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가훈 : 내가 먼저다

[생후 7일] 착한 엄마 콤플렉스의 시작

by 제이선

이제 막 생후 일주일 된 나의 아들은 욕구가 아주 또렷하다. 식욕은 물론이거니와 수면 욕구와 배변 욕구 모두 상당하다. 산부인과에서 간호사들을 놀라게 했던 아들은 조리원에서조차 아빠를 창피하게 한다.

"우리 애 분유 좀 더 주세요..."
"벌써요?ㅎㅎ..."

하루 일과가 수면 → 울음 → 식사 → 트림 → 배설 → 울음 → 식사 보충 → 트림 → 현타 → 다시 수면 세트의 무한 반복이다. 처음 내 손으로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켰을 때는 1년 반 만에 회사 프로젝트를 완료했을 때보다 더 뿌듯했다. 그러나 트림시키고 나자마자 내 젖꼭지를 탐하는 녀석을 보고는 육아 지옥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조리원에 있으면서 고작 아침저녁으로 한두 시간씩만 돌볼 뿐인데도 우리 부부는 정신이 없다. 아이는 배가 고프면 우리가 모를 수 없게 울어댄다. 그리고 울기 시작하면 그 욕구가 충족되기 전까지는 결코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지구력이 있다. 딴에는 녀석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표현 방법이겠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괘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천사와 악마가 모두 이 조막만 한 얼굴에서 나온다니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가끔 분유를 먹다 배설을 할 때면 트림을 먼저 시켜야 할까 기저귀를 먼저 갈아야 할까 고민이 된다. 마치 인생극장처럼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경험해본 결과 어느 길로 가나 쉽지 않다.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난 뒤 시계를 보면 고작 한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조리원 퇴소 후가 벌써부터 무서운 까닭이다.

그래 결심했어! 똥을 먼저 치우는 거야!


출산 후 아내를 관찰하는 것도 내 일과가 되었다. 결혼 전 아내는 육아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임신을 하고 나서도 모성애가 생기지 않는다며 걱정이 많았다. 그랬던 아내가 달라졌다. 뚫어져라 아이 얼굴을 보며 행복해하고, 아이와 떨어져 있을 때는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혼자 히죽히죽 웃는다. 그러다 아이가 울기라도 하면 피난민처럼 분주해진다. 처음으로 모유 수유를 하고, 유축을 할 때는 현타가 온 것 같은 얼굴이었지만 다행히 잘 극복해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식사가 왔는데도 아이 수유를 하느라 밥이 식도록 젖을 떼지 못한다. 43시간이나 진통을 겪었으면서도 제왕절개를 했다고 미안해한다. 신혼 초에 착한 며느리 콤플렉스가 없기에 다행이다 여겼더니 이제는 착한 엄마 콤플렉스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부모로서 희생은 불가피하겠지만, 언제나 내가 먼저가 되어야 한다. 내가 건강하고 온전해야 남도 챙길 수 있다. 비행 중 위급 상황 발생 시에 부모 먼저 산소마스크를 쓰고 아이를 씌우라는 SOP와 같은 논리다.

그래서 우리 집 가훈은 '내가 먼저다.'이다.

아내가 부디 가훈에 충실한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부모가 먼저 자기 마음의 주인이 되는 길을 발견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치 있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본보기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지영, 착한 엄마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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