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6일에 사망한 엔니오 모리꼬네 다큐멘터리는 전주 영화제 동안 3차례 상영 됐는데 모든 횟차가 순식간에 매진됐다. 이 다큐 역시 프레스 배지에 할애된 좌석이 아니었으면 관람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영화를 종합예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음악, 미술 같은 타 장르와 협업이 없이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엔니오는 영화 음악을 작곡한다는 이유로 스승과 동료들로부터 오랫동안 비난과 무시를 당해왔다. 심지어 정통 음악에서 벗어나 대중음악을 택했다는 이유로 창녀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결국에는 현대음악의 거장으로 인정받았지만, 엔니오는 오랜 세월동안 자신의 재능과 명성에 어울리는 대접을 받지 못했다. 아카데미 역시 여섯차례나 후보에 올랐음에도 상을 주지 않는 푸대접을 했다. <미션>의 영화음악을 작곡했을 때 모두가 아카데미 상을 예상했지만 그 해 음악상은 <마지막 황제>를 작곡한 류이치 사카모토에게 돌아갔다.
엔니오는 2016년에 드디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에이트8>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다.
엔니오는 영화씬에 대한 설명을 듣고서 음악을 즉석에서 떠올리는 천재 작곡가였다. 시대를 앞서가는 작곡가였으며 젊은 세대 욕망을 짚어낼 수 있는 작곡가였으며 평생 음악밖에 모르고 살아왔다.
영화음악을 평생 할 거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진 않았다. 자신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 아내에게 10년만 더, 앞으로 10년만 더, 영화음악을 하겠다는 말을 몇 차례 반복했으며 평생 영화음악을 버리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미치자, 그 다음부터는 시한을 정하지 않았다.
엔니오 모레꼬네의 음악을 쓴 감독들은 특히 엔니오의 음악이 없는 영화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엔니오는 <황야의 무법자>에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음악을 작곡함으로써 서부 영화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원스 어폰어 타임 인 웨스트>에서 여자 가수의 고음와 함께 나오는 음악을 들을 때 마음이 설레이면서 하늘로 올라가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 황홀함 속에 삶의 슬픔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
세르지오 레오네에게 엔니오는 영화 동반자였으며 시나리오 구상까지 함께 의논할 정도였다. 이 다큐영화를 만든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 천국>에 나오는 잊을 수 없는 음악도 엔니오의 작품이다. 그의 영화음악은 지금도 젊은 세대에 의해 변주되고, 끊임없이 세계 곳곳에서 울려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