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재 감성의 음악들에 대한 생각

by Yameh

지난 토요일 나는 친구와 같이 우면산을 올랐다.

우면산은 그냥 뒷산이거나 언덕이라 생각했던 친구는 생각지도 못한 소망탑을 향하는 우면선의 가파름에 연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나는 그런 친구에게 '그래봐야 30분만 가면 정상이야. 숨이 터질만하면 꼭대기에서 서울의 다른 모습을 감상할 수 있으니까 조금만 더 가면돼' 하고 연신 에너지를 북돋워주었다.

북한산도 쉽게 오르는 친구인데 처음부터 맞닥뜨리는 생각보다 긴 계단과 가파른 언덕에 놀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면산은 나에게 가파른 호흡도 선사하지만 또 나에게 가파른 호흡과 함께 새로운 사유를 가끔 선사하는 고마운 산이기도 하다.

예전에 알던 어떤 미국 친구에게 내가 좋아하는 곡 중 하나라고 Hootie and the blowfish의 'hold my hand'를 들려준 적이 있었는데, 피식 웃으며 '넌 아재가 맞구나' 이런 이야기를 나에게 한 적이 있었다.


산을 오르다 문득 위에서 이야기한 바로 그 'hold my hand'가 떠올랐는데 아마도 친구가 헉헉대는 걸 보고 손이라도 잡아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게 아닌가 싶다.


'Hey, Buddy. Hold my hand. I know you're struggling' 뭐 이런 식인 거지.

%EC%9A%B0%EB%A9%B4%EC%82%B0_20260131.jpg?type=w1 소망탑에서 바라본 서울의 모습

그런데 문득 요새 읽은 웃긴 글이 생각났다.


2025년 말 Spotify Wrapped에 Listening Age라는 항목이 있는데, 그게 “내 취향이 특정 연령대의 발매년도(혹은 음악적 분포)와 얼마나 맞물리는지”를 보여주는 식으로 나오더라.


그걸 소재로 “Gen Z인데 70~80년대 쪽으로 찍히는 경우가 있다”는 식의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정확한 출처를 하나로 특정하긴 어렵지만, 이런 얘기가 도는 배경 자체는 저 Listening Age 기능이 만들어준 농담 같은 구석이 있다.)


그러니까 2010년대 중후반만 해도 내가 주로 듣는 70-90년대 음악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재 취향의 음악을 듣는다고 핀잔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2020년대 중반이 되니 난데없이 어린 친구에게서 “멋진 음악을 많이 아는 아재”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칭찬인지 아니면 비꼬는 것인지에 대해 그 이야기를 들을 당시에는 생각이 많았는데, 이런 얘기들을 보다 보니 젊은 층의 감수성을 이런 아재 감성의 음악들이 자극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TikTok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바이럴을 통해 알게 된 수준으로 즐기는 건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소위 말하는 아재 음악에 대한 거부감은 Gen Z 세대는 예전보다 훨씬 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렇다면 과연 미국 아재의 감성은 어떠하고 실제로 미국 아재들은 어떤 음악을 듣는지에 대해 한국의 “미국 아재 감성을 좀 아는 아재”로서 생각을 해 보았다.


궁극적으로 이걸 즐겨 듣거나 이걸 알면 “미국 아재 감성을 지닌”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이 오늘의 장광설의 목적이다.



왜 미국 아재는 이 음악들인가?


미국 아재 감성의 핵심은 1980~1990년대 “MTV 세대”라는 데 있다.


1981년 8월 1일 MTV가 시작되면서, 미국의 많은 10대들은 처음으로 음악을 ‘보기’ 시작했다. 뮤직비디오는 단순한 프로모션 도구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였다. 방과 후 집에 오면 MTV를 켜놓고, 친구들과 어제 본 뮤직비디오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모든’이 아니라, ‘많은’이다. 어쨌든 그만큼 큰 공용 경험이었다.)


영화 사운드트랙의 황금기이기도 했다. ‘Top Gun’, ‘Footloose’, ‘Dirty Dancing’, ‘The Breakfast Club’, ‘Rocky IV’ — 이런 영화들의 사운드트랙은 극장에서 나와서도 계속 라디오와 MTV에서 흘러나왔고, 사람들은 영화 장면과 노래를 통째로 같이 기억했다.


FM 라디오의 전성기이기도 했다. 지금처럼 스트리밍으로 자기가 원하는 곡만 듣는 게 아니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곡들을 다 같이 들었다. Top 40 라디오는 장르를 불문하고 인기곡들을 틀었고, 그래서 록, 팝, R&B, 펑크가 섞여서 나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시대는 크로스오버의 시대였다. 장르의 경계가 지금보다 훨씬 헐거웠고, 흑인 아티스트들이 팝 차트를 지배하고, 백인 아티스트들이 펑크와 소울을 흡수하던 시기였다. 이게 결국 “미국 아재 감성”의 바닥에 깔린 공유 경험이 됐다.



미국 아재 감성의 정수


1) MTV가 만든 아이콘들


Michael Jackson – ‘Thriller’, ‘Billie Jean’, ‘Beat It’. 1980년대 미국 아재들에게 마이클 잭슨은 단순한 가수가 아니라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Thriller’, 'Billie Jean' 뮤직비디오가 MTV에서 나왔을 때, 많은 아이들이 그걸 보고 춤을 따라 했다.


Prince – ‘Purple Rain’, ‘When Doves Cry’, ‘Kiss’. 프린스는 록과 펑크와 팝을 모두 넘나들며 인종을 가리지 않고 팬을 확보했다. 2016년 Prince가 세상을 떠났을때 많이 슬펐다.

https://youtu.be/TvnYmWpD_T8?si=FW-QwAZfEhu3bY1A


Whitney Houston – ‘I Wanna Dance with Somebody’, ‘Greatest Love of All’, ‘How Will I Know’. 1980년대 휘트니 휴스턴의 목소리는 라디오와 MTV를 지배했다. 그런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Whitney이 곡은 'Take Good Care of My Heart'이다.


Phil Collins – ‘In the Air Tonight’, ‘Against All Odds’, ‘Another Day in Paradise’. 'Susudio'. ‘In the Air Tonight’의 드럼 브레이크는 세대를 초월한 순간처럼 남았다. Phil Collins는 1985년 대서양을 두고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진행된 Live-Aid에서 콩코드기를 타고 날아가 양 무대에 다 설 정도였다.

https://youtu.be/DEWu59OPAbQ?si=0vTfnBPLJt-UzQns


George Michael – ‘Faith’, ‘Careless Whisper’, ‘Freedom! ’90’. MTV 시대의 또 다른 아이콘이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Lionel Richie – ‘All Night Long’, ‘Hello’, ‘Dancing on the Ceiling’. 학교 댄스파티/행사에서 한 번쯤은 나오던 종류의 곡들이다. 나는 'Love Will Conquer All'을 가장 좋아한다.


Tina Turner – ‘What’s Love Got to Do with It’, ‘The Best’, ‘Proud Mary’, 'We Don't Need Another Hero'. 티나 터너의 파워풀한 보컬과 에너지는 정말 ‘장르’가 아니라 ‘기세’였다. 티나 터너는 Rolling Stones를 능가하는 티켓 파워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티나 터너의 유럽 매니저였던 분이 해준 이야기를 직접 들은 적이 있다. 나는 'Private Dancer'를 제일 좋아한다.


Huey Lewis and the News – ‘The Power of Love’, ‘Hip to Be Square’. Back to the Future 같은 영화 기억이랑 같이 엮여서 남는 곡이다. (여기 하나를 더 보태면, Tears for Fears 같은 쪽을 좋아하는 미국 아재도 꽤 많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Stuck with You'이다.


Tears for Fears –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Head Over Heels’, ;Shout'. 이쪽은 “MTV 아이콘”이면서 동시에 “기분 좋게 흘려듣다가 갑자기 따라 부르게 되는” 음악이다. 이들의 음악은 시대를 초월한다. 80년대에 어떻게 이런 곡을 만들 수 있었는지 들을 때마다 신기할 따름이다.


2) 드라이브와 바에서의 앤썸

그런데 미국 아재 감성의 또 다른 핵심은 차 안에서, 바에서 함께 부르는 노래들이다. 금요일 밤 친구들과 바에 가면, 혹은 주말에 차를 몰고 어딘가로 떠날 때 틀어놓는 노래들, 어깨가 저절로 들썩이고, 후렴구를 함께 외치게 되는 그런 곡들이다.


Eagles – ‘Hotel California’, ‘Take It Easy’, ‘Desperado’, ‘Life in the Fast Lane’, ‘One of These Nights’. 이글스는 미국 아재 감성의 절대적 상징이다. ‘Hotel California’ 기타 듀엣 솔로는 지금도 “그 부분”이 오면 다들 괜히 조용해지는 타입의 곡이다.


Don Henley – ‘The Boys of Summer’, ‘All She Wants to Do Is Dance’, ‘The End of the Innocence’. 돈 헨리는 이글스의 드러머이자 보컬이었지만 솔로로도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The Boys of Summer’는 특히 나이 좀 먹고 나서 들으면 “그 여름이 끝나버린 느낌”이 갑자기 확 들어온다. 나는 이건 따로 글을 써야 할 것 같다. 더불어 딸에게 전하는 아버지의 애잔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Annabel'은 길 위에서 나를 울게 만들었다.

https://youtu.be/6RUIeX6UCT8?si=kXGh--kkO2X_p9en


Tom Petty and the Heartbreakers – ‘Free Fallin’’, ‘I Won’t Back Down’, ‘American Girl’, 'Life Is a Long Road’. 톰 페티는 미국 아재 감성의 정수다. 그의 음악은 자유, 반항, 그리고 굽히지 않는 정신을 담고 있다. 차 안에서 ‘Free Fallin’’이 나오면 따라 부르는 게 자연스럽다. 개인적으로 제일 미국적인 아재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Bruce Springsteen – ‘Born to Run’, ‘Born in the U.S.A.’, ‘Dancing in the Dark’, ‘Thunder Road’.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미국 노동자 계층의 꿈과 좌절을 노래했지만, 그의 음악은 계층을 넘어 넓게 어필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Secret Garden'이다.


ZZ Top - 'La Grange', 'Sharp Dressed Man', 'Legs', 'Gimme All Your Lovin''. ZZ Top은 텍사스 블루스 록의 전설이다. 특유의 긴 수염과 선글라스로 유명한 이들의 음악은 거친 기타 리프와 블루스의 그루브가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MTV 시대에 'Legs'와 'Sharp Dressed Man' 뮤직비디오는 빨간 자동차와 함께 아이콘이 되었다. 'La Grange'의 더러운 기타 톤은 미국 남부의 정수를 담고 있다. 나는 'Sleeping Bag'을 제일 좋아한다.


Bryan Adams – ‘Summer of ’69’, ‘(Everything I Do) I Do It for You’, ‘Heaven’, ‘Run to You’. ‘Summer of ’69’는 기타 리프가 시작되면 그냥 그 시절이 자동 재생되는 곡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Somebody'와 Tina Turner와 함께 부른 'It's Only Love'이다.


John Mellencamp – ‘Jack & Diane’, ‘Small Town’, ‘R.O.C.K. in the U.S.A.’, ‘Pink Houses’. 미국 중소도시의 일상을 노래했고, 그 일상이 결국 미국 아재들의 청춘으로 남았다.


Bob Seger – ‘Old Time Rock and Roll’, ‘Night Moves’, ‘Against the Wind’, ‘Turn the Page’. 밥 시거는 거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노래라기보다 “경험담”처럼 들릴 때가 있다.


Journey – ‘Don’t Stop Believin’’, ‘Separate Ways’, ‘Any Way You Want It’, ‘Faithfully’. ‘Don’t Stop Believin’’은 바에서, 스포츠 경기에서, 결혼식에서 — 그냥 자주 나온다. 자주 나오니까 다 같이 부르게 된다.


Van Halen – ‘Jump’, ‘Panama’, ‘Hot for Teacher’, ‘Ain’t Talkin’ ’bout Love’, ‘Runnin’ with the Devil’. MTV에서 ‘Hot for Teacher’ 뮤직비디오가 나왔을 때의 전기 충격은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아직 남아 있다.


The Doobie Brothers – ‘Long Train Runnin’’, ‘Listen to the Music’, ‘China Grove’. 여름 드라이브의 정수 같은 라인. 나는 'What a Fool Believes'를 제일 좋아한다.


Lynyrd Skynyrd – ‘Sweet Home Alabama’, ‘Free Bird’. 남부 록인데, 어느새 미국 전역의 “아는 노래”가 됐다. 'Sweet Home Alabama'는 미국 전역에서 사랑받는 앤썸이 되었다.


CCR (Creedence Clearwater Revival) – ‘Fortunate Son’, ‘Bad Moon Rising’, ‘Proud Mary’. 60년대 후반 밴드지만 클래식 록 라디오를 통해 계속 전해져서, 지금 아재들한테도 “어릴 때부터 있던 노래”처럼 남아 있다.


Crosby, Stills, Nash & Young – ‘Teach Your Children’, ‘Ohio’, ‘Stand and Be Counted’.


여기서 ‘Stand and Be Counted’는 “베이비부머 시절에 흘러나오던 70년대 곡”이라기보다는, 1999년 CSNY 앨범에 실린 곡이다.


그런데도 내가 이 곡을 미국 아재 감성에 끼워 넣고 싶은 건, 이걸 들으면 이상하게 “가만히 앉아있기 싫어지고”, “일어나서 뭔가를 하고 싶고”, “가족이든 누구든 나를 좀 존중해줬으면 좋겠고”, 그런 감정이 은근히 끓기 때문이다. 락이 사람을 들썩이게 한다면, 이 곡은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쪽이다.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곡이다.


Billy Joel – ‘Piano Man’, ‘Uptown Girl’, ‘We Didn’t Start the Fire’, ‘Only the Good Die Young’. ‘Piano Man’은 바에서 술 한잔 하면서 듣는 노래의 교과서 같은 느낌이 있다. 그런데 나는 'She's Always a Woman'을 제일 좋아한다.


Bon Jovi – ‘Livin’ on a Prayer’, ‘You Give Love a Bad Name’, ‘Wanted Dead or Alive’. 80년대 후반의 단체 후렴 담당. “Woah, we’re halfway there!” 같은 건 그냥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그런데 나는 나중에 90년대 말에 나온 'It's My Life'를 제일 좋아한다.


U2 – ‘With or Without You’,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 ‘Sunday Bloody Sunday’. MTV 시대 록의 정수이자 스타디움을 채우는 타입. 나는 'One'을 제일 좋아한다.


The Police / Sting – ‘Every Breath You Take’, ‘Message in a Bottle’, ‘Roxanne’. 말이 필요없다. 뉴웨이브와 레게가 섞여도, 결국 다들 따라 부를 포인트를 남겨두는 게 신기하다.


그리고 여기, 내가 개인적으로 꼭 넣고 싶은 라인이 있다.

James Taylor – ‘Her Town Too’, ‘Handy Man’.


이건 바에서 떼창하는 노래는 아닌데, 미국 아재 감성의 밑바닥에 이런 “부드러운 멜로디”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Her Town Too’를 들으면 어릴 적 사귀던 여자친구든, 혼자 짝사랑하던 여자친구든, 정확히 누군진 모르겠는데 “그 시절의 사람”이 흐릿하게 떠오른다. 그 얼굴보다도 그때의 공기, 그때의 말투, 그때의 민망함 같은 게 먼저 올라온다. 같이 부르는 이가 J.D. Souther가 Carly Simon인줄 알았다.


‘Handy Man’은 또 반대로 가볍게 시작했다가, 끝에 가면 괜히 마음이 찡한 쪽이다.


https://youtu.be/PMo3FQWr-HE?si=oeRYUjcodZ8gJLWU


3) 파티와 댄스플로어

미국 아재들이 파티에서, 결혼식에서, 혹은 그냥 기분 좋을 때 듣는 곡들도 있다.


Earth, Wind & Fire – ‘September’, ‘Let’s Groove’, ‘Shining Star’, ‘Boogie Wonderland’. ‘September’은 세대/인종을 넘어 그냥 틀면 반응이 나오는 곡에 가깝다.


Stevie Wonder – ‘Superstition’, ‘Sir Duke’, ‘Ribbon in the Sky’,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 그런데 나는 'Overjoyed'를 사랑한다. 스티비 원더는 세대를 관통하는 소울의 거장이다.


Kool & The Gang – ‘Celebration’, ‘Jungle Boogie’, ‘Get Down on It’. 'Celebration'은 모든 축하 자리의 필수곡이다.


Hall & Oates – ‘You Make My Dreams’, ‘Maneater’, ‘I Can’t Go for That’. 1980년대 Pop Soul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나는 'Out of Touch'와 'Kiss on My List'를 제일 좋아한다.

https://youtu.be/lsHld-iArOc?si=MXBG7nvLXgGVcd_M


KC and the Sunshine Band – ‘Get Down Tonight’, ‘That’s the Way (I Like It)’. 디스코 시대의 유산이지만 계속 사랑받는 곡들이다.


James Brown – ‘I Got You (I Feel Good)’, ‘Sex Machine’. 제임스 브라운의 곡들은 세대를 넘어 모두를 춤추게 만든다. 나에게는 B. B King과 동급이다.


4) 1990년대의 전환


Nirvana – ‘Smells Like Teen Spirit’, ‘Come as You Are’. 1991년 이 곡은 많은 10대들에게 세대의 앤썸이었다. (근데 나는 Nirvana는 이상하게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취향이다.)


Pearl Jam – ‘Alive’, ‘Jeremy’, ‘Black’, ‘Even Flow’, ‘Better Man’. 펄 잼은 그런지 무브먼트의 핵심이었고, 동시에 “그런지인데 이상하게 대중적인” 지점이 있다. Eddie Vedder의 강렬한 보컬과 감성적인 가사는 1990년대의 청춘을 대변했고, ‘Alive’나 ‘Better Man’ 같은 건 지금 들어도 여전히 남는 게 있다.


R.E.M. – ‘Losing My Religion’, ‘Everybody Hurts’, 'Shiny Happy People', ‘Man on the Moon’. 나에게 R.E.M.은 명석한 두뇌를 가진 nerd를 위한 음악 같은 느낌이 있다.


TLC – ‘Waterfalls’, ‘No Scrubs’. 1990년대 R&B의 성공적인 크로스오버. 'Left Eye' Lisa Lopez의 교통사고로 인한 죽음으로 마을 내린 비운의 3인조다. 하지만 나는 TLC보다 SWV를 더 좋아했다.


Alanis Morissette – ‘You Oughta Know’, ‘Ironic’, ‘Hand in My Pocket’. 1995년 그 시절 라디오를 지배한 목소리.


Collective Soul - 'December', The World I Know', 'Shine', 'Precious Declaration'. 'The World I Know'를 듣고 거의 울 뻔 했다. 개인적으로 Pearl Jam급이다.


Hootie and the Blowfish – ‘Hold My Hand’, ‘Only Wanna Be with You’. 1990년대 중반 대학 캠퍼스와 라디오를 지배한 사운드. (그리고 나를 “아재 인증”시킨 바로 그 곡.)

https://youtu.be/xoW3bqnr7tw?si=U84NhrQlPEPogXA_


왜 이 곡들이 미국 아재 감성인가?

내가 생각하기에 이 곡들의 공통점은 공유된 경험일 것이다.


첫째, 차 문화다. 미국 아재들에게 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자유의 상징이었다. 16살에 운전면허를 따고, 친구들과 밤늦게 차를 몰고 어딘가로 떠나던 기억. Tom Petty의 ‘Free Fallin’’을 틀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순간. Eagles의 ‘Take It Easy’를 들으며 로드트립 가던 느낌. Bryan Adams의 ‘Summer of ’69’를 부르며 여름밤을 달리던 기억. 그런 경험이 이 곡들에 각인되어 있다.


둘째, 바와 파티 문화다. 금요일 밤 동네 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Journey의 ‘Don’t Stop Believin’’을 함께 부르던 기억. Eagles의 ‘Hotel California’ 기타 솔로가 나올 때 다들 괜히 조용해지던 순간. 결혼식이나 졸업 파티에서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에 맞춰 춤추던 순간. 이 곡들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사회적 접착제 같은 역할을 했다.


셋째, 라디오의 반복이다. 같은 곡들이 클래식 록 라디오, Top 40 라디오를 통해 계속 반복되면서, 이 곡들은 세대의 공통 언어가 되었다.


넷째, 스포츠 문화다. 야구장, 농구장, 미식축구 경기에서 이 곡들이 흘러나왔다. Journey나 Bon Jovi 같은 곡들은 스포츠 경기의 사운드트랙이 되었고, 그 순간의 흥분과 함께 기억된다.


다섯째, MTV와 뮤직비디오다.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 보는 경험. Michael Jackson, Prince, U2, Van Halen, Don Henley 같은 아티스트는 “노래”뿐 아니라 “장면”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이 곡들은 함께 부르는 노래들이다. 혼자 감상하는 음악이 아니라, 친구들과, 낯선 사람들과도 같이 외치고 부를 수 있는 곡들. 후렴구가 명확하고, 멜로디가 강하고, 가사가 보편적이다.


그래서 내가 ‘Hold My Hand’를 들려줬을 때 미국 친구가 “넌 아재가 맞구나”라고 한 건, 단순히 곡이 오래됐다는 얘기라기보다, “그 시대의 공기(라디오/MTV/차/바)를 알아듣는구나” 같은 의미였을 수도 있다.


Gen Z들이 이런 음악을 다시 듣는다는 것도 결국은… 뭐, 여러 이유가 섞여 있겠지. 알고리즘 시대라서 오히려 “공용 노래”가 새롭게 느껴지는 걸 수도 있고, TikTok에서 몇 초짜리 훅으로 먼저 접해서 거꾸로 원곡을 찾아가는 걸 수도 있고, 그냥 멜로디가 분명한 음악이 당기는 걸 수도 있고.


오늘도 나는 산을 오르며 ‘Hold My Hand’를 흥얼거렸고, 친구는 헉헉대면서도 결국 소망탑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이 음악들을 계속 듣는 이유는, 멋있어서라기보다 생활에 붙기 때문인 것 같다고. 차를 몰 때든, 걸을 때든, 일할 때든, 그냥 틀면 그때의 감정이 알아서 정리되는 곡들이 있다는 거다.


미국 아재 감성에도 레벨이 있다. 위에서 다 말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아재 감성을 레벨 별로 한 번 써보면 어떨까 한다.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밴드인 Steely Dan은 언급조차 안 했다.

그리고 Don Henley 얘기는… 조만간 따로 써야겠다. 작년에 진짜로 갑자기 나에게 훅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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