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관광발전 전환의 전제
Bigger isn't always better, Quality is more than quantity
2013년 관광객 1,000만명을 달성한 제주는 본격적으로 '메가 투어리즘(mega-tourism)' 시대로 접어들었다. 관광객은 소비자로 관광지는 상품으로 시장경쟁을 통해 교환되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관광성장은 일반론적인 관점에서 '좋은'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관광지가 상품으로 거래될 때 고려해야 하는 것은 일반적인 제품이나 서비스와 달리 관광지에 커뮤니티(community), 즉 지역주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관광지에서 관광성장이 수용할 수 있는 근거는 커뮤니티가 관광의 구조에 속하든 속하지 않든 성장의 혜택이 지역의 발전(정확하게는 경제적 발전)을 견인한다는 가정에서 근거한다.
하지만 관광성장과 관련한 이런 가정은 과연 적확할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면 관점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다수는 긍정적으로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관광지가 물리적 한계를 갖는 공간이란 점과 이 한계공간인 관광지는 단순히 소유권이 이전되는 상품이 아니라 지역주민과 같이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공간적 제약이 있는 관광지에서 물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관광객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일정수준 이상 관광객이 방문한다면 관광지의 허용한계를 넘어선다는 점에서 환경적, 사회문화적으로 비용이 발생하고 이는 관광객 만족을 저하시켜 결국 상품으로서 관광지 수명을 단축시 수 밖에 없다. 관광관련 저명한 학자인 버틀러(Butler)는 이를 '관광지수명주기(DLC: destination life cycle)'라는 이론을 통해 관광객수와 지역의 관계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DLC이론에 따르면, 관광지는 도입기(1.탐사와 2.개입), 성장기(3.발전과 4.경화), 성숙기(5), 쇠퇴기(6d,e)를 거치는 S자 곡선을 지닌다고 주장하면서 상품으로 관광지는 허용한계에 다가갈수록 성장속도는 줄어들고 결국 쇠퇴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이 시사하는 것은 되도록 성장단계를 오래 지속시켜 성숙단계에 이르는 시간을 길게 만들어야 하며, 성숙단계가 오래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없다면 결국 쇠퇴하게 된다. 성장이 지체되거나 감속하는 이유는 관광객의 만족이 저하된다는 것과 저하의 원인은 허용한계에 따른 관광지 자체의 매력감소일 것이다. 이것이 성장의 양적관리가 필요하며, 성장이 관리될 때 지역사회와 관광객 모두에게 헤택적인 이유가 된다.
이처럼 관광성장은 관리될 때 지역사회와 관광객 모두에게 혜택적이다.
2000년 이후 제주관광의 성장을 보면, 2007년을 기점으로 성장곡선의 기울기가 짧은 시간 가파르게 상승함을 볼 수 있다. DLC이론을 따르면 제주는 현재 성장단계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성장세는 얼마나 오래 지속시킬 수 있고, 지속시키기 위해 취해야 할 조치는 무엇일까? 이는 결국 관광지의 허용한계가 얼마인가?라는 것인데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할 방법론은 없지만 예측하고 추정할 수 있는 방안들은 있다. 어떤 방안이든 포커스는 성장의 기간을 늦추는 것이 목표일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양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제주관광의 성장전략은 '점진적 성장전략(incremental growth strategies)'이어야 한다. 즉, 이것은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의 전환을, 비계획된 성장에서 계획된 성장을 말한다.
관광지 제주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이라면 2016년 현재 삶의 질이 악화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늘어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난개발로 인한 환경악화, 교통체증, 그리고 이를 둘러싼 갈등 등 그간 목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부정적 관광영향을 경험하고 있다. 그렇다고 성장에 대한 욕망을 지울 수는 없다. 관광객 증가로 인한 지가상승 등 혜택이나 혜택에 대한 기대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의 기대수준을 충족시키고 관광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성장의 속도를 늦추는 방법 뿐 없다. 만약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조만간 부정적 영향이 기대수준을 초과할 수 있다. 한국은행 제주지부가 펴낸 보고서에서 3~4년 내 지가상승이 멈출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이유이다. 많은 것이 항상 좋은 것이 아니며 때론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점진적 성장전략은 질적인 지역발전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제주도정에서는 질적관광을 위한 패러다임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비록 비 법정게획이지만 '제주미래비전보고서'나 '관광의 질적성장을 계획'등을 발표하고 있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카지노 중심의 복합리조트라는 대형프로젝트성 개발에 매몰되어 있는 편이다. 국내에 카지노 복합리조트가 9개 들어설 예정이며 제주에서도 이미 4개가 계획상이지만 사업자가 표명하고 있고 4개의 카지노는 언제든지 카지노 복합리조트사업자에게 양도될 수 있고 대규모 개발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계획과 실행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기타 소소하지만 양적성장에 매몰되어 있는 증거가 이곳 저곳에서 목도된다. 멀쩡한 해수욕장에 해수욕 풀을 만든다고 콘크리트 수영장을 건설하다 철회한 곽지해수욕장 사례도 그렇고, 수변개발과 원도심 재생을 위한 환경개선을 이유로 산치천변에 콘크리트 벽을 만들다 반대여론에 철회한 사례, 올래길 방문객 편의를 높인다고 해변에 콘크리트 퍼부어 나무테크를 만드는 사례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위로부터 카지노 복합리조트 신화역사공원(자료: 제주의소리), 곽지해수욕장 해수욕풀(자료: 미디어제주), 산지천을 볼 수 없게 만든 콘크리트벽, 해안변을 콘크리트로 덮은 데크(자료:제주의소리)는 선언적, 보여주기식, 속도경쟁식, 비계획적 개발의 대표적인 경우다.
그렇다면 관광의 속도를 줄여 부정적 관광개발 영향을 줄이면서도 관광개발의 긍정적 혜택을 누리기 위한 점진적 성장전략을 위한 구체적인 매지니먼트 접근법은 무엇일까? 비록 주관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양적 관광지 관리의 방법론 또는 전제와 관련하여 몇가지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이들 방안은 성장을 위한 방향설정이나 성장의 규모, 속도 그리고 외부의존성을 줄이기 위한 진단도구적 성격을 지닌다.
1) 지역특성분석(communiy character analysis)
지역특성분석은 점진적 성장전략의 방향설정과 관련한다. 관광지 제주, 관광지 커뮤니티의 점진적 성장의 방향은 지역특성과 관광객이 기대하는 경험에 근거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지역에 대한 아이덴티티, 이미지, 자원의 특성에 대한 분석은 필수적이다.
2) 관광화지수(tourism index)
관광화지수는 개발의 정도를 진단하기 위한 지표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관광과 관련한 사업체의 수, 매력물의 수 등이 지역에서 차지는 비율을 지수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무엇을 얼마나 개발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로 활용 가능하다.
3) 수용력(carrying capacity)
수용력 개념은 환경적, 사회적으로 얼마만큼 개발해야 관광객의 경험의 질과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보통은 환경적 측면에서의 수용력을 의미한다.
4) 관광위성계정(tourism satellite account)
위성계정은 국민계정의 특 속에서 관광산업과 같이 세부내용을 반영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많거나 모호하여 본계정의 쳬계와 구조가 맞지 않은 분야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작성되는 계정이다. 관광산업은 범위가 너무 복잡하여 전체산업규모를 측정하기 힘들고 이에 따라 그 효과나 효율을 분석하기 힘든 특성이 있다. 관광위성계정은 이러한 관광산업의 단점을 보완하여 정확한 진단을 가능하게 한다. 이를 위한 정확한 통계작성 명세나 기법의 도입이 필수불가결하다.
양적성장에 기반한 개발은 계획되어야 하며 매니지먼트되어야 질적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의도하지 않은 성장은 관광지의 환경과 지역주민 그리고 관광객이 상호작용에 기반하는 관광의 특성상 지역주민이 배재되거나 형식적 참여, 또는 성장의 실질적인 수혜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관광지 정부나 토호세력에만 이익적인 성장과 개발이기 쉽다. 자본주의 경쟁체계 속 세계화시대에 관광지간 경쟁은 피할 수 없짐만 세계체계론적 관점에서 주변부 또는 반주변부인 제주와 같은 관광지에서 지역주민에 이익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이 성장이 지역주민에 의해 관리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리를 위한 진단도구적 성격의 방법론은 다양하게 존재하며, 이런 사례를 통해 점진적 성장을 이룬 사례 또한 많다. 단순히 방문객수와 1인당 관광객 지출액, 체류일수 등을 진단의 근거로 한 성장전략은 여러모로 한계가 있으며, 성격상 진단의 도구나 방법론이기 보다 결과나 그러했기에 따라오는 성과라는 점에서 올바른 양적성장을 위한 지표는 아닐까 한다.
* 참고적으로 관광지의 점진적 성장전략을 위한 관리기법 및 프레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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