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의 양적관리의 이유: 스페인(마요르카)의 사례
'Tourist go home.' 익숙한 문구 낯선 단어 조합
지구 반대편 한 쪽에서 다소 황망한 이 슬로건을 외치는 지역이 있다. 1980년대 '양키 고 홈!'은 익숙해도 '투어리스트 고 홈'이라니? 얼마나 생뚱맞은 외침인가. 하지만 2016년 6월, 최근 관광객으로 인해 지역민, 즉 로컬들의 삶의 질 하락을 겪고 있는 세계의 유명 관광지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다. 이들 지역은 우리에게도 익히 잘 알려진 스페인의 바로셀로나와 마요르카 지역이다. 그간의 관광과 관련한 갈등이 지역내 보존과 개발세력간의 충돌이라면, 현재는 관광객과 지역주민의 갈등으로 전선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셀로나야 그렇다해도 마요르카라는 지명이 유난히 나의 눈에 들어 온 것은 이곳이 제주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공포 후 제주도는 홍콩과 싱가포르를 롤모델로 하는 국제자유도시이자 세계적인 휴양관광도시를 지향하는 개발정책을 펼쳐왔다. 그리고 13년 후인 2015년 제주도는 '청정과 공존'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제주개발정책의 방향의 수정을 공론화하고 있다. 비록 이것이 현재 제주특별자치도를 이끌고 가는 도정의 정치적 제스처이며 다음 도정에서도 지속될지는 한국 정치 성향을 봤을 때 의문시된다. 하지만 청정과 공존을 제주개발의 핵심가치로 내세운다고 한 것은 환경과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시대적 변화기류를 어느 정도 의식했기 때문인 것만은 분명하다.
제주미래비전 보고서가 제시하는 제주개발의 기본 가치는 개발이나 발전이 아니다. 이전 제주국제국제자유도시의 지향점이 홍콩과 싱가포르였다면, 제주미래비전 보고서는 제주와 유사한 섬이자 휴양관광지인 스페인의 마요르카를 모델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마요르카는 제주에서 언급되는 빈도가 매우 많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도지사와 관료들의 방문도 잇따르고 있는 지역이다.
마요르카는 이렇게 제주의 미래와 관련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마요르카에서 'tourist go home'이라고 지역주민들이 외치고 있다는 점은 관광연구자이자 제주도민인 필자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했다. 도대체 왜 마요르카 주민들은 관광객은 집으로를 외치고 있을까?
급증하는 관광객, 주민 삶의 질은 악화
마요르카 섬은 스페인의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1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발레아레스 제도에 속한 섬 중 가장 큰 섬이다. 인구는 2011년 약 88만명이며 중심도시인 팔마는 발레아레스 제도 자치지역의 주도이다. 면적은 1,833km2인 제주도의 약 2배인 3,630km2이며 지중해 서부에 위치한 관계로 연중 온화한 기후를 가져 1960년대부터 유럽에서 관광의 대중화를 상징하는 대명사로 통하고 있는 곳이다. 이로 인해 마요르카는 취업자의 약 1/3, 경제의 약 1/2이 관광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마요르카의 지역경제는 스페인에 몰아친 약 5년간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4월 팔마의 역사문화지구 벽면에 'tourist go home'라는 그래피티가 도배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안티-투어리즘적 행동은 관광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란 측면에서 예의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 비록 소수지만 마요르카 주민과 관광객 사이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 스페인은 마요르카 뿐만 아니라 바로셀로나 등 스페인을 대표하는 유명관광지에서 급증한 관광객으로 인해 지역주민은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삶의 질 악화를 경험하고 있다. 테러 등의 국제환경의 영향으로 인해 이집트나 모로코 등 유명관광지를 대신해 유럽인들(특히 영국과 독일인)이 비교적 안전한 관광지인 스페인, 이탈리아 등 전통적인 유럽관광지로 단시간 관광객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좌파계열 시장이 집권한 발로셀로나 관광당국은 급기야 관광객을 대상으로 최근 몇 가지 제한조치를 취하기까지 이르렀다.
예를 들면, 바로셀로나의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인 라보케리아 시장(La Boqueria markets)은 피크타임에 15명 이상의 단체 관광객의 방문을 제한했다. 2년전 관광객 아파트먼트 밀집지역에 인접한 주민들은 관광객들의 취태와 무질서를 조롱하는 등 관광객에 대한 분노지수가 높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스페인과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도 Cinque Terre의 방문객 수를 연간 150만명으로 제한하여 관광지에 주는 부담을 제한하고 보호하는 정책을 펼칠 것을 공식화하고 있는 등 관광과 지역의 긴장 사례는 넓어지고 있다.
한편, 마요르카의 팔마에서는 크루즈가 들어오면 지역민들의 도심 나들이를 주저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왜냐하면 많게는 하루 약 22,000여명의 크루즈 관광객이 일정시간 도심을 점령하기 때문이다. 또한 주차문제도 심각하다. 팔마의 유명 관광지 주변도로는 관광객의 차량으로 인로 정작 지역주민이 주차하려면 몇바퀴를 돌아야 간신히 주차할 수 있으며, 교통혼잡은 주민의 삶의 질은 낮추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마요르카 당국은 관광산업에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광산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에게 대해 1박당 약 2유로의 관광세를 매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다. 한편 이러한 경향은 발레리아스 제도의 4개의 주요 섬 중 하나인 Formentera에서도 내년(2017)년부터 섬에 들어오는 자동차에 대해 입도세를 부과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관광객수를 통제하고 지역의 자연환경을 보호하려는 적극적인 정책개입 추세는 확대되고 있다.
마요르카 안티-투어리즘 경향이 주는 의미
그래피티와 같은 안티-투어리즘적 행동과 관련한 논란이 의미하는 것은 적어도 이곳 마요르카에서 관광의 양적성장에 기반한 성장이 지역에는 바람직하지 않다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지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섬이라는 지역의 한정된 자원규모를 고려하면 적당한 규모의 사람이 방문해야 한다는 논리는 합리적이다. 외부의존성이 높은 관광산업 특성상 관광에 기반한 지역 성장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지역 관광당국은 관광을 제한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통제 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 벽화로 유명한 서울 이화벽화마을의 주민들이 관광객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 노이즈 등 관광공해를 참다못해 벽화를 지워버렸다. 가장 극명한 폐해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아예 주민들을 삶의 공간에서 추방하기도 한다. 최근 제주방문 중국관광객과 자본에 대해 제주에서 일부지만 안티 투어리즘적 정서도 감지된다. 아직 많은 제주로컬들의 정서라고 대변할 수는 없지만 양정성장에 기반한 관광이 무한한 확장만을 거듭하고 관리되거나 통제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지역의 저항에 부딛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제주도가 내세우는 청정과 공존의 비전은 급증하는 제주방문객 수와 이로 인해 나타나는 여러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면 비록 조금은 늦은 감이 있지만 시의적절한 정책방향의 변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액선이 선언적 이상의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행정과 조치가 실천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한다. 입도세나 무료인 한라산 방문객에 대한 입장료,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입장료의 인상 등의 정책적 검토 말이다.
그러나 제주도는 여전히 개발위주의 정책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양적성장을 위해 제2공항을 밀어붙이고 제주의 허파 곶자왈을 밀고 카지노 위주의 복합리조트를 건설하며, 일부 호텔업자에게는 경관의 사유화를 유발하는 개발을 허용하는 등 선언과 실행이 일치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역주민들의 관광과 관련한 인내심도 점차 옅어지는 기미가 보인다. 꽌광으로 삶의 질이 악화되어 가고 있다고 얘기들을 예전보다 많이 듣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 제주미래비전의 롤모델 마요르카에서 발생하고 있는 'tourist go home'이라고 담벼락에 외치는 이야기는 제주에게 많은 시사점 제공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
* 스페인에서는 매년 관광객에 의한 환경파괴 처리 비용으로 약780억원($78million)의 세금이 투여되고 있다.
* 결국 제주미래비전보고서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마요르카는 '청정과 공존'이라는 미래가치보다는 대중관광지의 현재 모습이라는 점에서 제주미래비전보고서와 이를 토대로 제주발전정책을 투영하고자 하는 현 도정의 정책이 왠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상황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청정과 공존'이 정치적 레토릭이란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아니면 보고서 용역팀에게 현혹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참고자료
www.reut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