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성장성보다 더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
지난 10년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9년 21조원에서 2020년 161조원으로 무려 8배나 성장했고, 연평균 성장률은 20%를 기록했다. 현재 세계 5위 규모다.
성장하는 시장에 편승하면 탑라인, 즉 매출은 수고 대비 크게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다. 매출이 높다고 무조건 수익이 날까?
이 엄청난 성장 속에서도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 티몬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4,000억원을 넘어섰고, 결국 2024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위메프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2024년 폐업 위기에 몰렸다. G마켓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1,000억원이었고, SSG닷컴은 3년 연속 1,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 출범한 롯데온도 매년 적자다.
적자의 주요 원인들을 살펴보면 이렇다.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한 치킨게임식 출혈경쟁이 있었고, 고객획득비용이 급증하면서 마케팅비용이 높아졌다. 수수료 모델 자체의 낮은 마진 구조도 문제였다. 신속배송을 위한 자체 물류 인프라 투자로 물류비가 늘어났는데, 일반택배를 이용하면 2-3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정 규모에 달하지 못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하면 비용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흥미로운 점은 똑같은 적자라도 결과가 극명하게 갈렸다는 것이다. 쿠팡은 수년간 천문학적 적자를 감수하면서 물류 인프라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그 결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시장 지배력을 확보했고, 이는 '전략적 투자'가 되었다. 반면 티몬과 위메프는 동일한 적자 기조를 유지했지만 규모의 경제 달성에 실패했다. 결국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어 도산했다.
미디어에서 자주 보는 '연매출 xxx억 성공신화'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아무리 매출이 500억이어도 수익구조가 잘못 설계되면 200억 적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 성장은 매출 증가의 기회이고, 비즈니스 모델은 실제 수익 창출의 열쇠다. 성장하는 시장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수익구조를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