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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e M K Jeong Nov 10. 2020

개발을 훔치는 이들

[에세이 2] 작은 생각들을 모으는 일

가난한 이들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일하면서 가난한 이에게 가야 할 것을  조금 빼서 쓰는 행위는 명백한 도적질이다.

도적질을 하면서도 그것이 도적 행위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되는 것은 가난한 이들을 돕는다는 명목이 크다 보니 부도덕한 행위는 살짝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행위사실"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돕는다"는 용어가 내포하고 있는 우월감은 차별을 동반한다.  즉 있는 자라는 권위 의식이나 우월감을 명예로운 듯 포장해 주는 용어가 바로 누군가를 "돕는다"로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돕는다"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부족한 제 자신을 알게 되면 누가 누구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인지.. 그래서 나는  '함께 하다'라는 용어를 쓴다.

얼마 전 가까운 지인과 한 권의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면서, 기부에 대해서 논한 적이 있다. 그 지인은 ["기부는 먹을 것 다 먹고 남은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생활하는 중에 절약을 해서 기부하는 것이  맞다"는 것을 새삼 깨닫았다면서... 왜 내가 '기부'에 대해 이야기할 때, '기부의 정의가 무엇이냐? 며 흥분하며 논쟁을 피하려 했는지 알겠다고...] 고맙게도 나의 지인은 내 맘을 이해 주었다. '기부'라는 용어도 잘 못 쓰게 되면 권위나 우월감을 표현하는 용어로 전락하기 쉽다. 즉 말할 때 '기부'란 용어와 주변의 표현이 조화가 잘못되면 역락없이 우월감의 상징이 된다. 그렇다면 우월감이 나쁜 것인가? 그렇지 않다. 다만 "우월"이라는 단어에도 상대방보다 차별된 위치에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에, 경제적 혹은 사회적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할 때는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

 

개발의 도적들이 일반적인 논지는 이렇다.  [가난/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일도 어려운데 그들에게 제공되는 것 중 일부를 활동비나 진행비로 쓰는 것이 무엇이 잘 못되었는가?이다].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사람도 사람이니 먹고살아야 하고 최소한 생존을 위해 쓰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다. 다만 가난과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하겠다고 명예로운 약속을 한 사람들은 어느 정도 가난/고통에 동반할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이고, 그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그 일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몫을 최소한으로 이용하는 것이 정당하냐고? 그렇게 조금씩 바늘에서 소로 가다 보면 도적님이 되는 것이 아닐까?


물론 현실적으로 가난/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을 위한 생존을 위해 뚜렷한 기준을 세우고(단체와 개인 그리고 기부자들 간의 합의하에), 그 기준에 따라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고통스러운 삶의 역정을 걸어가고 있는 어떤 이가 받아야 할 몫을 중간에 자신의 것으로 갈취하는 행위나,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하는 자리에 정직하지 못하고 편 가르기 하는 것. 능력도 없으면서 형식만 갖춘 전문가로 나서는 것 등등이 도적 행위라고.... 말하고 싶다.


30년 전부터 개발도상국가들이 선진공여국의 개발 비용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한 일이 있다. 즉 유상(저이자로 빌려주는 지원)과 무상(공짜로 지원하는 것)으로 선진공여국이 지원을 해 주면서 동시에 사업 관련한 전문가들을 파견했고, 그 파견 비용을 지원되는 개발 비용에서 지불했다. 심지어 전문가 파견 비용이라는 것이 터무니없이 높아서 개발비용의 30% 이상을 선진공여국이 활용하는 꼴이 되었다. 그것을 보고 개발도상국 공무원들도 국가의 월급을 받으면서 별도로 개발협력 활동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비용을 떼어 갔다. 결국 실제로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장 떼고 포 떼니' 전체 예산의 30%...(지금 중국도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면서 과거 선진공여국이 했던 잘 못된 방식을 그대로 하고 있다).


나는 타인이 마땅히 가져야 할 것을 우아하게 빼앗아 오는 개발의 도적은 아닌지? 타인을 돕는다고 스스로 우월감에 빠져서 자신의 부족함은 외면하고 있지는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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