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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Han Sep 06. 2020

모두가 조직이 강해지길 바랄까요?

스토브리그에서 배우는 조직과 리더십 (1/6)

백단장: 드림즈가 강해지길 바라시나요?

이팀장: 당연하죠

백단장: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까요?

이팀장: (표정이 굳고) 그게 무슨 말이에요?

백단장: 그냥… 그런 말입니다.



올초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스토브리그’ 1회에서 주인공 백승수가 만년 꼴찌 야구단인 드림즈의 단장 후보 인터뷰 마치고 나서 이세영 운영팀장과 나눈 대화다. 머리를 한대 맞는 느낌이다. 당연한거 아닌가? 자기 조직이 강해지길 바라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드라마를 보다 보면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


드림즈의 선수, 감독, 코칭스태프, 프론트 등 모두가 표면적으로는 구단이 강해지고 우승하길 바란다. 하지만 한꺼풀만 까서 들어가보면, 그게 1순위는 아니다. 팀내 에이스 4번타자 임동규 선수는 선수단을 본인이 좌지우지하며 영구결번으로 드림즈에서 은퇴하는게 꿈이다. 고세혁 스카우트 팀장은 고등학교 선수를 프로구단으로 스카우트할 수 있는 권한을 무기로 뇌물을 받으며 구단의 실세 역할을 한다. 수석코치와 투수코치는 각 자의 파벌을 만들어 구단을 자기들이 원하는대로 좌지우지하려 한다. 이들에게 드림즈가 강해지길 원하냐고 물어보면 모두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드림즈의 우승을 위해 자신들의 행동과 개인적 목적을 포기하겠냐고 하면 뭐라고 답할까? 


사람들은 각자 조직에 조인한 이유가 다르고 조직에서 얻고자 하는 바가 다르고 조직이 잘되는 기준이 다르며, 본인의 기여에 대한 인지가 다르다. 이게 정상이고 자연스러운거다. 하지만, 조직의 리더는 조직원들이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그리고 모두가 조직이 잘되길 바라며 최선을 다해 줄거라 기대한다. 이게 대단한 착각이고, 모든 갈등의 근본원인이다.


반면, 백승수 단장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냉철한 리더십이다. 인간미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선수나 직원의 선의를 기대하지 않고 그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라는 것이다. 그는 조직의 성과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지향한다. 파벌 대신 성적을, 의리 대신 합리성을 주장한다. 그의 어록 몇 개 보자.


믿음으로 일을 하는거 아닙니다. 각자 잘하자는 겁니다.
성실하든 말든 좋은 귀감 못됩니다. 열심히 하고 성적도 좋고 이런게 좋은 귀감이 되죠.
저는 휴머니스트랑은 일 안합니다.
각자가 가진 무기 가지고 싸우는건데 핑계 대기 시작하면 똑 같은 상황에서 또 지게 됩니다.
의리라는 두 글자가 때론 선을 넘어서 더러운 것을 가리지만 그 자체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론은 아무것도 책임 안 집니다. 전 제 밥줄 걸고 책임져요.


인간미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백승수 단장에 대해 많은 이들이 감동한 이유가 무엇일까? 온갖 곳에서 갈등이 터져나오고 있는 시대다. 상식이나 합리성보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 억지 논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시대에 순진하게 상대의 선의를 기대하거나 흐리멍덩하게 상대를 믿는 것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조직의 성과를 무엇보다 우선하는 냉철한 리더십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현대 조직에서 있을 법한 다양한 사건과 인간군상의 모습들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4년 연속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는 구단 드림즈, 만년 꼴찌가 당연해진 무기력한 구단 구성원들, 해체 수순을 밝고 있는 구단주, 어딜 봐도 암울하기만 한 드림즈에 백승수 단장이 부임하며 매스를 들이댄다. 그의 매스는 날카롭고 인정사정 없다. 조직의 저항도 만만찮다. 하지만 백단장은 드림즈의 우승만 바라보며 거침없이 돌파한다. 그러면서 드림즈는 조금씩 강한 팀으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현대 직장인을 위한 동화 같은 스토리다. 하지만 달달하지 않다. 오히려 시큼하고 맵다. 그 속에 감동이 있다. 그 중심에는 백승수 단장의 냉철한 리더십이 존재한다.


조직과 리더십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그저 드라마라고 하기엔 조직과 리더십 관점에서 배울 점이 많다. 조직과 구성원들이 순수하지 않고 각자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걸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백단장은 조직 문화 같은 말랑말랑한 얘기는 꺼내지도 않는다. 흐리멍덩한 회사 놀이를 극도로 경계하며 조직의 성과를 최고 우선순위로 설정하고 솔선수범한다. 주어진 조건과 상황을 불평하지 않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마지막엔 그의 역할을 충실히 마치고 담담하게 퇴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모든 조직이 드림즈 같지 않고, 백단장의 리더십이 정답이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드림즈의 모습은 조직의 성장 어딘가 쯤에서 한번쯤 만날 수 있고, 백단장의 리더십은 착한(?) 리더들에게 경종을 울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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