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가장 핫한 배우는 윤여정이 아닐까.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는데 같이 후보에 오른 배우들, 올리비아 콜맨, 글렌 클로즈와 함께 있어도 전혀 기가 밀리지 않는다.
예전에 윤여정을 tv에 얼굴이 잠깐 나온다고 윤잠깐이라고 놀렸다던 전 남편 조영남이 에그머니나 하고 놀랄만한 일이다.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데 열심인 조영남씨가 가만 있을 리가 없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가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실제로 "헐~~~"이라고 했다더라.
30년도 더 전에 인사동에서 조영남과 윤여정 배우를 본 적이 있다. 생각보다 두 사람 다 너무 체구가 작아서 놀랐다. 윤여정은 특히 초등학생 만큼 체격이 왜소했다. 그 당시에는 자연스러운 부부의 모습이었다. 미국에서 메주까지 빚어 장을 담글 정도로 살림살이에 도가 텄다더니 지금 그 솜씨를 백프로 발휘하고 있다. 이제 외국인을 상대로 한 민박집까지 운영하고 있다. 한끼 식사도 모자라서 이젠 하루 세끼를 책임지는 민박집이라니... 덜덜... 맛갈스럽고 고급스러운 비주얼을 갖춘 요리도 전문가 수준으로 척척 해내고, 영어소통도 물흐르듯 자연스럽다. 게다가 사람들이 환호하는 뛰어난 유머감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결여돼있는 게 유머감각 아닌가. 영화제 시상식에서 소감을 말하는 배우들은 나름 유머를 날릴려고 노력하는데 늘 느끼는 거지만 영 어색하다. 그런데 윤여정은 유머를 날릴 의도로 말하지 않는데도 웃음이 터지게 만든다. 삶의 깊이가 느껴지는 솔직함이 자연스럽게 웃음을 불러온다.
내가 윤여정에게 빠졌던 것은 사실 오래 된 일이다. 초등학교, 그러니까 우리 때는 국민학교 때부터로 거슬러올라간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 당시에 가장 인기있는 tv드라마가 장희빈이었다. 국민학교 6학년이었던 나는 장희빈에 빠져 있었다. 그때 장희빈 역을 맡았던 윤여정의 얼굴은 지금도 생생하다. 나는 윤여정의 연기에 푹 빠져 있었다. 젊은 시절에도 윤여정에게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당시에는 친구 집에 모여서 노는 일이 많았다. 나는 친구들과 노는 게 너무 재미있었고 아이들에게 장희빈 놀이를 하고 놀자고 졸랐다.
장희빈 역은 당연히 내 차지였다. 나는 내가 반장이니까, 그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윤여정을 떠올리며 후궁인지, 상궁인지 배역을 맡은 친구에게 매우 앙칼지고 무섭게 소리를 지르며 뺨을 후려치는 시늉을 했다. 나는 너무 흥에 겨워 신이 났는데, 아이들이 그만 하겠다고 했다. 너무 아쉬웠다. 이제 시작인데 그만 하겠다니. 아니 왜애애애애~
친구들은 내가 너무 무서워서 못 하겠다고 했다. 그말을 듣고 관뒀다.
그 뒤로 드라마 장희빈은 계속 리메이크 됐고 당대 최고 여배우들이 장희빈 배역을 맡았지만 내게 장희빈은 윤여정뿐이었다. 윤여정만큼 매혹적인 악녀의 카리스마를 지닌 탤런트는 없었다. 그 후로 가장 근접한 탤런트가 이미숙이었다.
어느 프로에선가 윤여정이 예전에 장희빈에 출연했다고 하니까 어린 후배 탤런트가 무슨 역이었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윤여정과 장희빈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장희빈들 중 최고가 윤여정이었는데... 윤여정의 장희빈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별로 못 봐서 그게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조영남이 윤여정에게 못 생겼다고 했다던데, 조영남의 수준이 그 정도다. 조영남은 예전에 쟈니 윤쇼의 보조 진행자를 했던 적이 있다. 그때 한창 때인 소피 마르소가 게스트로 왔다. 조영남이 소피 마르소에게 뺨에 키스를 해달라고 했는데, 뺨에 키스하는 게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대단한 일이 아니라, 소피 마르소는 그냥 했다. 그랬더니 대단한 전리품이라도 얻은 듯 주먹을 치켜들고 예스를 외치던 모습이 매우 촌스러웠다. 소피 마르소는 나갈 때도 자연스럽게 조영남의 뺨에 키스를 했다. 해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소피 마르소에게는 뺨키스가 그냥 인사일 뿐이었던 거다. 뒤늦게 그걸 깨달은 조영남이 뻘쭘해하던 촌스런 모습이 기억난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쪽팔린다.
조영남의 생각과는 달리, 내가 기억하는 젊은 시절의 윤여정은 예뻤다. 장희빈 때도 예뻤고, 영화에서도 예뻤다. 김기영 감독의 "화녀"와 "충녀"는 성인이 된 다음에 본 영화인데, 윤여정은 그 당시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매우 에로틱한 장면까지도 소화해내고 있었다. 유리 탁자 위에서 벌어지는 정사씬을 밑에서 촬영했다. 충격적일 만큼 피학적인 장면이었다.
그렇게 대단했던 윤여정이 이혼이후, 복귀한 드라마에서 배역은 매우 보잘것 없어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본인이 말했던 대로 생계형 연기자의 시작이었다. 결국 재능은 튀어나올 수밖에 없나보다. 헐리우드에서도 주목을 받게 됐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