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주 놓치는 구조의 문제
"이제 우리도 클라우드 씁니다."
하지만 그 말 뒤에 숨겨진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대부분의 기업은 이제 "클라우드를 도입했다"라고 말한다. 통계상으로도 국내 기업의 상당수가 어떤 형태로든 클라우드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MSP(Managed Service Provider, 클라우드 운영 서비스 제공업체)나 CSP(Cloud Service Provider, 아마존이나 MS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에게 물어보면, 여전히 수요의 중심은 '마이그레이션'이라고 한다.
그것도 AI를 도입하고 싶어서 이제 막 클라우드를 고민하기 시작한 기업들이 많다.
실제로 지금은 통계는 협업툴, 클라우드 기반 이메일, 저장소까지 포함한 수치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정말로 업무의 핵심이 되는 ERP, MES, SCM 같은 시스템들이 클라우드로 이전된 기업은 얼마나 될까?
클라우드를 쓴다는 말과 클라우드 기반으로 일한다는 말은 다르다. 지금 우리가 점검해야 할 것은 '도입 여부'가 아니라 '구조 설계의 수준'이다.
퍼블릭, 프라이빗 그리고 그 사이의 오해들
클라우드는 단일한 형태가 아니다. 퍼블릭, 프라이빗, 하이브리드, 멀티클라우드까지 그 구조는 다양하다.
하지만 많은 기업은 "클라우드 = 퍼블릭"이라는 등식에 익숙하다. 특히 AWS, Azure, GCP 같은 글로벌 CSP를 클라우드의 전형처럼 여기면서, 실제 어떤 구조가 자사에 적합한지 고민하지 않고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퍼블릭 클라우드는 확장성과 자동화, 초기 투자비용 측면에서 장점이 크다. 하지만 반대로 보안, 규제, 제어력 측면에서는 한계를 가진다. 반면 프라이빗 클라우드는 조직 내부에 설치하거나 기업 전용 인프라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제어력과 보안 통제는 뛰어나지만, 유연성과 확정성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라이빗은 클라우드가 아니다"라는 식의 오해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 구조적 구분은 단지 기술 용어의 차원이 아니라, 기업이 클라우드를 통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지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퍼블릭이냐 프라이빗이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목적과 보안 요구 사항, 내부 역량에 따라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하이브리드와 멀티클라우드 - 조합이 전략이 되는 시대
최근 몇 년 사이, 클라우드는 '하나를 고르는' 시대에서 필요에 따라 '여러 개를 조합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퍼블릭과 프라이빗을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AWS/Azure/네이버 등 서로 다른 퍼블릭 클라우드를 병행 사용하는 멀티클라우드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조합은 단순한 기술 믹스가 아니다. AI 같은 고성능 연산은 퍼블릭에, ERP나 금융 시스템처럼 민감한 데이터는 프라이빗에 두는 방식처럼, 기능과 요구사항에 따라 구조를 나누는 '전략적 배치'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보안과 컴플라이언스, 성능, 비용, AI 인프라 수요 등을 고려해 하이브리드 또는 멀티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클라우드에 대한 흔한 오해들
클라우드를 둘러싼 대중의 일반적인 오해들은 다음과 같다:
- 클라우드는 무조건 비용을 줄여준다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실제로는 구조 설계와 운영 방식에 따라 오히려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특히 리소스를 과도하게 프로비저닝 하거나, 사용량 예측이 부정확할 경우 비용은 쉽게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솟는다.
- 클라우드는 자동으로 모든 것을 관리해 준다
아니다. 클라우드는 인프라 자동화 도구를 제공하지만, 그것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은 여전히 기업의 몫이다. 자동화된 배포가 가능하다는 것과 운영이 간단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 SaaS만 써도 우리는 클라우드를 도입한 것이다
SaaS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한 형태이긴 하지만, 기업의 IT 구조 전체를 클라우드화하는 것과는 다르다. 클라우드 전환은 IaaS, PaaS, 보안 아키텍처, 운영 체계까지 아우르는 전략적 결정이다.
- 클라우드는 AI를 위한 기본 조건이다
맞다. 하지만 클라우드를 쓴다고 해서 곧바로 AI를 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성능 AI 워크로드를 위해서는 GPU 인프라 구성, 네트워크 설계, 스토리지 구조 등 고도화된 아키텍처가 필요하다. 이 또한 단순 도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 한 번 전환하면 끝이다
아니다. 클라우드는 기존의 온프레미스 환경 같은 정적인 IT 환경이 아니다. 워크로드 변화, 비용 최적화, 보안 요구사항에 따라 구조를 지속적으로 재정비하고 운영 전략을 개선해야 한다.
이 오해들은 대부분 클라우드를 '기술'로만 접근하거나, CSP의 마케팅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일 때 생겨난다. 하지만 클라우드는 구조이며, 전략이며, 설계 대상이다. '썼다'는 사실보다, '어떻게 썼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마무리하며 - 구조 없는 도입은 변화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
지금의 클라우드는 누구나 쓰는 시대를 넘어, 어떻게 잘 쓰느냐가 중요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단순히 도입을 했다는 말만으로 클라우드 전환이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도입 이후에 '우리는 어떤 구조를 선택했고, 그 이유는 무엇이며, 현재 잘 작동하고 있는가'를 되묻는 과정이 필요하다.
클라우드는 이제 전략의 문제이다. 구조 없는 도입은 변화 없는 결과를 낳는다.
클라우드는 이제 모두가 씁니다.
하지만, 어떻게 쓰느냐는 여전히 전략의 영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