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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재스민 Aug 23. 2016

나를 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라이프 오브 파이>

사람은 타인이 없이는 살아가지 못한다. 타인이 없이는 자신이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인식하는 것은 타인의 반응을 통해서다. 그것이 sns에서 좋아요 하나, 별표 하나, 엄지척 이모티콘에 목매다는 이유다. 사람들은 앞에서 최고예요라고 외치며 뒤돌아 욕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는 관심이 없다.


아이들은 부모들이 반응을 보여주지 않으면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 자신이 만든 것들을 가져와서 부모한테 보여주는 것은 다름 아닌 부모의 반응을 원하기 때문이다. 영아기 유아기 때는 양육자의 반응이 그를 성장시켰다면 클 수록 그 반응은 좀 더 자신에게 권위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에게로 옮겨 간다. 영아들은 자신과 양육자를 별개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양육자를 자기대상으로 생각한다. 즉 자기와 대상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다. 나이가 들면서 엄마와 자신은 서로 독립된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자기와 대상이 분리되기 시작한다. 대상은 이제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하고 좋은 모델링의 역할을 하기도 하면 성장에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된다.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파이는 자신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호랑이를 살려둔다.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호랑이를 살리기 위해 부지런히 물고기를 잡아 호랑이에게 먹인다. 호랑이라는 대상이 있었기에 그는 시공간의 개념이 없어진 망망대해에서 자신에 대한 인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대상이 없다면 자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호랑이는 파이에게 신비로운 정령을 가진 존재라는 또 다른 의미가 부여된다. 어린 시절부터 파이는 호랑이의 눈을 응시하면서 호랑이와 자신 사이에  교감이 있다고 강하게 믿는다. 그는 이성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어떤 힘을 믿는다. 그는 모든 종교의 신이 결국엔 다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천신만고 끝에 뭍에 오르고 사람들에게 구조를 받았을 때 그는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운다. 호랑이는 자신이 믿었던 교감에 대해 응답하지 않은 채 떠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이는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목을 놓아 운다.


우리는 망망대해에서 생존을 도와줄 호랑이와 같은 존재를 하나쯤은 가지고 산다. 그것이 여러가지일 수도 있고 단 한가지일 수도 있다. 그것이 사람일 수도 있고 믿음이나 신념같은 추상적인 어떤 것일 수도 있다.  그런 대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조건이다.


-<신경증자 재스민의 영화로 버티기>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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