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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e M K Jeong Oct 23. 2020

자가격리 중에 약 처방

기저질환(고혈압/고지혈, 당뇨 등등) 규칙적 복용될 약..

CDC 권고에 따르면 기저질환자(고혈압, 고지혈, 당뇨 등등)는 자가격리 전에 필요한 약 2주 분량을 처방받아 둘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입국자는 공항에 도착하면 바로 격리조치가 실행되는 것이기에 약 처방을 받을 시간이 없다(나도 가족력이 있고 나이가 되니 기저질환이 하나씩 둘씩 나타난다. 그래서 약을 좋아하지 않아도 어찌할 수 없이 먹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리고 해외 체류가 2개월 이상이라 보통 2주 분의 약을 집에 두고 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고려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귀국 후 처방을 받아야 했다). 

 

자가격리 첫째 날은 이미 2주가 넘게 먹어야 할 약을 먹지 못한 터라 마음이 조급했다. 코로나 19 역학조사 및 검사를 하는 날 (1) 역학조사관에게 기저질환 약을 먹어야 한다고 전달했더니, (2) 진료병원에 먼저 전화해서 대리처방이 가능한지 문의하란다. 병원에 전화하니 당연히 “No"라고 했다. 더욱이 대리처방은 직계가족이 아니면 안 된다(나의 직계 가족은 부모님:부-중증치매로 요양원 거주. 모-하늘나라 거주). 그래서 지인이 받아 우편으로 전달해주면 안 되겠냐? 고 했더니 무조건 "No"하고 전화는 끊었다.

셋째 날 (3)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을 때 병원에서는 전화로 대리진료 불가하다고 했으며, 본인은 약을 불가피하게 먹어야 한다고 설명을 했다. 그랬더니 담당공무원과 상의하고, 안되면 다시 연락하란다. (4) 담당 공무원과 상의를 했더니 보건소 직원과 연락하란다(핑퐁게임 시작). (5) 보건소 직원과 통화했더니, 다시 전화를 하겠단다. 담당공무원 사이를 왔다 갔다(이미 동일한 이야기만 10차례 넘게 했다) 그러다가 (6) 보건소에서 누군가 전화를 해서 원망의 목소리로 “해외 입국자시면, 그 나라에서 처방을 받아 오시지 왜 한국에 와서 받냐”라고 했다. 내 귀를 살짝 의심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저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서울시민인데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했다. 그 보건소 직원은 귀찮은듯한 목소리로 다시 전화를 걸겠다고 하면서 끊었다. 잠시 후에 (7) 담당공무원이 전화가 왔다. “약 처방받았냐?”고해서 ‘아직이요’ “보건소 직원이 다시 연락할 것이에요 혹시 연락이 오지 않으면 저에게 다시 전화해주세요”라고 끊었다. 1시간 후에 (8)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했다. ‘어느 병원이든 상관없으니 정기적으로 먹어야 하는 약을 2주를 못 먹었고 처방을 받도록 도와주세요. 지금 기저질환 통제가 되지 않습니다.’하고 사정을 했다. 결국 (9) 보건소 직원이 연락이 와서 어느 병원인지 알려 달란다. 그 후 약 처방까지 5번 정도 더 보건소 직원과 통화를 했다. 약제비, 진료비는 송금을 했고, 다음날 약을 받을 수 있었다. 2020년 대한민국의 자가격리 중에 있는 기저질환자가 약 처방받으려면.. 담당한 공무원도, 보건소 직원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핑퐁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실제 상황이다(사례에 대한 대책이 없었던지, 담당자들이 숙지를 하지 않았던지 둘 중에 하나, 나의 경험으로는 대책 없었던 것 같음).

 

코로나 19 바이러스 혹은 다른 질병이 세상을 덮어서 많은 사람들이 급하게 자가격리 상태에 들어갈 경우(우리나라처럼 감시하에) 제대로 준비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 대한 준비를 위한 Plan B가 정책적으로 반영되어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기저질 환자이면서 직계가족이 없을 경우, 약 처방과 같은 일은 유연성을 갖고 가까운 지인을 포함해 형제자매가 대체할 수 있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참고로 혈육이지만 형제자매는 직계가 아니다).  

* 대리진료와 처방 그리고 약을 받을 수 있게 해 준 보건소 선생님께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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