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Ritenour - Asa

문득 떠오르는 음악에 관한 기억들

by Yameh

Lee Ritenour가 낸 여러 앨범 중에 특별히 좋아하는 앨범이 몇 개 있다,

그중 하나가 Captain Finger이고 그다음이 Earth Run, 그다음이 Portrait 앨범이다.

어릴 때는 일본에서 한국에 리 리트너로 소개돼서 다들 리 리트너라 했는데 미국에서 하는 발음 그대로 리 릿나워로 읽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 정도였던 것 같다.


Portrait 앨범은 1987년에 GRP에서 발매된 앨범인데 이 앨범을 알게 된 것은 1991년이다.

나는 학력고사 세대로 나름 지옥의 학력고사 시절을 겪었는데 그러다 보니 어쩌다 재수 삼수 연달아하게 됐다.

부모님께도 면목이 없고 대부분 친구들이 대학에 가고 얼마 남지 않은 친구들이 종합반 학원에서 또다시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새롭게 겨울에 있을 학력고사를 준비하기 위해 2월에 시작하는 학원을 다니다 보면, 같이 공부하다 친해지는 친구들이 생긴다.

지나고 보면 두세 살 차이는 그냥 다 친구다, 어릴 때야 한 두 살 차이를 가지고 선후배, 형 동생 나누지만 50 가까운 나이가 되다 보면 그냥 다들 같이 나이 들어가는 친구들이다.

사실 그 시절에 친하게 지냈더라도 뿔뿔이 흩어져서 안 만난 지 오래되다 보면 30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는 그 시절 친구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쨌든, 이야기가 옆으로 흘렀는데 Lee Ritenour의 Portrait 앨범은 브라질 음악의 리듬을 차용해 음악을 만들었다.

사실 그 시절에 미국 Crossover, Fusion Jazz 뮤지션들이 브라질 음악을 차용해 음악을 많이 만들었던 것 같다.

Pat Metheny의 경우도 8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앨범들을 들어보면, 예를 들어 Life (Talking) 앨범, 브라질 음악인지 재즈인지 모호한 음악들이 있다.

특히 제목 자체를 포르투갈어 단어를 붙이고 브라질 출신 뮤지션 (특히 리듬 퍼커션 파트)들이 밴드에 참여하는 식으로 브라질적인 색채를 입힌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나나 바스콘셀로스 등)


하루는 수업을 마치고 야간 자습 시간에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옆에 앉아있던 매우 얌전하고 조용한 친구 (재수생)가 뭔가 부스럭부스럭거리면서 자기가 가지고 있던 아이와 카세트 플레이어에 있어 보이는 표지의 카세트테이프 케이스에서 테이프를 꺼내서 음악을 듣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 친구는 생각보다 음악을 좀 듣나 보다, 생각하면서 공부는 안 하고 그 친구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 테이프를 듣기 시작한 그 친구의 표정은 집중해서 공부할 때의 진지하고 굳은 표정에서 약간 미소를 띠면서 긴장이 풀어진 표정으로 바뀌었다.

도대체 얼마나 좋길래 표정이 저렇게 바뀌지? 하는 생각을 했고 한 30분 정도 지나서 그 친구에게 뭘 듣길래 표정이 바뀌냐고 그 당시만 해도 별로 친하지 않았던 그 친구에게 물어봤다.

긴장 해소용으로 가끔 음악을 듣는데 오늘은 Lee Ritenour를 들으니 긴장이 풀어진다고 하면서 나에게도 한 번 들어보라고 자기 테이프를 권해주었다.

몸에 좋은 영양제를 권하듯이. 나도 아직 들어보지 않은 Lee Ritenour 앨범이라 듣기 시작했고 그 앨범의 첫 곡인 ‘Asa’를 듣고 빠르게 빠져들었다.

브라질 리듬을 바탕으로 빠른 전개와 포르투갈어로 부르는 노래에 빠르게 빠져들었고 그날 이후 한 달 가까이 그 앨범을 들었던 것 같다.

물론 빌려서 들었는데 테이프 늘어지게 들어서 그 친구에게 미안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빠져든 지 30년째 아직도 ‘Asa’를 들으면 그때 생각이 가끔 난다.

테이프를 빌려 준 그 친구는 의대를 지망했고 의대를 갔는데 어딘가에서 아마 의사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Asa는 그냥 우리 식으로 대충 읽으면 ‘아싸’라고 뭔가 기분이 좋으면 공통적으로 다들 ‘아싸’ 하나보다, 이 곡의 느낌도 그렇고 뭔가 기분 좋은 따봉의 느낌이랄까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요새 포르투갈어 공부를 좀 하다 보니 Asa (정확한 포르투갈어 발음은 ‘아자’에 가깝다)는 날개라는 뜻이었다.

그걸 나 같은 한국 사람들은 아싸라비야로 받아들이기도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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