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건강을 소홀히 한 현대인이 된 나이
지난 5월 초의 건강검진 결과서가 나왔다. 지난 연말부터 몸이 너무 안 좋기도 했고, 경고받은 것도 있어서 건강검진을 좀 일찍 잡아서 받았다. 염려하던 것은 현장에서 듣기도 했지만 너무 놀라 바로 병원에 가서 추가 검사를 받은 것도 있었다. 마음의 짐을 좀 덜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받아든 결과서에는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다른 함정들이 들어있었다. 이대로면 그냥 달려가다가 어느 구멍에 빠져 자빠져도 이상하지 않을. 너댓군데 처참히 뚫린 보고서를 들고 한참을 읽고 또 읽었다.
일을 놓으신 지 꽤 되신 아부지가 그토록 자주 이야기 하신 딱 한 가지가 건강. 엄마도, 다른 가족들도 모두 한 가지, 서로의 건강을 기도하는 우리 집. 그저 건강하면 모두 괜찮다고 하는데도. 그 건강 하나를 지키지 못했다니... 부끄러움과 죄송함이 몰려왔다.
스트레스를 핑계로 음주와 기름진 것, 많이도 먹었고. 운동은 열심히 하던 때와 안 하는 때가 극명한 차이가 있고. 우울하면 이불 속에 굴 파고 움직이지 않기가 취미. 배달음식 안 좋아하다가 최근 2년간은 친구가 되었고. 아침은 건너뛰고 보통 저녁을 많이 먹은 날이 많았다. 그것도 과음과 함께... 정신, 차렸어야 했는데. 좀 더 일찍.
겉보기에는 티 나지 않아도, 수없는 시간동안 쌓아온 것들이 이렇게 속에서 티를 남기고 있었으리라.. 생각하니 그 동안 말없이 묵묵히 주인놈이 하는 대로 버티고 버틴 몸에게 너무 미안하다.
당분간은 건강해지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잘 자는 것, 잘 먹는 것, 잘 내보내는 것, 잘 쉬는 것. 이거 모두 하면서 몸도 마음도 잘 다듬어보아야겠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잘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금지옥엽 키워서 서울로 보내신 엄마 아부지를 위해 꼭 건강해져야겠다. 건강이 최고의 효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