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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Jun 15. 2022

그게 전부는 아닌 것

나도 이렇게 평가받고 싶지 않은데


상반기 평가 시즌을 지나며 든 생각


회사에서 상반기 업무 평가 시즌이 도래했다. 각자의 업무와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달성했는지, 성과는 어땠는지, 이런저런 코멘트를 덧붙여 평가를 받는다. 동료들의 평가를 피드백으로 받기도 한다. 이 피로한 과정을 모두 거치고 나면, 자연스레 한숨이 나온다. 지나갔다, 지나갔어..


어려서부터 다 클 때까지 시험을 보던 삶은 직장에 다니며 제 능력껏 돈을 벌고 밥벌이를 충분히 하는 나이가 되어도, 다른 사람과 수단에 의해 마련된 '평가'를 떠나지 못한다. 사람이 익히고 배우고 삶을 살아가는데 준비하는 모든 활동들이 교과서로 배우는 학습으로만 평가받는 것이 억울하듯이. 사회에 나와 일을 하면서 내 능력을 펼치는 과정에서도, 특정 기준에 의해서 잘했다 못했다를 평가받는 것은 여전히 별로라는 뜻이다. 결과가 마뜩치 않아도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은 무한히 많을 수 있으며, 얼마나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는지, 내가 얼만큼 더 성장할 그릇을 키웠는지, 그런 것들을 다 헤아릴 수 없지. 또 어디서 상처를 받았는지, 무엇을 극복해야 하는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은 일은 무엇인지... 이런 일들은 그 단순한 평가 과정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주로 슬픈 것들은 속으로 품어지고, 긍정적인 것들이 밖으로 꺼내어진다. 조직마다 이유가 있는 기준이 있겠지만, 대체적으로는 매출이나 성과, 숫자가 중요하다. 나머지는 내내 챙겨가며 달랠 뿐, 평가 앞에서는 중요치가 않다. 점점 더 직장인 수명이 짧아지는 세대다. 이제 앞으로는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일까. 무조건 1등, 좋은 학교, 완벽한 스펙, 이런 것들이 그 사람을 완성해 주는 것은 아닌데.


연초부터 사람 때문에 이런저런 일들을 겪다보니 참 생각이 많아진다. 여하간 어느 환경에서건 사람이 중요하다. 좋은 사람을 잘 만나는 환경도 참 중요하다. 개인에게도 많은 영향을 준다. 그 개인들이 만들어가는 조직에도 큰 영향을 준다. (이래서 요즘 조직, 인사, 성장 이런 것에 관심이 커지는 듯) 큰 회사를 다니면서 보다 보면 특정 연령대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소위 엘리트 학교들을 나온 분들이 특히 많이 모인 세대가 있는데, 그 중에 인성이 올바르고 예의바르고 사람들과도 잘 지내며, 일을 프로답게 처리하고 계속 더 나아가려는 사람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예의바르지만 잘못된 말을 한다던지, 일을 프로답게 하지만 불필요한 고집을 부려 진행을 방해한다던지, 큰 목소리와 위협이 되는 말투, 강요와 압박형 커뮤니케이션을 피부처럼 지닌 분들도 종종 만난다. 그런 와중에 살아남자니 나는 한낱 창호에 바르는 한지 같은 존재다. 손으로 지긋이 누르기만 해도 구멍이 나 버리는. 고약한 엘리트들 사이에 버티기 힘든 창호지의 하루가 이렇게 또 가는구나.

창호지같은 나의 스트레스 해소. 요즘 요가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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