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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Jun 28. 2022

나를 가다듬고 나아갈수록

큰 바다가 그대로 나에게 다가온다



지난 주말 동안 제주 서귀포 섶섬 일대에서 다이빙을 했다. 작년, 올해 수영장에서 연습하고, 또 바다에서 실전에서 확인하고 또 회고하며 기록해 온 시간들. 준비가 부족해 허둥거리고 뭔가 시작부터 끝까지 불안했던 순간들, 물 속에 들어가면서부터 나올 때까지 어딘가 쭈뼛거리고 자신감이 부족했던 시간들. 예상하지 못한 이슈에 휘청거리고 나의 장비 세팅, 현재 상태 대비 바로 바로 대응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던 부분들. 그런 부분들이 다수 해소되었달까. 여유있는 시간 동안 꼼꼼히 부지런하게 준비해서 빠짐없이 챙기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연습했던 것만큼, 또 이제 너무 신경쓰지 않고 자신있게, 자연스럽게 유영하면서 아쉬움 없이 그 순간의 바다를 즐기고 오려고 했다. 수온이 추운 편이었지만 (25미터권 16-17도 정도) 매 분 매 초, 쉴 새 없이 펼쳐지는 자연의 거짓없는 모습들을 그대로 눈에 담고, 모든 모습을 기억하려고 차분하게 지나갔다. 쉼없이 파닥거리고 움직였던 때보다, 공기를 아끼며 호흡을 가다듬어 나를 최대한 커지지 않게 했다. 그랬더니 바다가 그대로 모두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가만히 부력을 잡고 작은 나보다 훨씬 큰 바다를 그대로 눈에, 가슴에, 온 몸에 담아왔다. 마구잡이로 난리였던 나를 가다듬고 차분하게 나아가니,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더 많이 다가왔다. 물고기도, 감태도, 산호도, 조류의 흐름도, 심지어는 돌바위 지형도, 벽 조차도 다르게 보이고 새롭게 느껴졌다. 내가 나를 계속 다듬으면, 이렇게 다가오는 것들이 달라지는구나. 사실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는데. 내가 꾸준히 나를 다듬고, 바로잡고, 나아가야 하는구나. 나에게 주어지고 쏟아지는 큰 세계의 많은 것들을 내가 받아들일 준비를 스스로 끊임없이 해야 하는구나. 갑자기 그런 것들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처럼. 내가 나를 붙들고 정제하는 것만큼 더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많아지겠지. 다이빙 타임 30분, 짧지만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역시 다이빙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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