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과 질병의 문제(2)

새로운 일상(New normal)과 개발의 연습(4)

by Sue M K Jeong

‘내일 당장 굶어 죽을지도 모르는데, 질병에 걸려 몇 년 후 죽게 될 것을 걱정하라는 것입니까?’ 살면서 내 마음에 비수처럼 꽂혀 있는 말이다.


1995년 내전 중이던 나라에 들어가 활동할 때, 성매매를 하던 어느 소녀에게 들은 말이다. 수도의 외각을 감싸 도는 10Km 정도의 70번가(지금은 없어진 거리), 좁은 도로를 가운데 두고 양편에 쪽방 수백 칸이 줄을 서 있었다. 낮에는 사람이 사는 곳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조용하다. 해가 지고 저녁이 되면 붉은등이 하나둘씩 켜지면서 순식간에 화려한 번화가로 바뀐다. 어디서 그 많은 사람들이 숨어있었을까? 예쁘게 차려입은 소녀들이 집집마다 서너 명씩 문간에 나와 앉아있거나 서있고, 그 사이사이를 군인과 경찰 그리고 덩치 좋은 사람들이 앉아 지키고 있었다. 유엔 평화유지군이 진입한 후 정부가 특별구역으로 정한 곳이다. 이곳에 사는 소녀들의 99%가 AIDS/HIV 환자였고, 나는 독일인 슈퍼바이저와 함께 보건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기초조사를 하러 들어갔다*. 그리고 만난 몇몇 소녀들에게 들은 말이 ‘우리는 내일 당장 굶어 죽을지 모르는데, AIDS로 2-3년 뒤에 죽을 것을 걱정하란 말입니까?’하면서 조사와 검사를 거부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저리고,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느라 머리가 너무 아팠다. 내가 처음 현장에 들어가 만난 소녀들이었다.


그 어린 소녀들은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 굶어 죽게 될 것과 질병으로 죽게 될 것 사이에 단 한 치의 고뇌도 없었다. 그들은 이미 굶어 죽는 경험앞에 서 봤고, 질병보다 더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았버린듯 했다. 그때까지 나는 한 번도 걱정해 보지 못했던 것이었고, 나의 철부지 같은 생각과 질문들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지금도....


25년 전,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질병은 걸려도 2년~10년은 살았다. 물론 어린아이는 10년을 살지 못했지만... 지금은, 걸리면 3개월을 버티기 어렵고, 완치되어도 후유증에 시달려야 한다. 어디에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새로운 일상은 무엇일까. 어떻게 수립해야 하나? 새로운 일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새로운 원칙은 누가 어떻게 세우나? 정쟁(政爭)은 미래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도리어 다음 세대에 커다란 희생을 요구하는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오늘 우리의 현실에서 이미 경험하고 있을지도...


발전된 국가로 가는 것, 잘 사는 국민이 되는 것, 잘 사는 개인이 되는 것은 혼자서 독단적으로 가능하지가 않다. 다수를 위한 논쟁이나 중립적인 비평을 받아 들이고 수용할 수 있는 관용이 필요하다. 지적질을 한다고 무시하거나, 이해관계에 따라 봐주고 편가르기를 하는 것은 미래에 발전된 국가나 개인으로 남는데 장애물이 된다.

질병이 재난으로 이 시대를 뒤덮은 지금이 개인이나 사회 국가에게 변화하는 세상에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를 고뇌하게 만들고 있다. 기회이다!!!.


(* 조사활동이 위험했었다는 사실은 몇 년 후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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