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시인선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
손으로 읽는 시
하루 한 편, 시 필사
2019.06.27 목요일
오늘의 시
여름 - 권대웅
연못 속에 구름이 살고 있었다
자신이 쏟아부었던 분량의 소나기
그다음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무거운 지게를 지고 살았으면
소금쟁이가 됐을까
1초에 자기 몸길이 백배나 되는 거리의 물위를
가볍게 걸어다니는 소금쟁이가
물속에 사는 구름의 생에 앉아 있었다
저녁이면 풀섶에서 쓰르라미가 울었다
종일 두 앞발을 비비며 우는 소리
흐르는 시냇물에 번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여름 한철 온 생을 비비고 있다
그림자 한 점 없는 뙤약볕 시골길을 걷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미루나무 꼭대기
파란 연못에 내 전생이 환하게 보이다
까무룩 구름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아무도 없는 시골길
너무 환한 생의 정면과 적막이 무서워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