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이 ‘바프’를 장바구니에 담은 진짜 이유
최근 식품업계와 IB(투자은행) 업계를 동시에 들썩이게 한 뉴스가 있었습니다. 바로 K-라면의 자존심 삼양식품이 K-견과류의 대명사 바프(HBAF)의 지분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입니다.
누군가는 "라면 회사가 웬 아몬드?"라며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딜 실무자의 시선으로 이 판을 들여다보면, 이건 단순한 지분 투자를 넘어선 '불닭 제국'의 완성을 향한 매우 정교한 설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 지분 40%의 미학: 내꺼인 듯 내꺼 아닌 ‘전략적 썸’
이번 딜에서 삼양식품이 확보하려는 지분은 약 33~40%로 알려졌습니다. 경영권을 당장 가져오는 숫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수치에는 두 가지 영리한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첫째는 ‘거부권(Veto)’입니다. 특별결의를 저지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바프가 삼양의 뜻에 반하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묶어두는 것이죠.
둘째는 '단계적 인수(Step-up)’의 가능성입니다. 개인적인 추측을 더하자면, 이번 딜에는 향후 경영권을 살 수 있는 콜옵션(Call Option)이 포함되어 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알짜 기업을 선점하려는 전병우 전무의 ‘실리적 승부수’인 셈입니다.
2. 생산의 수직계열화: 소스와 가루의 마법 같은 만남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지점이 바로 ‘생산과 운영의 시너지' 입니다. 삼양은 단순히 브랜드를 합치는 것이 아니라, 맛의 뿌리를 하나로 묶으려 하고 있습니다.
구매력(Procurement)의 결합: 소스(액체)와 시즈닝(가루)은 고춧가루, 설탕 등 핵심 원료의 80%를 공유합니다. 구매 채널을 통합하는 것만으로도 원가율(COGS)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제조의 혁신: 삼양의 소스 자회사인 지앤에프(G&F)의 인프라와 바프의 시즈닝 기술이 만나면 ‘원스톱 수직계열화’가 일어납니다. 지앤에프에서 갓 생산된 불닭 소스를 즉석에서 시즈닝으로 변환해 아몬드에 입히는 일련의 과정은, 맛의 신선도와 생산 효율을 동시에 잡는 혁신입니다.
3. 유통망이라는 고속도로에 ‘무임승차’ 시키기
사실 이번 딜의 진정한 ‘상방’은 매출(Top-line) 시너지에 있습니다. 2024년 기준 바프의 매출은 약 1,030억 원 수준입니다. 국내에서는 독보적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반면 삼양식품은 이미 전 세계 100여 개국에 탄탄한 유통 고속도로를 닦아놓았습니다. '불닭'이라는 강력한 브랜드 IP를 아몬드에 입히고, 이 고속도로에 태우는 순간 바프의 매출 그래프는 우상향을 그릴 수밖에 없습니다. 라면 박스 옆에 아몬드 봉지가 함께 실려 전 세계 마트로 향하는 모습, 상상만 해도 짜릿한 물류 효율화이자 매출 극대화 전략입니다.
에필로그: 불닭 이후의 세계
삼양식품의 이번 행보는 명확합니다. 단일 브랜드인 ‘불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되, 불닭의 영향력을 스낵 시장으로 전이시키는 것이죠.
우리가 상상하는 ‘진짜 불닭아몬드’는 단순한 신제품이 아닙니다. 그것은 제조 원가부터 글로벌 유통까지 완벽하게 장악한 삼양식품의 새로운 성장 엔진입니다. 아몬드 봉지 뒤에 적힌 ‘삼양식품’의 로고가 전 세계 맥주 안주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딜의 결말이 무척이나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