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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e M K Jeong Nov 14. 2019

개발협력과 지역조사(11)

[원칙, 기준, 그리고 낯선 땅에 대한 이해]

개발협력의 시작은 지역조사에서부터라는 이야기는 (7)째 글에서 언급했다. 무엇이든 처음 접할 때 사람들은 당황하고 심리적으로 불안해한다. 지역조사도 마찬가지이다. 낯선 땅에 가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서 무엇인가를 알아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어찌할 바를 모른다. 또 내가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모르는 경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가장 난감하다. 약속된 장소에 가서 약속된 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이미 사전에 모든 것이 준비되었고, 누군가에 의해 제한되거나 여과(filtering)된 자료만을 얻게 되는데, 진실과 다른 상황의 자료를 얻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확한 정보나 자료(여기에서 정확하다는 의미는 진실/사실에 가까운 자료)가 중요한 것은 개발협력의 전략적 접근을 위한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즉 원칙과 기준을 수립하는 기초 자료이기에 최대한 사실/진실을 근거해야 개발의 목적(기준점), 진행 방법 등과 같은 적합한 전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서 지역조사는 여과된 정보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 직접 사실과 가장 근접한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의견과 상황들에 대한 자료 및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내가 처음 개발협력을 위한 지역조사에 참여할 때 독일인 슈퍼바이저가 꿀팁을 주셨다. 새로운 마을에 들어가면 우선 구멍가게(마을 상점)를 찾아가서 가장 저렴한 물건(껌, 음료수, 담배 등)을 구매한 후에 그곳에 앉아서 마을의 오가는 사람들과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관찰하라는 것이다. 특히 빈곤지역에 들어갈 때는 ‘기다림’의 정석을 철저히 지키라고 했다. 왜? 빈곤지역의 경우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고, 또한 낯선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이 높기에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먼저 알려야 한다. ‘기다림’의 시간들이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경계심을 해체시킨다는 것은 돈이 아닌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 한다. 내 경험에 의하면 세상에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진심을 얻는 것이었다.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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