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건교사 안은영]
보건교사 안은영
줄거리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것'? 그녀의 눈에는 보인다!
학교를 지키는 보건교사 안은영, 절찬리 출근 중!
행복해집시다, 부디.
숨은 의미 찾기
가끔은 좀 억울하다. 안은영 같이 참 '별난' 사람만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건가 싶어서.
그런데 막상 안은영은 자신의 이런 특별한 능력을 귀찮은 것으로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런 자신의 능력을 거부하며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유별난 능력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사회와 완전히 단절되지는 않으면서, 나름대로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니까, 결국 안은영도 별나 보이지만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마법소녀는 늘 발랄하고 정의로우며 아무도 모르게 모든 일을 해결하곤 한다. 하지만 그녀는 딱히 발랄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으며, 심지어 '마법소녀가 하는 일을 일반인이 모르게 하라' 라는 금기까지 어긴다.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또라이로 간주될 위험성 따위는 따져보지도 않고 무작정 달려든다.
나는 이 안은영이라는 인물이 작가 자신을 모델 삼은 것이라고 감히 추측해본다.
그녀는 순문학에서 금기시되는 것들, 그러나 실제로는 아무도 금지하지는 않았던 것들을 보란듯이 때려박는다. 말도 안되는 판타지적 세계관, 그 안에서 인물들은 사건을 추리하고, 심지어 자기들끼리 캐주얼하게 썸을 탄다. 순문학에서 인정해주지 않는 장르소설의 범주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듯하다.
안은영의 세계는 어둡고 축축한 것들로 차 있지만, 그녀는 우울에 갇혀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최대한 즐겁게 세상을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분명히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지만, 진솔하게 풀어내면 그만일 뿐이다. 과거에 매달려 허덕이지 않는다.
독자는 해피엔딩을 원한다.
그건 해피엔딩에 대한 답을 내놓으라는 의미다.
마치 엘사와 안나의 갈등이 풀어지고도 우리가 겨울왕국2에 열광했던 것처럼. 이젠 1차원적인 이야기로는 안 된다. 세상은 너무 많이 변화했다. 개개인마다 행복한 방법은 다르다. 그러므로 해플리 에버 에프터 라는 옛날공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그 때야 행복의 기준이 정해져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인물이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행복을 찾아갈 것인지, 그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이 작가의 마땅한 애티튜드다.
물론 우리네 삶은 처절하고 잔혹한 슬픔들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우리들 모두 그 아픔에 허덕이는 대신 현실을 살아가지 않는가? 어떤 작가들은 이런 현실을 외면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어쨌든 살아간다. 머물러 있지 않는다. 시간이 이끄는대로 인간은 흘러가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어떤 아픔에 머물러있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문학의 스타일도 조금 변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가끔은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하기도 하지만, 결코 지금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 이 시대의 안은영. 이것이 우리의 삶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앞서 말했지만, 우리는 누구나 안은영과 같다. 평범한 듯 살아가지만, 남들은 모르는 또 다른 얼굴을 숨긴 채 살아간다. 그게 그냥 아픔, 상처로 머물러 있기에는 이 넓은 세상이 너무나 아깝지 않은가? 우리에겐 아픔과 상처를 승화해 나름의 즐거움을 즐기며 살아갈 권리가 있다.
행복해집시다, 부디.
기승전사랑의 민족
감상평
이야기 끝으로 갈 수록 실실 쪼개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결국 이 구절해서 나는 깨닫는다.
"아, 역시 로맨스였어."
안은영은 귀신과 비슷한 '젤리'를 본다는, 다소 평범한 소재를 갖고 시작하지만 결국 독특한 자신만의 세상을 구축해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랑을 찾아간다. 우리는 홍인표와 안은영의 모습을 보며 긴가민가한다. 아니, 이것들 그래서 썸이야, 뭐야.
한 때 '한국드라마는 기승전로맨스'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사랑으로 귀결되지 않는 것들은 또 얼마나 있던가. (물론 한국 드라마는 남녀 간의 사랑만이 유일한 것처럼 그려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니까, 우리가 인생에서 큰 풍파를 거치면서도 살아남는 것은 대부분 어떤 '사랑' 때문이다. 사람마다 그 사랑의 종류도, 크기도 다를테지만.
작가가 참 멋지다고 생각한 구절이다. 보통 이런 사람은 자신을 낮추고, 자신을 굉장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야말로 정말 괴짜인 경우가 많다. 괴짜이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그런 사람, 젤리피쉬 같은 사람 말이다. 소설에서 느껴지는 강렬하고 발칙한 경계없음은 작가 본인에게서 나온 것일 테다.
작가는 쿨하게 인정한다. 재미있고 싶어서, 재미있자고 쓴 소설이라고. 그리고 독자도 재밌었으면 좋겠다고.
작가 양반, 당신 성공했어!