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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보통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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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Jun 13. 2022

몰랐던 것들

혹은 알았으나 잊었던 것들



집의 의미

주말에는 집에 다녀왔다. 정확히는 부모님이 살고 계신 고향 . 지금 내가 사는 집도 집인데. 친구는 '나도 집이야'라고 하는  말에서 내가 대전이라고 눈치채었으니. 우리에게 ''이란 어떤 의미일까.  순간 문득 , 하고 깨달았다. 뭐가 끓는지 딸랑딸랑 소리를 내는 냄비, 엄마의 분주한 발걸음이 있고 따뜻한 서향 빛이 가득 들어오는 지금 우리 . 가만히 내버려둬도 쑥쑥 크는 정글같은 식물들. 가만히 보면 모르는 식물도 척척  키우는 엄마야말로 척척박사. 척척박사 엄마표 백숙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몸을 움직이면 기분이 좋지

이른 저녁을 먹고 엄마에게 나가자, 나가자 설득해 잠깐 걷고 운동도 하러 나섰다. 집 근처의 어느 공원. 엄마는 크로스컨트리 기구를 무척 좋아했다. 너무 과격하게 움직이셔서 허리 다칠까 걱정될 정도.. 체어풀 이라는 기구는 앉아서 다리를 밀고 팔을 당기며 온몸으로 체중을 느껴야 하는 기구. 내가 팔 힘이 약해 부들거리자 엄마가 깔깔거리고 좋아했다. 젊은 것이 힘이 없습니다... 분명히 내가 명색이 근돼인데, 근육 다 어디로 숨었는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져 뛰어 들어오는 발걸음에는 우리끼리의 가벼운 추억도 뭍혀 들어왔다. 언젠가 기억 날.


해 본 것, 아는 것, 자신있게 해 보기. 기분 끌어올리기.

오늘 퇴근 후에는  앞의 공원에 나서 실컷 걸으려고 들어갔는데, 엊그제 보았던 크로스컨트리 기구가 눈에 들어온다. 이거, 엄마랑 같이 했던 거다,  이거   알아. 눈으로 알아보고 자신감 있게 올라선다. 귀에는 트와이스의 노래를 하나 틀어본다. 왠지 흥이 난다. 휘적휘적 신나게 저으며  분을 움직인다. 약간 땀이 나고. 공원 길을 돌던 분들도 하나둘  옆의 기구들로 들어온다. 같이 움직여요! 왠지  기분이 좋다. 실컷 휘젓고 자리를 비워준다. 공원 길을 따라 빠르게 걸으며 만보 채우기를  본다. 특별할 것도 없고, 날마다 힘이 들어도, 어떻게든 기운을 내서 기분을 올려보려고 애쓰는 엄마가 생각나, 나도 조금  기운내 움직여본다. 기분을 올려보자.  대단한  없이, 보름달 아래 운동도 하고 기분을 올릴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앞으로도 이렇게 하자.    없어도 만들어보자. 나중에도  사소한  같은 기억들이 우리를 다시 움직이게  줄거야. 뭔가 혹시 모를 대단한 일이 일상을 채워줄거란 꿈과 착각은 이제 없지만, 사소한 일들로  내가 스스로 행복을 만들  있다는 생각은  지니고 있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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