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레이스 Apr 02. 2021

시간이 지나도 참 새롭다

더 시간이 지나면 이해할 오늘의 마음

프로젝트 100  하루 한 편 나만의 글 (10) 2021.04.02


정말 다채로운 감정이 드는 날이었다. 어찌보면 별일없이 지나간 날이고, 생각하고 계획한 일들을 생각한대로 소화해서 해결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실수투성이에 부실했던 부분이 드러나 부끄러운 순간도 있었다. 실수에 관대하지 못한 날들을 보내는 중이라, 요즘들어 나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많이 드는 날들이었다. '좀 틀리면 어때, 좀 실수하면 어때' 하고 관대해지라는 말을 듣고, 마음도 좀 여유를 가지려고 애쓰면서 보낸 하루. (그 와중에 사전투표까지 하고 왔다. 그걸 보면 마음에 여유가 많았다. 분명..)


저녁까지 체한 것처럼 등허리가 뻐근했고, 배가 많이 고픈 것도 아닌데 괜히 치킨을 시켜서 먹고, 좋아하는 예능 윤스테이 마지막 편을 웃으면서 보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즐거운 저녁을 보냈는데, 한 켠으로는 밀려오는 자괴감이 우울함을 만들었다. 부족함을 시간으로 때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탁월함을 가지지 못한 사람으로서 역시 시간이 만들어주는 건가 싶어 더 우울해졌다. 하지만 오늘은 스스로 밤에 일은 하기 싫었다. 어제는 했지만. 좀, 속이 울렁거리기도 했고..


그러다 유퀴즈 100회를 보면서 뽀로로 성우 이 선 씨 편을 보다가 오늘을 남겨야 할 것 같았다. 2021년으로 무려 18년째 뽀로로 성우를 하고 계신 이 선씨. 내 귀에는 다른 역할들도 익숙한데, 뽀로로 목소리로 들려주시니 정말 딱 알겠더라. 대학 때도 그렇게 늘 연습을 하셨다는데, 연습벌레가 만들어간 시간들이 결국 지금까지도 명품 목소리를 롱런하게 만들어준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것은 숙명이었던 것 같다고 하시는 겸손함.

그런데 문득 내 시간을 돌이켜보게 되서 눈물이 났다. 두서없이 일을 배우면서 시작된 사회생활, 혼나고 부딪히며 밤낮없이 일을 이어가다 지쳐 나가떨어지고, 또 어쩌다보니 결국엔 회사를 옮겨가며 커리어를 성장시킬 수밖에 없었던 나. 그 속에서 결국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개인의 삶을 점점 더 중시하게 됐었고. 나 스스로의 경력에 흠이 잡히지 않을만큼 얼마나 노력했나, 하는 부분에 뜨끔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정말로 가슴에 손을 얹으면, 좀 부끄럽기도 했다.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는 것이 왜인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얼마나 스스로에게 당당한가. 얼마나 내 일에 후회가 없을 수 있을까. 오늘 내가 했던 실수는, 과연 부끄럽지 않은 일인가.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을 잊고 있지는 않았나 자책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멤버들에게 미안해졌다. 아이돌 그룹이라면 퇴출감 아닌가 싶기도 할 정도로... 웃고있지만 웃는 게 아닌.


너무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것 아니냐며, 마음을 좀 내려놓고 숨을 깊게 쉬라던 요가선생님의 말이 생각난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돌이켜보고 반성했을 때 부족함을 느껴 마음이 점점 조급해 졌을 뿐, 그다지 또 몰아붙인 것도 아니었다. 정해진 시간에 할 만큼만 노력해도 어느 정도는 잘 되었다고 생각하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이번에 맡은 일에는 또 열심히 노력을 갈아 넣었는데, 이번에는 그 노력이 별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 지난 2주동안 내가 (법적인 것을 포함하여) 중대한 실수를 만들지 않기 위해, 모르는 내용을 이리저리 검토하고 조언을 구했으나, 그 내용은 반영이 되지 못했다. 그래도  많이 알게 되어서 아쉽진 않은데, 한편으로는 성과가 없는듯 해 좀 씁쓸하고. 직장인은 다 이렇긴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마음이 싱숭생숭, 들쑥날쑥한지 가늠하지도, 재지도 못한다.


시간이 지나도 연차가 쌓여가도, 스스로를 달래가며 일하는 것이 참 쉽지가 않다. 그 때마다 각기 다른 이유의 아쉬움이 쌓여 또 다른 마음의 구멍을 만든다. 또 이 파도같은 내 마음을 챙기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를 잘 유지하는 것도, 어찌보면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잘 하고 싶어서 생기는 조급함, 더 잘 하고 싶어서 나가는 급한 행동들이 더 큰 실수를 불러오고, 나를 믿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기도 한다. 알면서도 딱히 그것이 잘 제어가 되지는 않아서, 더 속이 상한다. 더 잘 할 수 있을 텐데, 왜 그럴까. 나는 왜 더 완벽하지 못할까.

나는 열심히 살았다고 할 수 있나? 아이유와는 많이 다르다...


생각을 뭘 해, 그냥 하는거지. 하던 연느의 말을 떠올린다. 그냥 해야지. 역시 감정이고 생각이고 너무 많이 이고지고 가는 것도 사치다. 할 일이 넝쿨처럼 우거져 있으면 그냥 하나씩 쳐나가면서 생각을 해야겠다. 그냥 해야겠다.


언젠가 나도  일을 만나게  것에 감사하게  날을 기다려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