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무급 휴직을 시작했다.

항공사 직원의 일일

by 제이선

오늘은(3/9) 일본 정부가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한 첫날이자, 10일간의 무급 휴직 중 첫날이다.

코스피 2000대가 무너지고 휴업에 들어간 자영업이 부지기수인 이때에 누군들 어렵지 않겠냐만 코로나19에 직격타를 맞은 업종은 아마도 여행업계가 아닐까 싶다. 그중에서도 내가 7년째 몸담고 있는 항공업계는 연일 뉴스에 오르내린다. 타산업에 비해 취소율이 큰 사업의 특성상 항공사의 실적은 '발매[발권]'이 아닌 '탑승' 기준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국내 항공사의 2월 탑승률은 작년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났다.

주1)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에 따르면 올해 2월 한 달 동안 국내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항공편을 이용한 여객 수는 376만 2125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2월 여객 수(742만 7375명)와 비교해 49.3% 감소한 수치다.'


띄울 항공기가 모자라 스케줄을 빡빡하게 채워 넣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공항에 서 있는 항공기가 늘고 있다. 어느 뉴스 제목처럼 날개가 꺾인 수준이 아니라 새장에 갇힌 형국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말 그대로 '고립'이랄까. 터키(형제의 나라), 베트남(사돈의 나라?), 호주, 그리고 일본까지 하나씩 지워나갈 때마다 사무실에서는 소리 없는 곡소리가 가득했다. 이제는 비운항 노선을 안내하기보다 운항 노선을 안내하는 쪽이 더 맞지 않겠냐는 말도 나왔다. 혹자는 항공사의 노선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못해 손해가 크다고도 했지만 그것은 2월 초반의 이야기이고 사실상 현 상황에서는 타격 없는 노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용을 최소화하는 전략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현재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금지 조치를 취한 국가는 총 106국이다.(3/9 오전 기준) 자국민의 안전을 위하여 정부 차원에서 해외발 입국을 제한하는 것, 또는 제한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나는 가타부타 말하고 싶지 않다. 집집마다 사정이 있는 것처럼 국가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자국의 의료 및 방역 수준, 경제적 손실, 외교적·정치적 판단 등 나로서는 감히 이해도 못할 만큼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속상한 마음은 크지만 누구도 욕할 수 없다.

오히려 포탈에 떠 있는 뉴스를 보다 더 속상해지기도 한다. 나의 특이한 습관 중에 하나가 댓글을 본문보다 더 자세하게 읽는 것인데, 요즘 댓글은 욕할 사람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만 같다. 정부, 지자체, 신천지, 확진자, 그리고 남의 나라까지 같은 기사에 달린 댓글인데도 파벌이 형성되어 서로 다툰다. 물론 나 역시도 그러한 시류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내 경우에는 뉴스의 내용에 따라 욕할 대상을 달리해서 욕을 하는 편이다. 물론 마음속으로. 그러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오늘 무급 휴직을 하고 보니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상황이 악화될수록 누군가 욕할 사람을 찾는 것은 인간의 생존 본능이라지만, 그런다고 사태 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함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우리에게 '동네 한 바퀴'로 친숙한 김영철 배우 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잘못한 일은 없어도, 잘못한 사람은 나와야 한다."


우리는 무던히도 그 말을 실천하고 사는 것 같다. 미국 증시가 2008년 이후 최악으로 폭락하고 이탈리아 사망자는 400명을 넘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격상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공포 수준은 팬데믹에 다다른 것 같다. 인류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진정 무엇이 우리를 나아가게 할지 고민해볼 일이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이니까.

SF이면서 재난 영화이기도 한 '인터스텔라'의 대사로 글을 마무리하련다.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주1) 항공기 공항서 줄줄이 '스톱'… 2월 항공여객 절반으로 '뚝', 파이낸셜 뉴스, 2020년 03월 03일, https://www.fnnews.com/news/202003031713496780.

이미지) 코로나로 항공업계 피해 눈덩이…최소 5조원 매출 타격 받는다, 연합뉴스, 2020년 03월 08일, https://www.yna.co.kr/view/AKR20200307041700003?input=1195m.
3/11(현지 시각) WHO가 팬데믹을 공식 선언했다. 2009년 신종플루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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