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작가 Sep 16. 2020

프리랜서의 생존법

[벽에 부닥치고 말았습니다] 리뷰

벽에 부닥치고 말았습니다
줄거리
"어쩌다보니 프리랜서가 되어 버렸다!"

책의 저자는 20살의 나이에 무작정 집을 뛰쳐나와 잡지업계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특별하게 취업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프리랜서'로 살아왔다.

그런 '어쩌다 프리랜서'가 알려주는 찐 프리랜서의 현실.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삶
숨은 의미 찾기

   저자는 60년대 생으로 80년대 일본 버블 경제 시기에 전성기를 누렸던 사람이다.

   그런 황금기를 누릴대로 누린 60대라니. 호기심에 책을 펼쳤으나 바로 닫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들어왔다. 정말 현실적으로 내게 도움이 되는 책일지 의심스러웠다. 혹여나 그저 꼰대의 라떼 타령만 읽다가 책이 끝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저자는 순순히 자신의 운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현재를 바라본다. 그런 태도에 돌아서려는 마음을 다잡은 채 계속해서 책을 읽어갔다. 그러면서도 시대와 세대의 차이를 극복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시대와 상관없이 '팔리는 프로가 되는 법'은 다르지 않다는 걸 새삼 느꼈다.


1. 전략적으로 자신을 브랜딩하라

   자기가 재밌고 하고싶은 일로 성공해서 돈을 번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은 기적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 내게 온다는 것 또한 기적이기 때문이다.

   전략적이라는 말은 때론 부정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동종업계의 사람들에게서 돈 벌려고, 팔리려고 지조를 저버린다는 식의 비난을 듣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단계에서는 방송출연을 하거나 장르소설을 쓰는 작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들에게 있어 '팔리기 위한' 일은 예술적이지 않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기성 작가들의 이런 행태가 우스웠다. 그들은 자신들이 팔리지 못하는 게 '독자가 멍청하기 때문'이라고 자위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제자들에게 강요한다. 정말 좋은 작가란~하면서 말이다. 그런 역겨운 행위들을 세뇌당하던 시절에는 그게 맞는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나도 순수문학이 아닌 것은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대중문학과 순수문학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외면한 적도 있었다.

   어느 순간, '독자에게 팔리지 않는 것은 과연 예술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대중문학과 순수문학을 나누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예술성이라는 것은 팔리지 않아야만 부여되는 것이 아니다. 팔린다고 해서 예술적 가치가 없는 게 아니다. 다만 '나만의 특색'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는 발걸음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걸 깨닫고 난 후에 자신만의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계속해서 노력 중이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 평론을 보다 쉽게 컨텐츠화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때때로 혼자 생각하던 것들, 대화하면서 소모적으로 흘려보내던 이야기들을 에세이로 적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소설을 놓지 않고 쓰고 있다.

이렇게 살아간다고 누가 보상해주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대단한 돈벌이를 하지도 않는다.

무모해보일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자신감이 있다.

언젠가는 분명 팔린다, 내가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순간 대박이 난다, 그런 희망이 생겼다고나 할까.



2. 늘 프로의 위치에 상주하라

   책에는 저자 외에도 많은 프리랜서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다나카 케이이치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그는 프리랜서로만 활약한 게 아니라,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프리랜서로 만화가라는 직업을 병행했다고 한다. 그것도 무려 30년 이상을.

   말로만 들어도 힘들다는 게 느껴지는데, 나는 몸소 체험하고 있다. 지금 직장에 1년 넘게 다니면서 여전히 소설을 쓰고, 블로그와 브런치를 운영하고 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유지를 하고 있는 건 '해야만 한다'는 책임의식을 스스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돈도 안 나오고, 편집자도 없으니 가끔 내 마음대로 안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다나카 케이이치는 그럴 수 없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프로라는 것은 어쩌면 '극한의 책임감'을 가진 사람들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수요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물건을 생산하고, 마감기한에 맞춰 공급한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물론 이게 과해지면 1에서 말한 '특색있는 브랜드화'가 불가능해진다는 위험성도 초래한다. 실제로 작품이 프로급이 아닌데 기한을 맞추고 연재를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 지망생이나 기성 작가들은 그들을 손가락질한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보면 나는 그런 사람들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실천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하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싶다. 멈추지 않고 작품을 완성한다는 것은 그토록 교수들이 울부짖던 '엉덩이 싸움'에서 이겼다는 뜻이다.(교수들은 매번 '작가는 엉덩이 싸움이다, 오래 붙어있는 놈이 이긴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속적인 생활을 하다보면 결국 작품 수준과 공급 능력이 비례하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3. 돈에 연연하지 말되,

팔리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마라

   지금 내가 하는 일도 누구한테 돈 받고 하는 일은 아니다. 딱 한 번 내 글로 돈을 벌어본 적은 있지만, 그 외에 현재 하고 있는 일 중에서 돈을 받는 일은 없다. 지금 이 리뷰도 도서관에 출퇴근 하고 남는 에너지를 쥐어짜서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걸 하고 있는 이유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나는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걸 해석하는 나만의 생각들이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이 가치있는 글이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혹은 내 에세이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 내 소설이 세계의 사람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다는 희망도 갖는다.

물론 지금 이 행위들이 돈을 창출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그저 지금은 기본 바탕을 충실히 쌓고 있는 중일 뿐이다. 내가 영원히 이 모든 것들을 공짜 노동력으로 행할 생각은 없다.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유입될지, 어떻게 써야 검색창의 상단에 노출될지, 어떻게 업로드해야 더 많은 조회수가 나올지, 충분히 공부하고 연구할 생각이다. 그 고민은 곧 수익창출에 대한 방향성이나 다름없다.




돈을 번다는 것은, 불필요한 지출을 삼가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동일품목 대량생산의 시대는 갔다. 우리는 최소한의 인원으로 세상에 딱 하나뿐인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그게 바로 불필요한 지출을 아끼고, 개인의 가치를 100% 발휘할 수 있는 모범답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품이 생산되고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중간 단계를 나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에 대한 해답은 '배움'에 있다. 그 배움에 투자를 아껴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고 활용해야 한다.

난 내 글이 돈을 벌 수 있을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게 지금의 투자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자신의 능력과 미래에 대한 투자라면, 비록 돈이 안 되는 일일지언정 연구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프리랜서든, 직장인이든, 돈 벌어 먹고 살아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하고 싶은 일, 잘 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게 좀 더 즐겁지 않을까. 작가는 그렇게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독자에게 또 다른 방법을 찾아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위로가 되기도 하는 책이었다.


가까운 미래에...
감상문

지금 당장은 직장에 발목이 묶인 노예라지만, 프리랜서가 되겠다는 계획이 있으므로 제목과 표지에 눈길을 사로잡힌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벽에 부닥친 프리랜서를 위한 생존기라길래 기대가 컸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인터뷰를 한 사람들과 저자마저도 너무나 과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는 됐는데 이제는 안 되는 방법들을 쭉 나열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내가 바라는 내용이 없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수긍할 수 있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미래를 본다고 해도, 결국 갑자기 세상이 어떻게 돌변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생길지 정확하게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프리랜서계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중요한 것은 이 책에 실린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흐름을 타고 같이 변화해서 살아남았다는 점이다.

아마도 나는 바보같이 '이런 상황에는 이렇게 행동하라'는 정답지를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과거와 현재가 다르고, 현재와 미래도 다르다. 책 속 인물들이 제아무리 살아남은 사람들이라고 해도, 결국 현재에도 다시 살아남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는 이제부터 치열하게 고민하고 움직여봐야 알 수 있는 문제다. 그러니 예전에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는, 약간의 도움은 되겠지만 결코 매뉴얼이 될 수는 없다.

가까운 미래에 나는 프리랜서로서 치열하게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마 이 책 속 인물들과 같이.



https://blog.naver.com/shn0135


https://www.instagram.com/library_novelist/



매거진의 이전글 호의를 감당해야 하는 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