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피에 이은 삼천닥?

결국엔 실적이다

by Jason Han

​지난해 코스피가 5000이라는 유례없는 숫자를 찍었을 때, 시장은 환희에 찼습니다. 하지만 그 환희의 바닥에는 차가울 정도로 객관적인 '성적표'가 있었습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정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쏟아낸 압도적인 실적, 그리고 그 뒤를 묵묵히 받쳐준 조선과 방산, K-뷰티의 실물 지표들.


​자본주의 시장에서 지수의 상승은 기업이 벌어들인 현금의 궤적을 따라가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논리가 증명된 시간이었습니다. 그것은 '기대'가 만든 숫자가 아니라 '결과'가 만든 훈장이었습니다.


​​최근 들려오는 '코스닥 3000'에 대한 전망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정부의 정책 기금이 마중물이 되고, 기관의 매수세가 그 위를 덮으며 지수를 밀어 올립니다. 하지만 나의 눈에 비친 코스닥은 조금 위태로워 보입니다.


​코스닥의 엔진이라 불리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을 떠올려 봅니다. 반도체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그들의 공급가가 같은 속도로 오르지는 않습니다. 대체 불가능한 거인들과 달리, 수많은 소부장 기업은 단가 인하 압박과 치열한 경쟁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 서 있습니다. 거인의 낙수효과가 모든 이의 잔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로봇과 바이오 섹터에서 들려오는 숫자들입니다. 얼마 전 마주한 어느 로봇 기업의 PER(주가수익비율) 7,000배. 현재의 이익으로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 데 7,000년이 걸린다는 이 기괴한 숫자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DCF(현금흐름할인법)의 관점에서 볼 때, 현재의 현금흐름은 전무한 채 오로지 아득한 미래의 가치인 '영구 가치 (Terminal Value)'에만 모든 기대를 걸고 있는 형국입니다. 실적이 아닌 '꿈'의 크기로만 지수를 3000까지 끌어올린다면, 그것은 투자가 아니라 국가가 주도하는 거대한 '폭탄 돌리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올해의 주인공 역시 실적을 증명하는 코스피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작년보다 3~4배 더 많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입니다. 두 회사의 이익 합계가 국가 예산의 절반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그 어떤 정책적 부양책보다 강력한 상방의 근거가 됩니다.

​수급이 만드는 신기루는 화려하지만, 결국 해가 뜨면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전문가의 시선은 정책의 향방이 아닌, 기업의 장부에 선명히 찍히는 '진짜 숫자'를 향해야 합니다. 그것이 자본 시장의 본질을 믿는 내가 지키고 싶은 담백한 소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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