  왕따문제를 사회문제로 보고 시정하려고 하기 보다는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힘은 자신을 지지해주는 가족의 힘, (이 영화에서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엄마의 힘이다. 이 영화는 엄마의 힘을 끝까지 강조한다. 그러나 정작 그녀에게는 힘을 줄 엄마가 부재하다.

  이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공통점은 엄마의 부재다. 미야자와 리에가 맡은 후타바는 평생 마음 속에 엄마의 빈 공간을 간직한 채 살아왔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아이들을 감각적으로 알아차린다. 그런 탓에 그녀의 주변에는 그런 아이들이 모여들게된다. 상실감과 상처를 지닌 사람들은 그녀 주변에 모여든다. 후타바는 자신이 받고 싶은 대로 아이들을 대접한다. 상처를 지닌 아이에게 왜냐고 묻지 않고 엄마의 지지를 보낸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결정적인 순간에조차 엄마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엄마의 부재를 안고 있는 이 캐릭터들은 자신의 엄마로부터는 구제를 받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그 자리를 대신해줄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모의 의미와 자신의 존재를 분리시킬 수 있는 힘이 그들 안에 생겼기 때문이다. 생모가 나를 버렸어도 내게 사랑을 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고 그런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그들의 가치는 층분하다. 설사 그런 존재가 생각보다 너무 빨리 소멸한다해도 그 기억은 변치 않는다.

  

  일본 영화의 가족 서사는 그 역사가 탄탄하다. 가족 영화는 오즈 야스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들은 모두 가족 영화다. 우리를 지탱해주는 가장 강력한 힘은 바로 가족의 힘이라는 것은 바탕에 깔고 있다. 야스지로의 영화에서는 설사 한 사람이 사고로 사망할지라도 가족은 그 존재를 가슴에 품고 살아감으로써 가족의 힘은 절대로 약해지거나 소멸되지 않는다. 오히려 부재가 더 가족 관계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원동력을 제공한다.  

  부재는 때로는 존재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 미아자와 리에가 맡은 배역 '후타바'는 자신을 떠난 엄마를 늘 가슴에 품고 살아왔지만 엄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과거에 자신이 버렸던 딸과의 관계보다는 현재 자신이 처한 현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었던 간절하면서도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소박한 소망은 끝내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후타바'가 자신이 낳지 않은 아이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엄마의 역할을 하도록 버티게 해주었던 것은 사무치도록 그리운 엄마의 부재였던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기에 이루어낼 수 있는 위대한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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