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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Mar 28. 2019

좋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 것

적극적이고 영리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하루 일과

커머스 회사의 기획 노동자는 오늘도 참 다종 다양하게 문제 해결하러 다니느라 숨 돌릴 틈 없이 힘들었다. 


체력이 달려 점심에 출근했더니, 메신저를 타고 오는 이슈의 스멜... 개발자들이 자리로 우르르 몰려와서 이러쿵저러쿵 방법론을 떠들다가 주변에 민폐 수준으로 시끄러워서 회의실에서 백 분 토론. 내가 서버 개발을 배워야 하나, 싶은 생각을 오늘도 또 할 정도로... 하여간 말이 많아 시끄러웠다. 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생각은 늘 충분하나. 때로는 피곤하기도 하다. 우리 옆자리에서는 '싸우는 줄 알았다'고도하고. 우린 이게 일상적인데. 남들 눈에는 시끄럽고 싸우는 사람들로 비치나 싶어서, 코로 한숨을 크게 한 번 쉬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줘서 너무 고맙고 든든하다'라고 피드백을 드렸던 게 불과 엊그제인가 싶은데, 역시 사람은 늘 편하고 싶고 누군가 정해주는 대로 하고 싶은 건 마찬가지인가 보다. 그 마음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각자의 몫이 있는데.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어쩔 수 없지 싶어 접어둔다. 함께 갈 사람들이라면 그래도 답답하고 이기적인 곰탱이들보다는 적극적이고 영리한 여우들이 낫지 싶어서. 참으로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퀄리티 자존심'도 높은, 누구보다 '욕심 많은' 여우들임을, 익히 알기에. 이쯤이야. 

오후 늦게 못돼 먹은 하이에나들이 덤빈다. 늘 그렇듯 콘텐츠가 안 나온다고 징징거리는 장애 신고건을 들여다봤다. 아연실색. 옵션을 3만개 넘게 등록했고 개발자들이 기억도 안 하는 최대 옵션 뎁스를 초과해 등록했다. 어째서 이렇게 다른 서비스에 영향을 줄 것을 고려하지 않고 일을 벌린 후에 티를 내는 걸까... 그건 둘째치고 방송 프로그램 연관 이슈인데 우리 쪽에서는 아무것도 공유받은 게 없다. 이대로 라이브 되어 서비스 불가로 한밤중에 연락이 왔다면... 아찔하다. 진짜 이러긴가. 하이에나들은 먹을 것만 노리고 마음대로 안되면 주변에 화만 낸다. 그들은 딱 하이에나 같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딜 호출 정보가 없는 대량 인입'이 몇만 건이나 치고 들어온다. 딱 봐도 크롤링인데. 퇴근시간이다. 보안 쪽에 메일을 남기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같이 가서 좋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이게 일을 하는 건지 타이핑하고 말하러 나오는 건지 모르겠는데 월급날은 언제 오나. 기획자의 롤? 그래서 그게 무엇일까. 소통창구?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대신 싸워주는 사람?  잔다르크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건 왜일까.

나는 예전부터 '아이폰을 쓰는 사람들'의 성향에 대해서 탐구하고 있는데, 그들은 대개 '열린 마인드의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타인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 같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우리 셀 담당자들은 거의 아이폰을 쓴다. 우리는 마음이 잘 맞는 걸까? 우리는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대문은 어쩌다 아이폰 사용자만 모인 날의 기념샷.똑같은 아이폰인데 참 각양각색의 케이스를 장착했다. 각자의 개성이 잘 드러난다. 그럼 단지 아이폰만 쓴다고 해서는, 서로 잘 통한다고 볼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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