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모든 걸음은 빛나는 순간이었다》 2025 Re:Write
지나온 글을 다시 꺼내어, 지금의 마음으로 다시 씁니다.
"교수님, 학생회장 활동을 하면서 4년제 편입 준비를 같이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은 일이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2년제 대학 1학년 1학기가 끝날 무렵, 학과장이셨던 교수님과 나눈 대화다. 당시 나는 학생회장과 편입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나는 학생회장이 아닌 편입을 선택했다. 금융권에 취업해 자산관리사가 되기 위한 길이었다.
선택을 마친 후, 나는 몇몇 교수님들을 찾아뵙고 부탁드렸다. 학과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고 성적도 높게 유지하겠으니, 편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편입을 위해서는 학점 관리도 중요했으니까. 진심이 전해졌는지 교수님들은 기꺼이 허락해 주셨다. 수업이나 다른 학생들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라면 괜찮다고. 그 덕분에 나는 하루 24시간을 촘촘히 분배해 학과 공부와 편입 시험 준비를 병행해 나갔다.
학생회장이라는 다른 선택지는, 그 당시 CC였던 남자친구를 힘껏 응원하고 밀어주는 방식으로 남겨 두었다. 그는 원하던 학생회장이 되었고, 나는 바라던 4년제 경영학과에 편입했다.
4년제 대학에 발을 들이기까지 나는 일반적인 경로를 따라오지 않았다. 대부분의 스무 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지만, 나는 스물다섯이 되어서야 검정고시로 졸업장을 받았다. 늦은 감이 있었지만, 마무리하지 못했던 지난 의무를 완성하고 싶었다. 오랫동안 공부와 담을 쌓고 살았던 내가, 검정고시를 준비하면서부터 배움의 즐거움을 하나둘씩 다시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 작은 시작은 인생의 다음 장을 조용히 열어주었다. 검정고시 학원에서는 내 성적을 보고 2년제 대학 진학을 권했다. 끊어졌던 배움의 끈을 내 두 손으로 다시 단단히 묶어 이어갈 수 있는 기회였다. 그렇게 나는 곧장 2년제 대학에 입학했고, 배움의 끈은 자연스레 4년제 대학 편입으로 이어졌다.
고등학교 졸업은 내게 오랫동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었다. 늦게나마 마무리하고자 했던 그 마음이 예상하지 못했던 불씨가 되어 나는 새로운 세계에 다다르게 되었다.
우리는 학창 시절, 부모님이나 선생님으로부터 "열심히 공부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듣는다. 하지만 그 시절의 나에게는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 훨씬 즐거웠다. 공부는 그저 지루하고,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었을 뿐이다. 목적이 없는 노력은 즐거울 수 없었다. 생텍쥐페리는 말했다. "배를 만들게 하고 싶다면, 배 만드는 법을 가르치지 말고 바다를 꿈꾸게 하라." 공부 역시 마찬가지다. 그 이유와 방향을 먼저 보여주어야 했다. 공부를 가르치기에 앞서, 공부를 '하고 싶어 지게 만드는 꿈'을 먼저 심어주었더라면. 그랬다면 내게 공부를 더 일찍부터 반짝였을지도 모른다.
2년제 대학에 입학할 당시, 내 꿈은 그저 소박했다. 보통 스무 살에 대학에 입학하는 또래들과 달리 나는 여섯 살이나 많았다. 남들보다 늦었으니,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지내다가 졸업 후 평범한 회사에 사무직으로 취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내게 '소박한 꿈'이라면 꿈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대학에 입학한 지 며칠 되지 않아 1년 선배이자 학생회장이던 친구의 부탁으로 임시 과 대표를 맡게 되었다. 잠시만 도와달라는 부탁에 선뜻 수락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동기들 앞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저를 과 대표로 뽑아 주신다면..."
지금도 문득 생각해 보면 그 순간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결국 나는 정식 과 대표가 되었다. 세상 끝자락에 머물던 나를, 삶이 불쑥 중심으로 데려다 놓은 순간이었다. 나는 리더의 역할을 해본 적도, 앞에 나서는 사람이었던 적도 없었다. 사교적이긴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조용한 사람'으로 살아왔기에 그 상황은 내게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고, 되돌릴 수는 없었다. 심호흡을 크게 한 번 내쉰 뒤, 나는 결심했다. 흘러가는 삶의 흐름에 나를 맡겨보자고.
하고자 마음먹은 일에는 악착같이 달려드는 나. 반대로 관심 없는 일에는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는 나. 그런 내 성향은 예정에 없던 과 대표의 역할조차 성실하고 열심히, 끝까지 해내게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 내 안에서 자라난 것들이 있었다. 리더십, 책임감, 그리고 무엇보다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는 나. 이제 나는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아무리 연약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그 안에는 강한 용기와 힘이 있다. 단지 아직, 자신에게 그것이 있다는 사실을 모를 뿐이다.
삶은 가끔 우리에게 '이거 받아'라며 예상치 못한 선물을 보내준다. 그리고 때로는 우리가 먼저 삶에게 '이거 주세요'라며 용기 있게 말해야 비로소 받게 되는 선물도 있다. 예상치 못한 선물은 뜻밖의 기쁨을 주지만, 용기 내어 요청한 선물은 자기 신뢰를 가져다준다.
용기는 소망을 현실로 만드는 열쇠다. 혹시 지금, 바라는 것이 있지만 아직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오늘부터 조금씩 연습해 보면 어떨까. 당신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알라딘 램프 속 지니가 이렇게 말해 줄지도 모른다.
"분부만 내리십시오."
이 글은 《너의 모든 걸음은 빛나는 순간이었다 – 2025 Re:Write》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퇴고된 문장으로 다시 꺼내는 10개의 반짝임,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