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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잡지 창간의 추억

좋게든 나쁘게든, 자동차 잡지 창간은 내 인생을 바꾼 경험이었다

2014년 4월 22일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이 글의 배경은 모터트렌드 한국판 2010년 11월호에 썼던 글(https://jasonryu.net/2010/11/01/%eb%82%a8%ec%9e%90%eb%9d%bc%eb%a9%b4-%ec%9e%90%eb%8f%99%ec%b0%a8-%ec%9e%a1%ec%a7%80%eb%a5%bc-%ed%95%9c-%eb%b2%88%ec%af%a4-%eb%a7%8c%eb%93%a4%ec%96%b4%eb%b3%b8%eb%8b%a4/)이고요.




지금 와서 이야기지만, 정말 종이 잡지를 만들 생각은 없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종이 잡지의 입지가 좁아질 거라는 생각을 그 시절부터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웹은 참 재미있었다. 그래도 전산학과 출신이라고 아직 개발자 마인드가 조금은 남아있던 시절이니, 직접 홈페이지 코딩하고 동영상도 찍어 편집도 하는 등 뭔가를 뚝딱뚝딱 만들어 곧바로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웹진이 나에겐 훨씬 재미있는 매체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것에 더 관심을 쏟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돌이켜 보면 쓸데 없이 앞선 생각이었다. 


자의보다는 타의가 크게 작용해 결국 종이 잡지를 만들게 됐는데, 기왕 만드는 거 평범하지 않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한창 월간 비테스를 준비하던 2000년 무렵에는 겉멋이 들어서인지 국내 자동차 잡지들이 영 답답해 보였다. 


그래서 영국 Car, 일본 Le Volant이나 Rosso 같은 잡지를 모델 삼아 조금은 아방가르드(ㅋㅋㅋ)한 자동차 잡지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진짜 차에 미친 사람들은 재미있어할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역시 쓸데 없이 앞선 생각이고, 나아가 쓸데 없는 생각이었다. 장사할 생각 없이 책을 만들었는데 장사를 해야 했다. 독자는 내용으로 설득할 수 있었지만 광고주는 쉽게 설득되지 않았다.


지식도 경험도 능력도 턱없이 부족했던 시절, 사무실 바닥에 신문지 깔고 덮고 쪽잠 자가며 정말 몸으로 때우며 만들었던 책에 어찌 애정이 없겠나. 비테스를 접고 자동차생활에 입사할 때까지 공백기는 한편으로 지금 자동차 바닥에서 독립해 일할 수 있는 밑거름도 되었지만, 정말 치가 떨리도록 괴롭고, 외롭고, 힘든 시기였다. 오랜 기간은 아니었지만 회사에서 한솥밥 먹고 지낸 사람들 모두 한동안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웹진 창간에서 월간지 휴간까지 1년 남짓한 기간동안 치른 비싼 인생 수업료는 이후로도 한참을 더 갚아야 했다. 심한 우울증으로 힘들었던 건 우리 식구들도 잘 모르는 얘기다.


다 지나간 옛날 얘기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자동차를 좋아하고, 자동차 잡지를 좋아하고, 자동차에 관한 글로 먹고 사는 글쟁이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 것이다. 문득 마감 스트레스에 옛날 기억이 떠올라, 추억 이야기를 퍼다 날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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