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할 수 있을 모든 것을 동원해 나머지는 얻어간다
내가 생각했을 때 나의 장점이자 특기 중에 하나는 심각한 상황에서는 판단이 빠른 편이라는 것이다. 아침 출근길에 옷 고르고 뭔가를 먹을까 말까 고민하는 것에는 시간을 버릴지언정. 지금 내가 이걸 안하면 어떻게 될 지 모를 그런 상황에서는 선택을 빠르게 한다. 어찌 보면 그 비슷한 상황에서 꾸준히 혹독하게 훈련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어제 나는 모 강사님의 블로그 글과 응원 댓글 덕분에 템포와 함께 무사히 다이빙을 마쳤다. 다만 수온이 문제였다. 수온이 차도 너무 찼다. 기본 체력도 안 되는 주제에, 몸을 따뜻하게 보해줘도 모자를 상황에 16도 수온에 30분 넘게 세 번이나 들어갔다 나왔으니. 몸이 성질 내지 않으면 이상하지. 여하간 어제 저녁부터 스물스물 다시 미열이 올라왔고, 맥주 한잔과 소주 한잔을 먹은 죄로 강사님과 시까지 나가서 이부프로펜 계열의 해열진통제를 구해다 먹었다. 식은땀을 비처럼 흘리고 열은 겨우 내렸으나 밤새 뒤척여 컨디션도 별로고, 몽롱한 기운에 아침부터 수온 낮은 물에 들어가자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따당. 한 배에서 두 탱크 연속으로 소화하는 방식이라 더 힘들 것 같았다. 일단은 쉬자. 결론을 내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아무래도 안될 것 같다고 결론 내리고 오전에는 쉬겠다고 했다. 사실 오후 컨디션도 아무 기대가 없었다. 오후도 쉴 수도 있지 뭐,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몸이 말을 잘 들어 점심 즈음 좀 활력도 있고 또릿또릿 움직일 수 있게 되어, 남은 한 탱크는 하겠다고 했다. 마침 나이트록스(Nitrox) 다이빙을 하기로 하여, 산소 비율(EAN) 과 최대 잠수 깊이(MOD)를 적은 나의 공기통을 가지고 갈 준비를 했다.
에너지를 얻어 미리 준비도 빠꼼히 해서, 이상없이 준비도 마쳤고. 물에 들어가서도 차분하게 쭉 잘 마치고 올라왔다. 완전히 맘에 들지 않는 순간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조금 잘 했다고 생각하는 부분들도 많았는데. 베테랑 강사들이 이제는 잘 한다, 고 칭찬해 주셔서 한결 마음은 놓였다.
세계 어디에도 뒤쳐지지 않을 연산호밭과 끝없는 감태밭에서 써지를 탈 수 있는 문섬, 그 곳의 두 탱크는 포기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준비를 해서 내가 얻어갈 수 있는 배움과 경험은 잘 거두었다. 건강관리는 영원한 숙제로 남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꼭 하자'는 은연중의 평소 내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 날이다.
다이빙이 참 쉽지 않지만, 노력하는 만큼 또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배운 것이 많다. 다이빙 하는 과정들에서 든 생각들은 다른 글에서 풀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