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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쯤 제대로 된 자율주행차를 만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현재는 물론 과거도 파악할 수 있어야


(* 2017년 8월 26일에 페이스북에 쓴 글입니다)


교통인프라와 단절된 상태로 차에만 자율주행 기술을 어느 수준까지 안전하게 담아서 일반 소비자가 보편적으로 살 수 있는, 적어도 어느 나라든 베스트셀링 카에 자율주행 기술이 안전하게 구현된 차를 사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리리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자동차가 독자적으로 안전하게 자율주행을 하려면, 적어도 세계 정상급 선수들로 구성한 축구팀과 매번 한 골도 먹지 않고 이기는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 축구팀을 꾸릴 수 있을 만큼, 또는 환상의 드림팀이라 할 야구 팀과 겨뤄 경기마다 노 히트 노 런의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 야구팀을 꾸릴 정도로 기술이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알파고가 복잡한 경우의 수를 다루는 바둑이라는 게임에서 사람을 이긴 것이 대단하긴 하지만, 실제 도로를 달리는 일은 다차원적인 바둑을 두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도로 위의 차들, 꼭집어 말하면 각기 다른 목적과 습관, 상황으로 운전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니까요. 거기에 변화무쌍한 도로와 날씨 환경에도 알맞게 대응해야 합니다. 알파고로 비유하자면 여러 프로 바둑기사와 동시에 대국을 하면서 스스로 바둑판에 돌을 놓는 것은 물론 대국 생중계를 위한 여러 대의 카메라와 마이크, 조명 조작과 방송국 부조종실 역할까지 다 하는 거라고 보면 될 겁니다. 정말 자율주행 기술이 사람만큼 똑똑한 지능에 의해 제어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죠. 새삼 사고 없이 운전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은 예측 불가능한 행동이 가능한(...) 존재라서, 인공지능이 웬만큼 발전해도 상대하기 어렵습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의 유명한 TV 다큐멘터리 '사상 최악의 참사(Seconds From Disaster)'에서 매회 반복되는 시작 멘트는 이렇습니다. "재난은 그냥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위험한 사건이 연속으로 일어난 결과입니다." 꼭 사상 최악의 참사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시스템이 완벽하게 교통과 자동차를 통제하기 전까지는 인공지능은 운전자라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대응해야 하는데, 완벽하게 대응하기에는 인간은 변수가 너무 많은 존재입니다.


물론 사람이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했을 때 인공지능이 빠르게 대응하는 건 가능할 겁니다. 그런데 그 예측 불가능한 행동이 사고로 직결되는 것이라면, 이미 사고가 일어난 다음에 대응을 해봤자 소용 없겠죠. 그런데 수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한다면 어떨까요?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지금은 예측 불가능한 것들까지도 예측할 수 있겠죠. 그러나 인공지능이 인간 때문에 생기는 모든 사고를 예방할 수 있으려면 모든 인간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과거까지 완전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이 인공지능의 완벽한 지배를 받는 세상이 되면 가능해질 일입니다. 안전한 자율주행 차를 만들겠다고 거기까지는 갈 필요가 없겠죠.


게다가 보편적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을 정도의 값에 그 정도 수준의 인공지능과 주행제어 기술을 담은 차가 나와야 합니다. 모든 차마다 그런 기술을 때려박을 수는 없을테니, 그나마 교통 인프라라는 덜 복잡한 변수부터 시작해 지능형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아야겠죠. 그 다음부터는 통신의 영역으로 들어섭니다. 진짜 자동차가 스마트폰과 비슷한 존재가 되는 거죠. 통신도 해결할 과제가 늘어납니다. 


일단 그 정도 수준에 이르고 나서야 쓰나미가 휩쓸듯 대부분의 차가 자율주행 기술의 도움으로 도로 위를 안전하게 달릴 수 있을 겁니다. 언제쯤 그런 때가 올까요? 발전된 형태의 주행 지원 시스템(ADAS)으로 자율주행에 가까운 경험을 할 수는 있습니다. 이미 지금 나오는 차들에 어느 정도 구현되어 있고요. 하지만 절대 완벽할 수 없는 기술이고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제한된 기능을 하는 기술입니다. 적어도 앞으로 10년 안에 나올 대중적 양산차에 쓰일 ADAS도 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 


요즘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유행인데, 그런 식의 구분이라면 대충 5차산업혁명이 일어날 즈음은 되어야 믿을만한 자율주행 차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5차산업혁명이라는 게 정말로 일어난다면 말입니다.


P.S. 아... 물론 지금 기준으로 판단하고 생각한 이야기입니다. 세상은 변하고, 변하면 생각도 달라질 수 있죠. 제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고,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나중에 가서 제 예측이 잘못됐다면 '그땐 내가 잘못 생각했다'고 인정하고 현실을 받아들일 겁니다.


(* 그리고 아래는 이 글을 읽고 오늘 덧붙여 쓴 글입니다. 바빠서 대충 마무리한 글이라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네요)


4년 전에 이런 글을 썼었다. 댓글에 레벨 4 자율주행차가 '5년 뒤에는 나오지 않을까'라고 썼는데, 슬슬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사실 예측불가의 수많은 인'간'지능이 운전하는 차들에 대응하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은 건 여전하다. 다만 인'공'지능의 발전과 학습을 통한 성장도 보편적 관념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테슬라가 라이다 없이 자율주행을 구현하겠다고 얘기했을 때 '과연?'이라면서도 그런 얘기 할 만 하다는 생각이 함께 든 이유기도 하다(물론 나라면 카메라와 라이다가 상호보완하는 시스템 쪽에 더 안심하겠지만). 


차 살 때 '정보제공동의'항목에 사인하신 분들 덕분에,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될 데이터들은(그와는 별개로 다른 정보들도 수집하지만) 차곡차곡 쌓이고 분석되고 있다. 그 양과 속도도 엄청나다. 학습 로직의 틀이 잡히면, 많은 케이스 경험 즉 실제 주행 환경 데이터를 확보하는 쪽이 유리하다. 그쪽으로는 테슬라도 경험이 많으니 자신들의 시스템과 기술을 틀림없이 잘 활용할 것이다.


의외의 복병은 유튜브를 쥐고 있는 구글이랄까. 자율주행 관련 기술이 담긴 차들의 분포가 작은 시장의 데이터까지 다 확보하고 있으니 말이다. 저개발 국가 사람들이 올린 블랙박스 사고 영상만 분석해도, 실차 주행 데이터로 얻지 못하는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많은 것의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사람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 앞으로 4~5년 안에 자동차 기술과 시장 판도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당연히 시장은 더 복잡해질 테고. 


물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장미 100주를 사다 밭에다 심을 때에는 100주 모두 풍성한 장미꽃을 피울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이 꼭 그러리라는 법은 없다. 핀 꽃이 다 풍성하지 않을 수도 있고, 꽃을 피우지 않는 것이 있을 수도 있다. 장미묘목 판 사람에게 가서 따지면 이런 소릴 들을 수도 있다. "난 장미나무 달라기에 중 것 뿐이고, 모두 다 풍성한 꽃을 피울 거라고 얘기한 적 없어요!" 사다 심은 나무에서 장미꽃이 피긴 했으니 달리 할 말은 없다.


기술 개발과 법규를 충족해 판매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고, 그렇게 내놓은 제품이 잘 팔리느냐 아니냐는 또다른 차원의 문제다. 자동차 관련 안전 법규는 수많은 피와 목숨의 대가로 얻은 것인 만큼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또 그런 희생을 치르지 않게 하자는 것이 목적이니까. 다만 법규가 foolproof를 요구한다면, 자율주행 기술은 학습과 논리를 뛰어넘는 괴상함에도 대응할 수 있는 idiotproof임을 스스로 입증해야 제품으로 성공할 바탕을 갖추게 될 것이다. 


꽃봉오리가 크건 작건, 묘목업자는 '그래서 장미가 피지 않은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얘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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