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편 시 필사] 그대 생의 솔숲에서

2019.04.13 그대 생의 솔숲에서 - 김용택

by 그레이스
손으로 읽는 시
하루 한 편, 시 필사


스물일곱번째날 (2019.04.13)


지나간 필사 기록이 아까워 다시 올리는 글입니다.


오늘의 시


그대 생의 솔숲에서

- 김용택


나도 봄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에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솔숲에서

무엇을 내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가장자리에 잡아두리

솔숲 끝으로 해맑은 햇살이 찾아오고

박새들은 솔가지에서 솔가지로 가벼이 내리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 거기 이는 바람이여

찬 서리 내린 실가지 끝에서

눈 뜨리

눈을 뜨리

그대는 저 수많은 새 잎사귀들처럼 푸르른 눈을 뜨리

그대 생의 이 고요한 솔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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