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시인선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
손으로 읽는 시
하루 한 편, 시 필사
2019.06.28 금요일
오늘의 시
하얀 코끼리
- 권대웅
하얀 코끼리가 오고 있다
상앗빛 환한 공을 등에 얹고
나부끼는 노을의 언덕과 구름의 사원을 지나
하얀 코끼리가 걸어오고 있다
거뭇거뭇 어두운 풀잎들이 자라는 하늘 지평선
조심스레 코로 말아올린 하얀 공을
허공으로 밀어내면
코끼리를 떠난 공과 내가 뻗은 손이
아득히 아스라이 먼
어느 생을 이어주고 있는 것일까
매일 밤 하얀 코끼리가 와서 던지는
공을 받는 것은
이 세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것을 알아가는 일
보이지만 언젠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배워가는 일
하얀 코끼리의 등에 얹힌 하얀 공을
끊임없이 찾고 있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