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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테크 모먼트: 작은 회사가 그리는 큰 그림

근본적 자동차 개발과 생산의 틀을 바꾸려는 모습

볼보가 2021년 6월 30일에 ‘테크 모먼트(Tech Moment)’라는 이름의 온라인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크게 다섯 가지 주제를 가지고 두 시간 반쯤 되는 긴 시간 동안 무척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요.


기자회견에서 다룬 주제 중 상당수는 그동안 볼보가 꾸준히 추진하고 진행했던 일들을 정리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개별 사항들을 퍼즐처럼 엮어 내놓은 큰 그림은 꽤 흥미로왔습니다. 앞으로 볼보가 나아갈 방향과 볼보가 내놓을 제품들은 과거와 크게 다른 모습이 되리라는 얘기였거든요.


이제부터 제가 기자회견을 보고 느낀 것들과 다른 자료들을 종합해 정리한 ‘볼보의 큰 그림’에 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원문은 제 웹사이트인 제이슨류쩜넷 jasonryu.net 에도 올라와 있습니다)



단순하고도 명확한 목표: 2025년 그리고 2030년


볼보는 이미 2025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순수 전기차, 나머지를 전동화한 내연기관인 하이브리드 카로 만들 것이며 2030년까지 모든 모델을 순수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그 목표를 다시 강조했죠.

이번에 한 가지 추가된 내용은 연간 판매량을 2020년대 중반까지 120만 대로 늘리겠다는 겁니다. 볼보의 연간 판매량은 2020년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 여파로 66만 대 수준으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2019년에 70만 대 수준이었습니다. 앞으로 4년 사이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카의 비율을 1:1로 맞추면서 판매량을 70% 가까이 키우겠다는 건 이만저만 야심찬 목표가 아닙니다.


이런 목표는 목표 자체보다 목표의 실현을 위한 과정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새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한 기성 자동차 업체들은 물론이고, 테슬라로 대표되는 신흥 전기차 업체들도 아직 전기차 생산과 판매에서는 변변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볼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을 바꾸겠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이번 테크 모먼트 기자회견의 의미는 볼보가 전기차로 이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의 가닥을 잡은 것을 알리는 데 있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볼보는 2020년대 중반까지 8~10%의 운영이익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세 개 핵심 글로벌 판매 지역에서 판매와 이익을 높이고, 판매와 운송 채널의 효율을 높이고, 제휴사와의 시너지를 키우고, 순수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겠다고 합니다.


주목할 표현은 ‘2020년대 중반까지 전동화 모델과 내연기관 모델 사이의 순익 균형을 맞춤으로써 수익성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전동화 모델의 수익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0년대 중반 판매 목표를 120만 대로 정한 것은 결국 순수 전기차를 포함한 전동화 모델의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념의 전환: 전통적 제조업 형태를 탈피하겠다는 선언

저는 기자회견 도입부에 쓰인 영상이 재미있었습니다. 볼보 이름이 쓰인 상자가 열리면서 자동차를 조립할 수 있는 키트가 나오는 모습은 프라모델 조립이 취미였던 저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죠. 기자회견 내용을 살펴보면서 왜 그런 영상을 보여주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 동력계의 중심이 엔진에서 전기 모터로 바뀌면서, 자동차 업체의 제품 개발 관점이 달라지고 있고 달라져야 한다는 것은 독자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자동차를 프라모델로 표현한 것은 볼보가 제품 개발 관점을 바꿨음을 상징합니다.


뒤에 다룰 내용이 핵심이 되겠지만, 차를 구성하는 물리적 요소 즉 하드웨어는 마치 프라모델처럼 미리 만들어놓은 부품을 조립하는 것이고, 그 안을 채우고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소프트웨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즉 볼보는 전통적 제조업체(manufacturer)의 틀에서 벗어나 제작업체(fabricator)가 되겠다는 선언입니다.


이런 변화를 추진하는 목적은 물론 지속가능한 경영입니다. 이익을 내서 살아남겠다는 거죠. 그 배경에는 시장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유연성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있습니다. 기존의 플랫폼이나 동력계 개발 방식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만큼, 전기차로 제품군을 전환하면서 아예 개발 방식도 전기차에 알맞게 전환함으로써 시간과 비용, 효율을 모두 높이겠다는 것이죠.


당연히 핵심은 소프트웨어입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라는 개념은 테슬라와 비슷합니다. 다만 지금 당장 테슬라처럼 접근할 수는 없으니 이미 개발되어 있는 다른 업체들의 솔루션을 활용해 개발 시간과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비슷한 효과를 얻는 방법을 택한 것이죠. 이는 달리 해석하면 개발 방식에는 분산 개념을 도입해 효율과 속도를 높이고, 생산 방식은 집중화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볼보카즈.OS: 시스템 통합과 개방성의 중심

기자회견에서는 안전에 관한 내용을 별도 세션으로 구성할 만큼 적잖은 비중을 뒀는데요. 저는 그 부분은 곁다리라고 봤습니다. 안전은 볼보 제품 개발에서 항상 바탕에 깔려 있는 임베디드(embedded) 요소고, 기자회견에서 다룬 내용은 겉으로 드러나는 일부에 관한 얘기였으니까요.


이번 기자회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은 전용 소프트웨어 운영체제 즉 볼보카즈.OS(VolvoCars.OS)의 등장이었습니다. 자동차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통합 OS로 관리하고 제어하는 운영체제를 사용한다는 건데요.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중심의 신생 자동차 업체가 아닌 기성 자동차 업체 가운데 자동차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접근하는 개념을 공식적으로 내세운 것은 볼보가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드웨어의 중심은 볼보와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엔비디아(NVIDIA)의 코어 컴퓨터입니다. 이 시스템은 세 개 주 컴퓨터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 영상 처리 및 인공지능, 일반 연산 처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담당합니다.

여기에 엔비디아(NVIDIA)의 드라이브 오린(DRIVE Orin) 시스템, 라이다(LiDAR)와 인지 소프트웨어 등을 포함한 루미나(Luminar)의 센티넬 솔루션, 볼보 자회사 젠스엑트(Zenseact)의 원파일럿(OnePilot)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솔루션 등이 주행 관련 실내외 환경 정보 수집과 처리, 제어에 활용됩니다.


볼보카즈.OS는 API를 통해 여러 개별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와 정보를 주고 받으며 차 전체의 기능을 통합 관리 운영하는 역할을 합니다.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를 쓰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처럼, 개별 요소마다 OS와 인터페이스가 다르기는 하지만 볼보카즈.OS가 전체적으로 관리를 하는 거죠.


볼보카즈.OS는 관리 영역별로 API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기능과 하드웨어에 따라 수시로 무선 업데이트가 가능하고 서드파티 앱 개발과 설치도 가능합니다. 이런 기능은 지금도 어느 정도 구현되어 있는데, 볼보카즈.OS에서는 확장성이 더 커진다고 합니다.

다만 코어 컴퓨팅으로의 전환과 볼보카즈.OS의 도입에도, 구성 요소의 통합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게 됩니다. 물론 제가 개발자가 아니라서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고, 볼보도 지금 단계에 머무르지만은 않을 겁니다. 소프트웨어라는 것은 업데이트도 하지만, 버전 업도 하니까요. 볼보가 얘기한 ‘2세대 전기차’에 쓰일 볼보카즈.OS가 버전 1.0이라면, 아마도 그 뒤에 나올 ‘3세대 전기차’에는 좀 더 통합된 형태의 버전 2.0이 올라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예상을 뒷받침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을 사내에 두지 않고 젠스액트라는 별도 회사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볼보뿐 아니라 다른 업체에도 전기차 OS를 비롯한 소프트웨어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입니다. 제3의 업체가 아니라도, 볼보 계열인 폴스타나 지리 계열의 링크앤코, 지커 등에 공급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죠.


자체 조달 확대: 전기차 관련 요소의 수직 통합


다른 부분에 비하면 전기 동력계와 배터리에 관한 부분에 대한 설명은 조금 싱거운 편이었습니다. 특히 배터리에 관해 한 이야기는 다소 뜬구름 잡는 것이 많았습니다. 아마 나중에 따로 얘기할 거리가 남아있는 듯합니다.


일단 배터리 기술 개발 목표는 밝혔습니다. 볼보는 2030년까지 전기차 실제 주행거리를 현재 수준의 두 배 이상으로 연장하고, 배터리 충전 시간을 줄이고 소유와 충전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현재 판매 중인 XC40 P8 리차지의 WLTP 사이클 기준 주행거리가 418km니, 그 두 배라면 8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이야기인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지금보다 50% 높여 1000Wh/L 수준에 이르게 함으로써 실제 주행거리 1,000km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건 목표치입니다. 배터리 및 충전 기술이 발전할 거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얘기죠. 다만 볼보는 배터리에 관련해서는 스웨덴의 배터리 솔루션 업체 노스볼트(Northvolt)와의 협업을 강조합니다.

위 이미지는 설명 중에 보여준 그래프인데요.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진행될 배터리 공급에 관한 내용입니다. 여기에서 아래쪽 연회색 부분이 구매 배터리(Purchased Batteries), 위쪽 진청색 부분이 자체 생산 배터리(In-house Batteries)를 나타내는데요. 구매 배터리는 볼보가 장기 공급계약을 맺은 LG 에너지솔루션 및 CATL의 공급물량을, 자체 생산 배터리는 노스볼트가 공급하는 물량을 뜻합니다.


볼보는 노스볼트와 1:1 비율로 공동 출자한 합작회사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합작회사의 연구소는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기존 노스볼트 공장 외에 따로 볼보와 폴스타에 공급할 배터리를 만들 ‘기가팩토리’를 신설할 예정입니다. 2024년부터 기존 노스볼트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가 연간 15GWh 규모로 공급되고, 2026년부터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한 배터리가 연간 최대 50kWh 규모로 공급됩니다. 그래프는 이 계획을 표시한 겁니다.


노스볼트의 배터리 공급이 중요한 것은 비용 절감 때문이기도 합니다. 자체 조달을 통해 배터리 셀 단가와 팩 조립 비용은 물론 운송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노스볼트는 100% 청정 에너지로 배터리를 생산하고 배터리 재활용 솔루션까지 갖고 있기 때문에 간접적인 비용 절감 효과도 있습니다.


배터리 외의 부분은 전에 발표한 내용과 같습니다. 볼보는 2020년대 중반까지 전기차 동력계에 관한 대부분의 구성 요소를 직접 개발 및 생산하게 됩니다. 앞서 2020년 말에 볼보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전기 모터는 중국에 세운 연구소를 중심으로 개발하고, 생산은 스웨덴에 짓고 있는 공장에서 이루어집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레벨 3 이상 자율주행을 고려한 디자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관련해서는 개념 차원에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현재 시스템 구성과 큰 차이는 없고, 좀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정보 전달과 조작성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으로 여겨집니다. 다만 현재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시각적 인터페이스는 개인적으로는 썩 좋게 평가하지는 않는 것과 달리, 이번에 공개한 것은 자율주행 관련 기술 발전을 고려하면 비교적 납득할 만합니다.


현재 볼보의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인터페이스의 가독성과 조작성은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자동차 브랜드 차들에 적용된 것 중 테슬라와 피비 프로(PIVI Pro) 적용 전의 재규어 랜드로버 다음으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전통적 자동차의 기본 운전 스타일인 ‘시선은 도로에, 손은 스티어링 휠에(eyes on the road, hands on the wheel)’ 관점에서 보면 정보를 확인하거나 기능을 조작할 때 지나치게 운전자의 시선과 주의를 흐트러뜨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한 시각적 인터페이스를 보면, 기능적으로 재구성한 정보 표시 및 조작 영역과는 별개로 표시되는 정보의 가독성은 현재 시스템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더 발전된 주행 보조 시스템으로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것을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주행 중 항상 시선을 도로에, 손을 스티어링 휠 위에 올려놓아야 하는 이유는 안전 때문이죠. 운전자가 주행을 통제하는 상황에서는 주행 중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운전자의 의무입니다. 그러나 자동차의 시스템이 주행을 통제하는 자율주행 단계가 되면 운전자의 부담이 줄어듭니다. 그만큼 주행 중에도 다른 기능을 확인하거나 조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죠.


레벨 3 자율주행에서는 제한된 조건에서 운전자가 차의 통제권을 차에 넘길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가독성이나 조작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운전자가 주의를 돌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좀 더 생깁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상황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부족한 면은 있죠.


그래서 볼보는 다른 업체들처럼 음성인식 제어 기능을 강화해 취약점을 보완한다고 합니다. 볼보의 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처음부터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로 설계된 만큼 구글 어시스턴트의 음성인식 기능이 더 잘 구현될 겁니다.


볼보 컨셉트 리차지: 2023년형 대형 SUV 프리뷰

볼보는 기자회견 마지막 부분인 디자인 세션에서 콘셉트 리차지(Concept Recharge)를 공개했습니다. 기자회견 내내 이야기한 내용을 실물로 구현한 것을 가정한 콘셉트카죠.


관련 보도자료에 드문드문 언급했듯, 이 차는 현행 XC90의 뒤를 이을 볼보의 대형 순수 SUV를 미리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볼보가 그동안 개발한 2세대 대형차 플랫폼 SPA 2(Scalable Product Architecture 2)를 활용한 첫 순수 전기 SUV입니다.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내년에 콘셉트 리차지를 바탕으로 만든 양산 모델이 공개되고 2023년형으로 판매가 시작될 듯합니다.

볼보는 자사 전기차를 1세대와 2세대, 3세대로 구분합니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XC40 P8 리차지와 C40 리차지는 기존 CMA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든 1세대 전기차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공개한 콘셉트 리차지 바탕의 양산차가 볼보의 첫 2세대 전기차가 됩니다.


볼보의 2세대 전기차는 폭스바겐 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내놓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집니다. 앞뒤 바퀴 사이 바닥 부분 전체를 배터리 팩으로 구성하는 형태의 것이죠. 1세대 플랫폼에 쓰인 것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가 쓰이고, 배터리에 충전한 전기 에너지를 전력망(power grid)에 전달하는 V2G 기능도 들어갑니다.

제품 관점에서 보면 SPA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SPA 2 플랫폼은 볼보 60 및 90 모델에 쓰입니다. 그 첫 모델이 XC90 후속 모델에 해당하는 콘셉트 리차지의 양산 버전이고, 두 번째 모델은 XC60 후속 모델로 2026년 경에 나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올 3세대 전기차는 배터리 팩을 차체 구조와 통합한 형태가 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볼보는 2020년대 중반까지 3세대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는 다음 세대 CMA 플랫폼이 될 겁니다.

이런 타임라인과 더불어 올해 초 C40 리차지 공개 때 예고한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보면, 2020년대 중반까지 볼보의 전기차 라인업은 크게 늘어납니다. 당연히 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테고, 그에 따른 공급계획도 마련해 놓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론: 탄탄한 계획, 지켜봐야 할 앞으로의 과정


모든 자동차 업체들의 고민은 수익성입니다. 지금의 기술과 시스템으로 뚜렷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전기차로 어쩔 수 없이 전환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수익을 내야 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볼보가 근본적 자동차 개발과 생산의 틀을 바꾸려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의미가 큽니다. 전기차를 만들어 이익을 내는 것이 실현 가능하다는 이야기니까요. 물론 기존 자동차 제조업의 틀을 깨는 발상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와 시장에 작용하는 변수는 무척 폭넓고 많습니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번 테크 모먼트에서 볼보가 발표한 내용 중에도 조금 설득력이 약하거나 확신을 주기 어려운 부분은 있었습니다. 기성 자동차 업체의 한계도 엿볼 수 있었고요. 그래도 그동안 다른 동종 업체들이 이야기한 비전에 비하면 혁신의 수준이 높고 좀 더 본질적 변화에 가까와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칸 사무엘손 씨가 볼보 CEO로 취임한 이후로 볼보의 변화는 늘 이전과는 크게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는데요. 지난 10여 년간의 크고 작은 변화들이 모여 이제 커다란 전환이라는 큰 그림이 드러나고 있는 듯합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내용 외에도, 전기차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볼보의 첫 플랫폼으로 만들어질 첫 양산 모델이 등장할 때까지 더 구체적이고 새로운 이야기들이 더해질 겁니다. 큰 변화를 생각하며 만든 새 모델과 그 이후의 볼보가 어떤 모습일지 지켜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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