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하는 글쓰기, 대답하는 기계

질문은 생각을 아는 열쇠다. 그리고 AI는 그 질문에 대답하는 기계다.

by Yameh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나는 묻는다.

“지금 내가 쓰려는 이 문장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인가?”


요즘 사람들은 글을 쓰기 힘들어한다.

사실 요즘 시대 이전부터 글을 쓰는 건 항상 막막함을 동반했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학교 시절에도, 지금도 새로운 뭔가를 쓰려고 하면 막막함이 먼저 다가온다.


대학입시의 논술 전형을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있다.

기자처럼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에게는 이 막막함이 덜할까? 아마 조금은 다르겠지만, 막막함 자체는 누구에게나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각을 정리하는 법을 우리는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는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 때, 무작정 걷는다.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따라잡는 게 중요하다.

머릿속이 복잡할수록 발걸음을 느리게 하며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말이 되지 않았던 생각들이 조금씩 문장처럼 엮여간다.

이건 습관이 아니라 생존 방식에 가까웠다.

복잡한 철학에 대해 생각했던 칸트도 그래서 매일 산책을 한 게 아니었을까?

칸트의 산책길을 걷다 보면 문득 저 양반도 나랑 똑같은 이유로 걸었구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글을 쓰기 위해, 뭔가를 결정하기 위해

나는 먼저 나 자신과 조용히 동행할 시간을 만든다.

이 시간이 없으면, 질문도 떠오르지 않는다.

질문은 정리된 생각 속에서 피어난다.

아무리 훌륭한 AI를 앞에 두어도, 내 안에 실마리가 없으면 아무 대답도 끌어낼 수 없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반문이 따라온다.


“글쓰기를 하는데, 왜 AI가 필요하지?”

그 물음에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는 AI를 글을 대신 써주는 기계로 쓰려는 게 아니다.

AI를 통해 내 글을 위한 정보를 확인하고, 글을 검증하고 내가 올바른 글을 쓴 건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AI를 통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더 분명하게 알게 된다.

내 질문이 명확하지 않을 때, AI는 엉뚱한 대답을 한다.

그걸 보면서, 나는 내가 무엇을 몰랐는지를 비로소 알게 된다.

AI는 내 생각의 흐름을 비추는 거울이고,

그 앞에서 나는 질문하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된다.


우리는 대부분 ‘정답을 말하는’ 훈련을 받아왔다.

질문을 품고 탐색하는 게 아니라, 결론만 빠르게 도출하는 방식에 익숙하다.

정답 중심의 사고는 종종 사고 과정을 생략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사고 과정의 부재가, 글을 쓰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전환이 필요하다.

글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표현력’이 아니라 ‘질문력’이다.

우리가 무엇을 알고 싶은지, 어떤 방향으로 생각을 전개하고 싶은지를 묻지 않으면, 그 어떤 도구를 가져다줘도 막막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질문은 생각을 여는 열쇠이다.

그리고 Chat GPT, Gemini, Claude와 같은 AI (LLM, Large Language Model)는 그 질문에 대답하는 기계일 뿐이다.

지금 우리는 AI라는 놀라운 도구를 손에 쥐고 있다.

그것은 잘 대답한다. 빠르고 논리적이며, 매끄럽고 친절하다.

내가 하는 질문에 척척 대답을 하기도 하고 한 번씩은 교묘한 방식으로 나를 속이려 들기도 한다.

회의적인 시선으로 그 대답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속아 넘어가기 딱 좋다.

하지만 그 AI라는 말하는 기계는 대답은 하지만 질문하지 않는다.


질문하는 존재는 우리 자신이다.

질문하지 않으면, 그 기계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특히 생각이 정제되지 않은 질문에는 질문의 의도와 무관한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한다.

좋은 질문은 나의 생각의 깊이를 드러내며 AI를 일하게 만들며, 나쁜 질문은 AI가 그저 어딘가 베껴온 말을 반복하거나 교묘한 거짓말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를 다시 질문의 훈련의 장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글을 쓰는 것은 결국, 사유를 질문의 형태로 정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AI는 도구이고 거울이다.

그 거울은 나의 생각의 깊이를 반사한다.

나는 지금도 그것을 열고, 나 자신에게 묻는다.

“오늘 나는 어떻게 하면 이 친구에게 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내 생각을 깊게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이 친구가 나에게 그럴싸한 헛소리를 하지 않도록 만들 수 있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