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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Sungil Kang Jul 01. 2016

산수국에 취해, 짙어가는 녹음에 취해

삼의양오름, 관음사길

제주 관광과 관련한 이슈들 중심으로 글을 쓰다 보니 브런치 같은 상큼함이 아닌 어둑한 소재의 글만 올리게 되는 요즘이다. 6월 제주 숲길의 녹음에 어울린 산수국의 화사함을 잊을 정도로 제주는 바쁘게 변화하고 있다. 변해가는 속도를 따라가다 잠시 멈춰선 6월 마지막 날. 장맛비가 잠시 물러난 맑은 제주의 하늘 아래 오랫만에 한라산이 제 모습을 모두 수줍게 내보인다. 제주의 봄의 색이 유채의 노랑과 연분홍 벚꽃이라면, 여름으로 넘어가는 요즘의 제주의 색은 푸른 바닷색과 짙은 녹색 그리고 이 색을 배경으로 한 수국 꽃색이 아닐까 한다. 


제주에 살면 좋은 점 하나는 차로 30여분만 달리면 때론 짙은 검은색의 현무암과 때론 흰 모래와 어우러져 파랑의 색깔을 달리하는 바다와 짙은 녹음 가득한 천연림의 숲, 때론 하루에 이 모든 걸 맛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의 여름, 바다와 숲 어느 한곳 번잡한 곳 없지만 지역주민의 이점을 살려 바다에 비해 오롯한 한적함을 즐길 수 있는 숲길에 어우러진 산수국을 만나기 위해 기억을 되살려 떠올려 본다. 그리고 비교적 길지 않지만 제주시내에서 가까운 삼의양오름의 관음사길를 걸어보기로 하고 길을 나선다. 삼의양오름은 제주대학교의 배경이 되는 오름이다. 삼의양오름의 두 길 중 관음사길 입구에 차를 세우면 바로 오늘 목적으로하는 산수국 오솔길을 만날 수 있다. 간판에는 '삼의양생태탐방로'라고 적혀있다. 초입에 들어서자 마자 6월의 짙은 녹음이 사이로 짙은 파랑의 산수국 핀 오솔길이 모습을 들어낸다. 비가 온 다음날이라 그런지 짙은 녹색과 대비되는 푸른 산수국이 싱그러움을 더한다. 


산수국 오솔길로 삼의양오름 정상을 향해 가다보면, 삼의양오름생태탐방로란 간판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오름 정상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 오솔길로 접어들면 관심사까지 이어지는 관음사길이 나온다. 관음사길 옆으로 하천 특성을 오롯이 볼 수 있는 건천이 숲길을 따라 이어져 있다. 새들도 오랫만에 그친 장맛비가 반가운지 숲길 걷는 내내 반겨준다. 관음사까지는 꽤 먼 길이라 중간의 신령바위까지만 갔다가 돌아오면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천천히 여름 제주 숲의 싱그러움을 호흡하면서 다녀와도 2시간 30분이면 끝낼 수 있는 짧은 길이다. 사람들 많은 사려니길도 좋지만 한라산 이곳저곳은 사려니길 못지 않은 수려한 숲길이 산재해 있다. 이 길은 호젓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운동삼아 관음사까지 가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산수국 가득한 오솔길


갈림길에서 야자매트가 깔린 관음사길로 접어들면 제주 중산간의 본격적인 숲길로 접어든다.


숲길은 버섯과 솔방울 등 다양한 생명을 품고 있다. 

오고 가던 사람들이 쌓아 놓은 탑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신령바위가 나온다. 두손모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도 깃들어 있다.


소원바위에서 길을 돌아 다시 입구로 오는 길, 오른쪽에 삼의양오름이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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