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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출장의 추억

많지 않은 경험 중에서 특별히 인상 깊었던 몇몇 출장 이야기

2015년은 시작부터 무척 바쁘면서도 기가 막힌 일이 많이 벌어졌던 한 해였던 기억이다. 그 중 하나가 1월 중순에 아이슬란드로 날아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글로벌 출시 이벤트에 참가했던 일. 


브리티시 에어 B747로 런던 히드로 공항에 내려 라운지에서 반나절 머물다가 아이슬란데어 B757로 갈아타고 케플라빅 공항에 내려 바로 차 받아서 눈 쌓인 길을 누비는 일정으로 시작했던.



생애 첫 해외 출장(이면서 첫 출국이기도 했던)이 2002년이었고 그 뒤로 자주는 아니어도 꽤 여러 곳을 갔는데, 그 가운데 단연 최고가 아이슬란드+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그 얘기는 모터트렌드 한국판에 두 번 나누어 글을 쓰기도 했다. 


그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출장지는 2004년 말레이시아+지프 어드벤처. 짧은 시간 동안 정글에서 (사고 없이) 경험할 수 있는 오프로딩의 A부터 Z까지 섭렵했던. 우리나라에서도 물려본 적 없는 거머리에 물린 것도 마냥 즐거웠던.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 공동 3위로 꼽고 싶은 곳이 2014년 스페인 말라가+람보르기니 우라칸과 2006년 스페인 마요르카+볼보 C30. 



전자는 출국부터 귀국까지 혼자 갔던 행사에 주최측(?)이 엮어줬던 일본 기자단과 잘 어울리지 못한 게 오히려 재미를 더했던 기억이다. 2인 1조 시승인데 따(?)를 당해서 그 재미있는 아스카리 서킷을 정말 진이 빠지도록 쉬지 않고 달렸고, 나중에 숙소로 돌아오는 코스도 내내 혼자 차를 즐길 수 있었던.


후자는 KLM의 인천 연발 스히폴 연착으로 예정에 없이 암스테르담에서 일박으로 시작해 바르셀로나 경유 마요르카라는 빡신 코스에도 마요르카의 눈부신 모습에 푹 빠졌고 정말 입맛에 딱 맞는 차(심지어 수동!)를 즐기기에 정말 좋은 시승 코스가 환상적 조화를 이뤘다. 나중에 결혼하면 신혼여행 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가 묵었던 호텔값 알아보고는 좌절했던 기억.


정말 공항 내리자마자 일 시작해 일 끝나자마자 공항에서 비행기 탄 일도 많았고(사실 그래야 속이 편했다), 공항 가기 직전까지 일하느라 밤새고 비행기 안에서도 잠 못자고 일 끝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잠 못자고 공항 내린 직후에 일하느라 밤샌 일이 다반사여서 기억이 희미한 출장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래도 기억에 남은 출장이 있다는 건 그만큼 인상적이었다는 뜻.



백수 시절 자비로 갔던 도쿄 모터쇼, 회삿돈 아껴주려 숙소도 렌터카도 직접 잡아 갔던 디트로이트 모터쇼, 시작부터 끝까지 해프닝의 연속이었던 제네바 모터쇼, 역시 개인자격으로 자비로 갔던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그리고 보니 해외 모터쇼 처음과 마지막을 모두 자비로 갔었네)도 기억에 남는다. 


못 가봐서 아쉬운 곳들도 많긴 하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중반까지 이른바 '세계 5대 모터쇼'로 꼽히던 것 가운데 파리 모터쇼만 못 가본 게 아쉬운 이유는 앞으로 가볼 일이 정말 없을 것 같아서. 제대로 열리고 볼거리만 좀 있다면 자비로라도 가보고 싶은데(물론 프랑스 출장도 여러 번 가긴 했다). 사실 2015년 독일-프랑스 10박 11일 돌아보고 나니 모터쇼는 별로 미련이 없다. 모터쇼 말고도 가볼 곳은 얼마든지 있으니. 



스칸디나비아에서 열리는 아이스 익스피리언스 못 가본 것도 한이라, 자비로 WRC 챔피언들이 운영하는 랠리 스쿨 가볼 생각도 여러 번 했더랬다. 2015년 독일-프랑스 기행 기획하고 실행해 보니, 내 돈 들여 내 경험 쌓는 것도 마음 먹으면 못할 게 없다고 느꼈다. 수입과 지출의 밸런스만 잘 맞추면 되는 일이다.


문제는 과연 앞으로 언제 어떻게 얼마나 비행기 타고 외국 나가 돌아볼 수 있을까 하는 것. 이젠 일 아니고 마음의 부담 없이 그냥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좀 많아지면 좋겠다. 


썩차로 유라시아 횡단하는 몽골랠리 같은 것도 좋겠고, 뉘르보다 연간 개방일이 훨씬 더 적은 스파 프랑코샹도 한 번쯤은 달려보고 싶고, 스코틀랜드 랜드로버 체험코스,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의 크고 작은 자동차 박물관들, 알프스의 수많은 고갯길들, 가보고 싶은 곳이 끝이 없고 자동차로 즐기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은데...


(2021년 4월 1일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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