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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Sungil Kang Apr 03. 2016

우도의 현재에서 제주의 미래를 보다.

우도 관광객, 얼마나 많아아 많은 것일까? 

반년 만에 우도(Udo)를 다시 찾았다. 새해도 되었고 봄도 되었으니 한번 가야지 했지만 배를 타고 들어가야되는 '섬 속의 섬'인 까닭에 제주사는 나라할지라도 큰 맘을 먹지 않으면 가기 쉽지 않은 곳이 우도이다. 제주 풍요의 신, 영등할망을 맞이 하기 위해 펼쳐지는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의 우도영등제(정확히는 우동영등송별제)를 보기 위해 육지에서 왔다는 지인을 만날 겸해서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했다. 성산이나 종달리, 또는 하도에서 멀리 보이는 우도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변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성산항 주차장을 꽉 채운 자동차와 우도행 도항선을 타러 가면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간 우도의 변화를 직감한다.


불과 20세기만 하더라도 제주사람들에게 우도는 그저 방문하기 불편한 기억저편의 섬이었다. 17세기 종반 국유목장의 설치로 사람이 살기 시작한 우도는 헌종8년인 1842년에서야 비로소 민간인의 입경허가가 이루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사람이 살게된 역사를 갖는 섬이다. 1986년 3월 말까지 인접한 본섬이 구좌읍에 속했던 우도는 4월1일 우도면으로 승격되었다. 그러고보니 올해가 승격 30주년되는 해이다. 개인적으로 1990년대 후반 문화유산답사 등 지역에 대한 재인식의 열풍이 불면서 오름탐방이 유행할 무렵 우도봉을 답사한 것이 우도를 방문한 첫 경험이었을 정도로 우도는 여행지로 제주 본섬 사람에게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곳이었다.


우도는 '섬 속의 섬'이라는 독특한 아이덴티티와 소머리오름, 유채꽃, 홍조단괴의 서빈백사, 경안동굴 등이 어루러진 비교적 평평한 대지를 갖고 있다. 제주의 부속도서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너른 대지와 해변 그리고 바다가 조화를 이루는 이쁘고 목가적인 우도 풍경은 경쟁과 복잡함, 공해에 지친 도시인들을 이끄는 우도만의 매력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도는  2014년 132만명, 2015년 200만명 등 연간 1300만명이 방문하는 제주방문객의 약16%가 방문하는 인기관광지가 되었다. 우도의 하루 반입 차량은 약 800대에 이르고 1일 교통량은 약3,000대에 이른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법률적으로 전세버스만 운영할 수 있는 우도관광이라는 회사는 불법전세버스 20대를 들여와 노선버스처럼 운행하면서 5,000원 승차권을 받고 있다. 여객운수사업법 위반으로 14년 540만원, 15년 800만원의 과징금을 받고서도 여전히 불법으로 인한 혜택이 크기 때문에 전세버스를 노선버스처럼 운행하고 있다. 그에 반해 공영버스는 2대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할 뿐이다. 면적 6.01평방킬로미터, 해안선 길이 17km에 불과한 곳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게되면 사회문화적, 환경적으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간 제주에서도 변방 취급을 받던 우도민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방문객 수는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주요한 동인이다. 이에 대해 우도주민 외에 어느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을까?    

       

우도를 오가는 도항선사는 늘어나는 관광객을 감당하기 위해 3개선사로 늘어났고, 해안은 국적불명의 건물들로  우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가로막고 있으며, 해안도로는 스쿠터와 자전거 그리고 차량들로 북적이는 우도의 관광화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우도가 좋아 2년전에 정착한 한 지인은 이제 우도는 벗어나고 싶어하는 곳이 되버렸다고 말한다. 아니나 다를까, 현재 우도는 예전에 비해 많이 그리고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자연스러웠던 해안길은 시멘트로 뒤덮힌 해안도로 변했고, 어디서나 조망할 수 있었던 바다는 해안을 점령한 상업적 조악한 건물들로 방해받고 있으며, 포장된 도로 위는 자전거와 스쿠터 그리고 관광객들이 싣고 온 자동차로 인해 북적거리고 사고의 위험도 훨씬 커졌다. 여유롭고 사색적인 삶을 제공하던 우도는 관광객들로 인해 복잡하고 시끄러운 곳으로 변했다. 사람을 끌고 찾게 만들던 우도만의 고유한 아이텐티티는 이처럼 시간이 지날 때마다 변화하고 있다. 이에 더해 그 변화의 속도는 사람들이 대응하기 위한 생각의 여유를 주지 않을 만큼 빠르다.


다녀온 우도의 변화의 원인은 명확하다. 그것은 사람들, 정확하게는 우도를 찾는 사람의 수가 많다라는 것이다. 경제적 이유에서 보면 적은 관광객은 관광으로 인한 수입원으로 충분하지 않다. 주로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던 우도 주민의 입장에서 FTA와 바다환경의 변화 등 열악해지고 있는 전통적 경제구조의 환경변화는 충분한 수입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관광은 부족한 수입을 보충하고. 나아가서는 1차산업보다 덜 힘든 관광에의 전념으로만으로도 충분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관광객이 우도에 와야 한다.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다. 하지만 환경적 측면에서 해안도로의 개설로 인해 서빈백사(홍조단괴)의 유실,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 우도 고유의 경관파괴,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는 무엇을 하던지 의식되는 관광객의 시선, 도항선 갈등에서 표출된 우도 고유의 전통의 파괴, 이주민과의 갈등과 같은 주민간의 갈등표출 등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이제 한적했지만 느낌있었던 우도가 좋아서 정착한 사람들이 떠나려 한다. 다음 차례는 우도가 좋아서 오던 관광객들일 수도 있다. 


관광연구자들이 가장 난처할 때는 바로 이런 때이다. 우도처럼 관광은 관광지에 경제적, 사회문화적, 환경적으로 여러 편익을 가져다 주는 한편으로  다양한 위험에도 빠지게 한다. 마치 동전과 같이 관광의 긍정적 혜택과 부정적 영향은 현대 관광이 갖는 양면적 측면으로 관광지의 숙명이다. 관광연구에 따르면 대체로 관광의 부정적 영향이 부각되는 시기는 관광지에 너무 많은 관광객이 방문할 때이다. 장소적 한계를 갖는 관광지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 이상이 오면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적정한 관광객 수만 관리할 수 있다면 관광이 갖는 부정적인 면은 최소화하고 혜택은 극대화할 수 있다.


정책적으로 해안도로 일방통행, 공영버스 15대를 도입하는 대중교통체계개선에 나서고 모노레일 설치 등의 아이디어가 검토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도민과 제주관광 정책당국도 단기적인 차원에서 인식의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하드웨어 위주의 양적성장이란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모든 관광의 문제는 바로 관광객의 수이다. 그렇다면 우도에는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와야 관광으로 인한 경제적 혜택은 누리면서 환경과 사회문화적 부정적 영향은 줄일 수 있을 것인가? 이를 충족시키는 매직넘버(magic number)는 있기는 한가?


사실 이와 관련하여 관광분야 학술적 논쟁에서도 명확하게 규정되지는 않고 있다. 다만, 도시나 농촌, 섬인지 아닌지 등 관광지가 처한 물리적 환경에 따라 그 '매직넘버'는 달라진다고 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도는 이제 수요의 끝없는 확대라는 양적성장의 패러다임에서 수요를 관리하는 질적성장의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할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 바로 지속가능한 성장 패러다임이다. 가능할까? 분명한 것은 우도가 어떻게 변화해가는가 하는 것은 유사한 문제에 직면해 있는 바로 관광지 제주섬의 미래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우도의 미래는 제주의 미래모습이다.


우도의 자연은 여전히 아름답다. 이런 한적한 우도를 즐기기 위해서는 도항선이 끊긴 저녁이나 도항선이 취항하기 전 오전이라야만 가능하다.

음력2월1일~15일은 제주의 풍요여신 '영등할망'을 맞이는 기간이다. 우도는 영등할망이 제주를 떠나는 곳으로 제주사람들은 믿고 있다. 2016년 우도 영등할망송별제의 모습



원문: '우도: 관광객, 얼마나 많아야 너무 많은 것일까? : 네이버 블로그'  의 글을 수정하여 올리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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