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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자동차 글쟁이로 살아남기란

함께 가려 애쓸 것이고, 뚜벅뚜벅 갈 것이다. 늘 그랬듯.

3년 전인 2018년 3월 27일에 페이스북에 썼던 글이라고 하는군요(페이스북이...).




프리랜서 글쟁이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경험으로 배운   하나는 독자에게 읽히는 , 출판사나 매체에 팔리는 글을 써야 살아남을  있다는 사실이다.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와  맞아떨어지게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주관과 독단으로 똘똘 뭉치고도 살아남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그 주관과 독단이 아주 설득력이 있어서 많은 사람이 혹할 정도가 되거나, 글 쓰는 사람이 직접 출판사나 매체를 운영하면서 자기 글을 사람들에게 뿌릴 능력이 되거나. 그것도 아니면 출판사나 매체 눈에 콩깍지를 씌울 수 있는 사교술이나 포장 능력이 출중하면 된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살아남는 것도 능력이다. 나는 그런 능력은 없으니까 맨몸으로 그냥 부딪치는 거다. 웃기는 얘기 하나 하자면, '좋은 글이 살아남는  아니라 살아남는 글이 좋은 '이라는 말은 아주 니스적인 현실적 관점에서 정답이다. 특히 지난 10 동안은 뼈저리게 느꼈다.


물론 생활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닥치면 사람이 비굴해지기 쉬운데, 나는 그래도 비굴할 만큼 자존심 팔며 살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하다가 때려치운 일이 몇이며 수금 못한 일이 몇인데. 그나마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도 지킬 수 있어서 버틴 거다.


다시 하던 얘기로 돌아와서, 예나 지금이나 내 글은 화려하지도, 강렬하지도 않다. 자극적인 표현과 주장으로 독자의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지도 않고, 주제나 내용이 화제를 일으킬 만큼 파급력이 크지도 않다. 글 자체가 그리 매력 있지는 않다는 얘기다.


그래서, 솔직히 내 생각에 내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100에 80은 팔리는 글을 쓰기보다는 어쨌든 제작 시스템에 속한 사람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글을 쓴 덕분이었다는 생각이다. 뭔가 던져지면 어쨌든 썩 아쉽지 않은 품질의 결과물이 나오고, 그 결과물이 교정이나 내용 검증처럼 편집자를 귀찮게 하는 일거리가 적다는 것.


내 담당 편집자들은 아마도 변비 끝에 찾아오는 시원한 한 방(?)의 기분을 마감 때마다 겪을 것이다. 편집자 입장에서는 원고 기다리기가 무척 괴롭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는 일하기 편한 파트너였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추측을 해 본다. 뜬금없지만 이 자리를 빌려 부족한 내게 원고 청탁을 한 모든 분께 감사인사를 올린다(...?).


그런데 미디어 환경은 꾸준히 변한다. 지난 20여 년 사이에 핵심 콘텐츠 소비계층 자체가 바뀌었고, 소비성향과 형태도 달라졌다. 올드미디어에 특화된 방식으로는 그런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글은 꽤 오래전부터 주류 콘텐츠에서 밀려나는 길을 걷고 있고, 이제는 유튜브가 모든 궁금증을 해소하는 미디어 역할을 하는 시대다.


나 역시 어떻게든 그런 변화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 거다.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를 가공하고 포장해서 돋보이게 하는 능력 같은 것 없었던 내가 한순간에 확 달라지겠는가? 그런 것 없다. 글 써서 먹고살던 것처럼,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 제작 시스템에 속한 사람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나중엔 어떨지 몰라도) 당장은 그런 것 없다.


지난 20년 (다른 일들도 했지만) 글 쓰는 분야에서 살아남았으니, 다가올 20년을 살아남으려면 이 바닥과 이 세상을 살아갈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채널과 언어에 익숙해지는 게 나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더 험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고, 언젠가 누군가 자동차를 이야기하는 어딘가에는 내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다. 늘 그랬듯 싸우기보다는 함께 가려 애쓸 것이고, 늘 그랬듯  뚜벅뚜벅 갈 것이다.


오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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