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할 때는 역설적이게도...

by 이화정

가장 행복할 때는? 역설적이게도 마이너스에서 제로가 될 때이다.

다시 말하자면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왔을 때란 뜻이다. 지금 이 이야기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직 무척 젊다는 뜻이다.


뭔가 성취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살다보면 그런 느낌이 몇 차례 오게 된다. 내 인생이 플러스가 되고 있다는 느낌일 때 뿌듯하다. 이제 드디어 나도 고생 끝 행복 시작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는 계속 발전할 것이라는 행복한 상상이 나를 더욱 붕 뜨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가치 있는 인간이 되었기 때문에 나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진다. 그래서 sns에 자신의 성장 이야기를 쓰고 현재 상태에 대해 묘사하고 음미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더 더 연장시키려고 한다.


그렇지만! 그 상태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하락할 때 불행하다. 상승하기 전보다 더 비참해진다. 실패자로 전락하는 느낌이 들 때면 자신을 향한 경멸감은 극치에 달한다. 실제로는 때려죽이고 싶은 심정이 될지라도 참아야 한다. 그 감정 또한 오래 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핵심이다. 자신을 존중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가 자신이라고 부르는 것, 혹은 착각하는 것 속에는 수많은 강력한 타인들이 옥시글 득시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가족 친구 등등. 그러므로 가장 강력한 적은 자신이라고 불러도 된다. 그 모든 것들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 한다. 그런 작업을 하는 순간 자신이 진짜로 분노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수면 밑으로 정신없이 하락했다가 수면 바닥에 닿았다고 느껴지는 순간, 오히려 마음의 안정이 찾아온다. 바닥에 오래 누워 있는 것도 사실은 불가능하다. 나의 감정은 등이 바닥에 닿았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양분을 찾아 헤맨다. 붕 떴던 기분은 가라앉고 이왕이면 휴식까지 취한다. 다만 이때는 몸이 한도 끝도 없이 쳐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이럴 때일 수록 의도적으로 더 잘 먹고 자신을 더 돌봐야 한다. 자신을 돌봐야 할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요새는 모두가 제 살기에 바쁘다.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옆집에서 누가 죽어나가도 모르는 세상이다. 자신을 가장 불쌍하게 여겨야 할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나의 세상에서는 내가 왕이 되어야 한다. 순간의 불행이 영원히 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행복도 불행도 지속되는 법은 없다. 그러나 저절로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나에게 힘든 순간을 버틸 힘이 있어야 한다. 버티기 위해서는 내가 왕이 될 수 있는 나만의 세상을 찾아야 한다. 나에게만 가치 있고 나에게만 의미 있는 것이 반드시 있다.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때, 그래서 플러스 마이너스도 아닌 제로의 상태로 복귀했을 때 삶은 다시 행복해진다. 그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달콤함과 안정감이 찾아온다. 아직도 긴가민가 한다면 그 예를 찾아볼까.


주식이 떨어져서 반토막 났다가 다시 살짝 반등해서 다시 반토막을 되찾았을 때 순간적으로 행복하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더 이상의 욕망을 발동시켜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운이 좋아서 완전히 원금을 회복했을 때, 가장 행복해진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물건을 되찾았을 때 행복하다. 물건을 처음 구입했을 때보다 더 행복하다. 어느 날 갑자기 멀쩡하던 부위가 아파오기 시작하고 몇 달씩, 혹은 몇 년씩 괴롭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통증이 사라졌을 때, 원래대로 회복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큰 축복을 얻는 것만 같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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