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에서 배우는 조직과 리더십 (3/6)
백단장이 부임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드림즈 에이스 4번 타자 임동규 선수를 트레이드한 것이다. 승리 기여도가 높고 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를 내 보낸다고 하니 당연히 구단에선 난리가 난다. 백단장은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 겉으로 드러난 성적 속에 가려진 임동규의 한계를 데이터에 기반해 조목조목 짚어 준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그의 인성이다. 임동규는 백단장이 부임하자 그를 찾아가 선수단에 대해 설명해 준다며 자신의 구미에 맞게 선수들을 추천한다. 분명 뒷담화이고 선을 넘은 것이다. 백단장은 그의 인성을 알아챘다. 백단장이 임동규 트레이드의 타당성을 설명하는 대사를 보자.
2년 전에 우리 팀을 떠난 강두기 선수. 10승 투수였지만 임동규와 갈등을 빚었고 임동규의 강권에 의해서 우리 팀을 떠났습니다. 그때 있었던 강두기의 문제 발언들은 하나도 증거가 없었지만 강두기는 변명 한마디 하지 않고 팀을 떠났습니다. 지금도 임동규는 구미에 맞는 선수단을 꾸려가길 요구합니다. 임동규는 팀을 망치고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신의 트레이드 소식을 들은 임동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백단장을 협박한다. 백단장의 차를 부수고, 깡패 동생들을 시켜서 폭행하고, 기자들에게 로비해서 부정적인 기사를 쓰게 한다. 진짜 인성이 드러나는 순간이고 인간으로서 바닥을 보여준다. 임동규의 입장에서는 갓 부임한 단장 때문에 청춘을 바친 구단에서 쫓겨나는 꼴이 되니 흥분할만도 하다. 하지만 선을 지켜야 하고 함께 한 팀을 생각해야 한다. 칸트의 말처럼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
드라마니까 저런 또라이가 있겠거니 생각했지만, 현실에도 곳곳에 존재하는 것 같다. 스타트업 대표들과 속깊은 얘기를 하다보면 어느 조직이나 이런 개인이나 무리가 있더라. 특히나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선 빈번히 발생하는 것 같다. 성장의 과정에서 자신의 포지션이 위협받기 시작하면 과거의 기여를 주장하며 조직적인 해사행위를 하는 것이다. 그 방식도 거의 비슷하다. 우선 자신을 지지하는 세를 규합하기 위해 대표나 리더들의 뒷담화를 하고 직원들을 이간질시킨다. 그리고 익명게시판 서비스에 회사 관련 불평과 부정적인 루머를 퍼뜨린다. 다음 단계는 회사를 압박할 수 있는 곳에 투서를 넣는 것이다. 심할 경우 언론에 내부 정보를 흘리거나 악의적인 제보를 한다. 사실 이런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을거라 짐작한다. 다만, 회사의 이미지 때문에 숨겨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결국 사람을 어떻게 채용할 것이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스타트업은 실력이나 경험보다는 인성과 태도를 보고 함께 할 사람을 뽑아야 길게 갈 수 있다. 하지만, 인사 문제가 가장 어려운 이슈고 어느 회사나 완벽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임동규처럼 조직을 자기 중심으로 좌지우지하려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 보통 그럴 듯한 명분으로 치장해서 선동하고 자기 위치를 견고히 한다. 임동규의 문제를 구단 사람들이 몰랐을까? 아니면 좋은게 좋은거라고 방관하고 넘어 갔을까? 백단장은 인정에 얽매이지 않고 냉철하게 사람을 판단했다. 그리고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결단을 내렸다. 인사가 만사다. 그보다 더 중요한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