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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콘텐츠 그리고 사람에 관한 고민

콘텐츠가 사람에게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종종 잊혀진다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에 뜬, 2015년 3월 3일에 썼던 글입니다. 무려 6년이나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걸 보면 현실도 사람도 좀처럼 변하지 않는 듯하네요.

사람을 쓰고 회사를 키울 생각을 꽤 오래전부터 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데, 아직도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책임감이다. 일하는 사람에게 합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내 회사 직원에게는 넉넉지는 않더라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의 월급을 꼬박꼬박 주고 싶고 그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 그럴만큼의 재정적 여유가 없으니 사람을 쓰지 못하는 거다.


물론 사업은 내 돈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고, 사람부터 써서 일을 키워야 돈도 많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도 있다. 다들 일리있는 말이다. 실제로 차입금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사람부터 갖추고 일을 키워 성장한 회사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식의 사업확장이 어울리는 업종도 있고 그렇지 않은 업종도 있다. 머리를 굴릴만큼 굴려봐도 지금까지 내가 해왔고 앞으로도 할 이 업종은 그런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할만한 성격이 아니다. 설비보다 사람의 능력과 실력에 더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쓰면 된다. 게다가 요즘처럼 사람 쓰기 좋은 시절이 또 어디 있었나. 정부 지원받아 저렴한 비용으로 인턴을 데려다 쓸 수도 있고, 아직까지는 '일 키우면 충분히 보상할테니 같이 일해보자'는 이야기가 어느 정도는 통하는 세상이다. 사람이 바뀌어도 사업을 이어나가는데 큰 문제가 없는 업종이라면 회사 입장에서는 적당한 사람 적당히 쓰다가 내보내거나, 내보내기 여의치 않으면 알아서 나가도록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런 고용은 바람직하지도 않거니와, 이 바닥 일 오래 하고 싶은 나는 그러고 싶지도 않다. 가능한 이 바닥에 오랫동안 함께 머물 사람을 뽑고 싶기 때문이다. 설령 한창 일하다가 뜻이 맞지 않아 다른 곳으로 옮겨가거나 자기 회사를 차린다고 해도 이 바닥에서 자기 입지를 다질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그런 사람을 뽑고 키우려면 회사가 일하는 사람이 일로든 금전적으로든 지치지 않아야한다. 그래서 '회사가 어려우니 이해해달라'는 말로 설득하지 않아도 될만큼 갖출 것 갖추고 사람을 뽑고 싶은 거다. 


'회사가 어려우니 이해해달라'는 말은 나도 숱하게 들었고, 숱하게 이해했다. 거짓말 조금 보태, 20대와 30대 내내 들었다. 그 덕분에 20년 가까이 사회생활 하면서 저축은커녕 빚 갚느라 허덕일 수밖에 없었다. 나와 함께 일할 사람에게 내가 겪은 고생길을 고스란히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지금도 훌륭한 인재가 많은 업계지만, 앞으로도 훌륭한 인재들이 이 업계의 자리를 채워나가도록 하려면 일자리 자체의 매력이 커야 한다. 그런 매력의 기본이 되는 건 결국 안정적으로 충분하게 제공되는 급여다.


뻔하고 당연하면서 재미도 없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쓴 이유는 갈등이 커서다. 앞으로 일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 어쩌다 보니 요즘 이쪽저쪽에서 콘텐츠에 관한 요구가 쏠리고 있다. 좋은 기회다. 하지만 보장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양질의 자동차 콘텐츠를 원하는 곳은 늘어나고 있는데, 정작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람들의 능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조건이나 상황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렇다고 콘텐츠를 원하는 곳이 직접 투자를 할 수도 없고, 그들은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결국 콘텐츠를 만드는 쪽이 밖에서 실력을 갖추고 커서 원하는 곳에 공급을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이런 식으로 가닥은 잡혔는데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고민이다. 아는 게 병이라고, 사회생활하면서 쓸데없는 경험에 쓸데없는 걸 너무 많이 배웠다. 보잘 것 없는 고생에 좌절은 매번 너무 컸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기 싫은 마음에 고민이 는다.


경험상, 답은 사람에게서 나올 거다.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며 손에 잡힌 가닥을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을 때라는 얘기다. 나가자. 밖으로. 나가서 사람을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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