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에 밀려 입을 닫고 마음에 쌓아두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일을 하는 나의 순간 순간의 생각
일을 할 때 항상 생각한다.
주도적으로 끌고 가되 오만하지 않고, 끝까지 좋은 결과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내 그릇에 담은 것이 부족하면 그것을 빨리 인정하고 더 많이 채워 더 좋은 결과로 만들어주자고.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 일이 내 맘 같지 않은 때가 참 많다.
그릇의 크기를 시험당하거나, 그릇에 담은 것들까지 드러내 보여야 하는 일마저 생기고 만다. 혹은 보여줄 기회조차 생기지 않은 채, 힘의 논리로 대강 무시당한다. 나의 그것과는 상관없는, 상대방의 그릇에 의한 일들이 일어난다. 이럴 때에 참 마음이 좋지 않다.
왜, 왜 그래야 할까.
왜 상대방의 그릇이 쏟아놓는 것들은 옳고, 그가 보여주는 그릇은 크다고 여겨져야 할까. 잘못 되었다, 그 방향이 아니다 옳게 말하고 싶어도, 왜 이렇게 되고 있는지 말하고 싶어도 쌓아놔야 하는 시간들이 야속했다. 그냥 그런 채로 쌓이고 있는 나의 시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 시간, 내가 좀 더 주체적으로 쓰고 좀 더 나아가는 선택을 하지 못했다.
미뤄두고 쌓아두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그래서 오늘은 쌓아두었다가 정리를 하는 선언을 반 정도 했다. 이대로 끌려가다가는 제대로 된 것은 펼치지도 못한 채, 아까운 나의 시간과 많은 사람들의 신경만 가져다 쓰고 버리는 꼴이 될 것 같았다. 그의 그릇에 담긴 것들은, 안타깝지만 참 볼품없었다. 제대로 되었다고 하기에는, 구차하고 쓸모없는 내용들이었다. 그것을 한다고 여러 사람을 동원하고 품을 들여 자랑하듯 펼쳐보이기에는, 매달리는 사람들의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일부 선언을 했다. (결정권이 있는 분에게 상황을 고스란히 남겼다.) 하는 수 없는 듯이 만들었지만 바라는 결과는 같으니. 상관없다.
언젠가 내가 결정해 주는 사람이 되었을 때, 이렇게 하자.
불편하지 않은 상황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하고 싶다. 마음 닫거나 다치거나 하는 일도 없이, 매끄럽게 능선을 넘어가는 그림을 그려가고 싶다. 그렇지만 세상 일 모두가 그러하듯 아마 그것은 내 생각대로 순탄치 않겠으나. 하는 데 까지는 해 보고 싶다. 현명하게. 부당한 일 없이, 홀로 마음 다치고 주눅드는 사람 없이. 다음에 닥칠 어떤 경우에도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들로 만드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내가 가진 것을 다 보여주는 것보다, 내 그릇보다 큰 그릇들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 같다.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럴거다. 세상은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